안 보고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훤히 꿰뚫어 보는 엄마들처럼 여자아이들도 앞을 내다보는 신비한 힘이라도 가진 걸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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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명탐정 - 유설록 명세라의 사건 일지
정은숙 지음, 김민준 그림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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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세라야, 거기 아까 맞은 곳이야. 만지지 마!"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결국 세라는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세라야, 진짜 괜찮다니까. 설록 아빠가 저래 봬도 맷집이좋아."
설록 엄마가 세라를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훈훈한 풍경은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 좋은 집에 사시는구나, 저희도 나중에 기회 되면 단독 주택에 살고 싶어요. 아파트는 영 갑갑해서 말이에요."
세라 엄마가 또 엉뚱한 소리를 했다. 무슨 소린지 이해 못하는 설록네 가족을 위해 세라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을 수없었다.
"그 집이 아니라, 맷집이라고요!"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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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VivaVivo (비바비보) 42
올리버 폼마반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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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화성이랑 무척 닮았다. 화성 표면 아래에는 생명의 흔적이 있다. 화성이 흙과 먼지를 걷어 내고 온 우주에 자신의 생명력을 드러내게 하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 P141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살아야지, 나한테만 매여 있지 말고"
나는 몸을 돌려 결승점을 바라봤다.
"이쪽이 훨씬 잘 나오겠다."
팔을 뻗어 셀카를 찍고 엄마와 함께 사진을 들여다봤다. 사진 속 우리는 킬킬대는 유령 한 쌍 같았다.
바로 이거야. 처음으로 함께 달렸어요. 이렇게 쓰면 어때?
"좋아, 그리고 경주는 끝났지만 새로운 여행이 시작됩니다라고 쓰자"
"우아, 우리 연대기‘ 만세!"
엄마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우리 연대기‘ 계정에 게시물을 올렸다.
"계정을 ‘비의 연대기‘ 계정에 링크할게."
". 그런데 비의 연대기‘ 팔로워들이 ‘우리 연대기로 올까엄마가 물었다.
아무려면 어때,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이라면 어디로 가든 우리를팔로우 할 거야"
나는 엄마를 보며 활짝 웃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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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너무나도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으며살아갑니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하며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고서야 마스크 없이 숨 쉬는 것, 얼굴 마주 보고 이야기했던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를 느낍니다. 늘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여겨지는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많은 것을 내어주고, 비우는 연습을 하고 또 하며 주름이 늘어갑니다.
어렸을 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엄마가 되어서야 아주 조금 엄마를 알게 됩니다. 엄마의 바람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에게 보이는 작은 관심이 엄마를 감동하게 한다는 점을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저와 마주했던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즐겨 듣던 음악도, 스쳐 지나갔던 풍경도, 가슴아팠던 상처도, 잠시 정을 나누었던 사람도 이 모든 것이지금의 저를 그리고 이 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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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근데, 너….. 어른들한텐 무지 살랑살랑거리면서 나한텐 좀 못되게 군 거 알아?"
"그게아마 언니가 알아서 기니까 그랬을 거야."
"뭐? 알아서 긴다고? 내가?"
"응. 이건 친구들끼리 하는 말인데, 까이니까 계속 까는 거라고하거든, 나 솔직히 말하면…… 언니가 요에서 자라고 한 말 들었는데 그냥 한번 우겨 봤거든? 근데 언니가 얼른 말을 빼길래 좀 만만해 보이더라고, 그리고 나 사실 침대에서 처음 자 본 거라 ..…"
"야, 그럼 그렇게 말하지."
"언니가 안 밀렸으면 얘기했을지도 몰라. ‘나 침대에서 자 봐도돼요?‘ 이렇게 얘기했겠지. 근데 언니가 힘없이 밀리니까 그냥 내맘대로 한 거지."
"웃긴다. 그 말, 까이니까 계속 깐다는 말."
"언니, 웃고 말 일이 아니야. 또 까이지 말라고, 나는 낼 돌아가지만 나 같은 애를 또 만날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알아서 기지 말라고?"
"그렇지."
"그래야 하려나?"
"언니네 엄마 아빠도 언니가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잖아. 아플 땐 악 소리 내야지."
- P90

플 땐 악 소리 내야지."
"그러게."
어쩌면 난 정말 내 감정 표현에 너무 서투른 건지도 모르겠다.
넘치는 리액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내 감정에 이름표 정도는 붙여 줘야겠다.
"언니, 자자. 낼 새벽에 엄마가 데리러 온대."
"그래, 잘 자."
수아는 뒤돌아 누었고, 어느새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수아가 집에 가는 시간이 다가오지만 수아 말대로 또 다른 수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일아서기지도 말고 까이지도 말고 똑바로 서야겠다.
- P91

"야옹아, 두려워하지 마."
마치 내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나의 두려움을 보고은 내게 다가섰을 거다. 난 이제 놈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주먹을 내지를 것이다. 놈은 나를 단련시킬 스파링 파트너다.

- P122

지나간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그 사건‘이 일어난다음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 하나하나 마음에 담았고, 그 일들은 없던 것처럼 날아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는 조금은 달라질것이다.
창가에 서서 발끝을 올리고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혼잣말을 해본다.
"업!"
- P187

작가의 말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재작년 앤솔러지에 수록될 글을 청탁받아 처음으로 단편소설을써 봤다. 발끝을 올리고」를 쓰면서 그 매력에 풍덩 빠졌다.
단선으로 직진하면서 오밀조밀한 설정 안에 이야기를 잘 저며넣고, 임팩트 있게 주제를 드러내는 묘미가 아주 맛깔났다. 그래서 내친김에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갈급한 주제들 혹은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주제를 모아 이야기를 지었다. 난해하거나모호한 글은 지양하고 주제가 선명하고 잘 읽히는 이야기로 썼다.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그렇게 힘을 얻어 어떻게든 발을 내딛게 되는 그런 ‘성장하는 나를 바라며, 거울은 선명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 P188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그렇듯, 내가 겪는 모든 일에서 무언가를 얻어 가진다면 그 일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한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성장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그렇기에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더없이 이롭고 고맙다. 글을 쓰는 내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경쾌하게 발을 내딛는 소녀의 저돌적인 모습 혹은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내지르는 소년의 여물고 단단한 주먹을 상상했다. 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두려움을 직시하면서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녹아웃(knockout) 될 작정이 아니라면 하루치의 설렘만이라도허락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자. 내 경험상 그들은 떼로 다닌다.
들이닥친 설렘과 희망, 용기를 밑천 삼아 나의 스파링 파트너와 어깨동무를 하고 단련하며 가는 거다. 삶은 그렇게 어떻게든 관통해야 하니까.
2020년을 시작하면서박하령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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