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근데, 너….. 어른들한텐 무지 살랑살랑거리면서 나한텐 좀 못되게 군 거 알아?" "그게아마 언니가 알아서 기니까 그랬을 거야." "뭐? 알아서 긴다고? 내가?" "응. 이건 친구들끼리 하는 말인데, 까이니까 계속 까는 거라고하거든, 나 솔직히 말하면…… 언니가 요에서 자라고 한 말 들었는데 그냥 한번 우겨 봤거든? 근데 언니가 얼른 말을 빼길래 좀 만만해 보이더라고, 그리고 나 사실 침대에서 처음 자 본 거라 ..…" "야, 그럼 그렇게 말하지." "언니가 안 밀렸으면 얘기했을지도 몰라. ‘나 침대에서 자 봐도돼요?‘ 이렇게 얘기했겠지. 근데 언니가 힘없이 밀리니까 그냥 내맘대로 한 거지." "웃긴다. 그 말, 까이니까 계속 깐다는 말." "언니, 웃고 말 일이 아니야. 또 까이지 말라고, 나는 낼 돌아가지만 나 같은 애를 또 만날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알아서 기지 말라고?" "그렇지." "그래야 하려나?" "언니네 엄마 아빠도 언니가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잖아. 아플 땐 악 소리 내야지." - P90
플 땐 악 소리 내야지." "그러게." 어쩌면 난 정말 내 감정 표현에 너무 서투른 건지도 모르겠다. 넘치는 리액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내 감정에 이름표 정도는 붙여 줘야겠다. "언니, 자자. 낼 새벽에 엄마가 데리러 온대." "그래, 잘 자." 수아는 뒤돌아 누었고, 어느새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수아가 집에 가는 시간이 다가오지만 수아 말대로 또 다른 수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일아서기지도 말고 까이지도 말고 똑바로 서야겠다. - P91
"야옹아, 두려워하지 마." 마치 내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나의 두려움을 보고은 내게 다가섰을 거다. 난 이제 놈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주먹을 내지를 것이다. 놈은 나를 단련시킬 스파링 파트너다.
- P122
지나간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그 사건‘이 일어난다음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 하나하나 마음에 담았고, 그 일들은 없던 것처럼 날아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는 조금은 달라질것이다. 창가에 서서 발끝을 올리고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혼잣말을 해본다. "업!" - P187
작가의 말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재작년 앤솔러지에 수록될 글을 청탁받아 처음으로 단편소설을써 봤다. 발끝을 올리고」를 쓰면서 그 매력에 풍덩 빠졌다. 단선으로 직진하면서 오밀조밀한 설정 안에 이야기를 잘 저며넣고, 임팩트 있게 주제를 드러내는 묘미가 아주 맛깔났다. 그래서 내친김에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갈급한 주제들 혹은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주제를 모아 이야기를 지었다. 난해하거나모호한 글은 지양하고 주제가 선명하고 잘 읽히는 이야기로 썼다.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그렇게 힘을 얻어 어떻게든 발을 내딛게 되는 그런 ‘성장하는 나를 바라며, 거울은 선명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 P188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그렇듯, 내가 겪는 모든 일에서 무언가를 얻어 가진다면 그 일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한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성장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그렇기에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더없이 이롭고 고맙다. 글을 쓰는 내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경쾌하게 발을 내딛는 소녀의 저돌적인 모습 혹은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내지르는 소년의 여물고 단단한 주먹을 상상했다. 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두려움을 직시하면서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녹아웃(knockout) 될 작정이 아니라면 하루치의 설렘만이라도허락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자. 내 경험상 그들은 떼로 다닌다. 들이닥친 설렘과 희망, 용기를 밑천 삼아 나의 스파링 파트너와 어깨동무를 하고 단련하며 가는 거다. 삶은 그렇게 어떻게든 관통해야 하니까. 2020년을 시작하면서박하령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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