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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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예술을 통해서 아빠는 수액이 올라오고 있는 소리를 듣는거야. 이 수액이 올라온다면 체코 문화는 그저 말라비틀어진 나무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리고 말 거란다. 186p

나는 이 모든 것을 전쟁중에 깨달았다. 그들은 우리가 존재할 권리가 없으며, 단지 체코어를 말하는 독일인일뿐이라고 믿게 만들어놓으려 했다. 우리는 우리가 존재했으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어야 했다. 그 시기에 우리는 모두 우리의 근원지로 순례를 떠났다.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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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이상 문학전집 1 : 시 - 증보
이상 지음, 김주현 주해 / 소명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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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 / 이상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짝이없는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내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나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1933년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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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욕실 거울앞]

꾸부정히 낡아빠진 한 녀석이
맞은편에 유령처럼 서있다

복사번호16215호
째리듯 흘기듯

못마땅해한다
못미더워한다
16215호!
오늘 목적달성 실패!
제.거.

복사번호16215호
녀석은 문을 닫고
뜨거운 온수를 틀었다
콸콸
끈적한 물알갱이 무색 수채화 속
나는 안개로 흩어져버렸다

녀석은 16216호를 부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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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지음 / 문학사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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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찾던 책이 있어 영풍문고에 갔다가 카운터 앞에 2015 이상문학상수상집을 발견했다.

나 자리펴고 누워얄까 보다. 3년전 김영하가 옥수수와 나로 대상 받을 때, 김영하꺼는 솔직히 하나도 기억안나고 우수상들에 끼어있던, 지금도 줄거리가 대충 기억이 나는, 김숨의 [국수]를 읽고 눈물 콧물 찔찔 흘리며 왜 이게 대상이 아닌지?라는 비전문가적인 투정을 뒤로 하고 이 작가의 대상이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딱!... 그녀가 드뎌 받은 것이다. 순간, 로켓처럼 천정을 뚫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두 달 전에서야 2014년 수상집을 받아 든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마누라에게 책사달라 해야지~~하며 기분이 막 째지려는 순간....

10알.
바로 옆에 웬 희대의 사기꾼의 책이 떡하니 쌓여져 있는거 아닌가.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mb자서전.

내 그래서 어떻게 ?
내가 젤 좋아하는 단편집옆에 이런 오물이 뭉터기로 있으니 기분이 몹시 나쁘더라. 그래서, 아주 큰 소리로 책방이 떠나가라...
˝여기 사장 나오라 그래!˝
˝당신들 미쳤어? 이런 쓰레기를 가져다 놓다니!˝
˝여기 다 불질러버릴거야˝
.
.
.
.
.
라고 꾸짖고 싶었으나,
아침에 바쁜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정말)시간이 없어 억지로 참고 그냥 나왔다.

진짜 주먹도 꼬옥하고 쥐었다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와~~~ 어제따라
왜 그렇게 갑자기 바빴는지, 원...

다음부터 이럴때는 꼭 안바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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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자가 성숙한 세계의 위선을 순도 100프로의 시니컬리즘으로 날려버림. 동생의 회전 목마. 순수함에의 동경과 추구.... 위선의 절벽에 떨어지지 않도록 아이들을 지키는 순수성의 상징,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홀든....따위는 평론가나 하라고 하고...

난 이 샐린저의 글투가 몹시나 맘에 들었다. 귀엽기까지 하며 홀든이 여친과 보던 연극에 대한 서술에서는 이 양반은 타고난 얘기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가가 아니었다면 희대의 사기꾼이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돌프, 이곳은 흡연석이 아닌 것 같구나˝ 루돌프라,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 마티의 춤은 정말 말 그대로 살인적이었다. 마티와 춤을 추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라도 끌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블랙유머의 진수. 아무리 블랙이라지만 너무 진해서 흘러 넘칠 때 그 낙하해 흐르던 잔해에 밟혀 웃겨 죽을 뻔하였다... 진진하게 읽을수록 끽끽거리게 하는 문장들이 끊임없이 눈을 사로잡으며 책장을 넘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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