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참나무. 두 번의 사랑, 다섯 번의 상처]벌목공의 무시무시한 전기톱 모터 소리가 시끄럽게 흔들린다. 그의 심장을 쌔앵 잘라내며 온전히 제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싶었던 그의 역사가, 격정적이었던 사랑의 시간들을 무자비하게 폭로해버렸고 은밀했을 비밀은 톱밥처럼 쏟아졌다. 번개를 견디고 폭풍을 버티고 어둠속에 우뚝 솟아 저 멀리서 왔을 누군가를 그리며 사랑해왔던 그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푸르렀던 시간들은 한낱 나이나 셈하는 동그라미따위로 치부되거나 가벼운 입담들이나 앉았다 떠나는 때묻은 의자가 되고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떨리는 심장앞에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듯 활활 타올라버리는 마른 장작이 되거나, 필름으로박제된 고급 테이블로 비밀의 장소에서 탐욕의 냄새를 맡으며 인간들의 온갖 구역질나는 유희의 목격자가 돼버렸을 것이다.새벽, 뇨기를 해결하고 졸린 걸음에 비틀거리는 나의 푸른 그림자가 멈추었다. 밑둥이 거세된 나무 등걸이 내 앞을 가로 막으며 갈라진 소리로 말을 걸었다. 자신의 사랑을 잊지 말아달라고. 제발 지나치지말고 나의 그 절절했던 시간들을 한번만이라도 기억해달라고. 그 절규앞에 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바닷가 신새벽은 가슴 시리게 밝아져갔다. -150329 제부도
P.254 [오랑캐꽃 들판에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비상착륙을 감행하여 하마터면 애인과 함께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간이었을 것이다]백년(동안)의 고독중...이 할배 유머가 `호박밭의 서리꾼`의 J.D.샐린저 저리가란데....읽다보면 정말이지 고독해진다. 비현실적(마술적) 묘사에서 추상적인 고독감이 이렇게 절절히 느껴지다니... 마술에 끝나지 않은 리얼리즘...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문체에 숨겨놓은, 제3세계 국가들이 겪었던 제국주의침략과 자본주의의 강제적 이식, 보수파와 자유파의 대립, 전쟁, 고유문화와 전통의 단절 등, 근대사에 대한 서사가 한 가문의 백년살이속에 살아있고 마치 우리의 근현대사가 지나온 처절하고, 그래서 그 시대를 관통한 사람들의 고독한 역사를 보는 듯하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부엔디나가문의, 콜롬비아의 역사에 새겨진 고독뿐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읽는 동안의 고독]을 선사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도끼선생이후로 와. 와. 거리면서 읽은 몇 안되는 책. 노벨문학상 맞다. 이 책. 야스나리의 [설국]은 인정할 수 없어도.
p.283 인간이 일등칸에 타고 문학을 화물칸에 싣게 된다면, 이 세상은 개떡같이 끝장나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