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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JOB 다多 한 컷 - 고생했어, 일하는 우리
양경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그림왕 양치기’라는 예명으로 SNS에서 많은 공감을 끌어내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일 때문에 아픈 이들, 사람 때문에 더 아픈 이들, 좀 더 인간다운 삶, 좀 더 숨통 트이는 삶을 위한 위로를 그림 속에 담았다. 책에 나오는 직종은 일반 회사원, 택배 기사님, 사회복지사, 간호사, 소방관, 은행원, 스튜어디스, 헤어 디자이너, 그리고 고3 수험생들을 담았다. 사회복지사로써 몸 담았던 나로써는 그림으로 나오는 것들이 남 얘기 같지 않고, 현재 그 현실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알지 못했던 열정페이들을 이들은 정당한 댓가라고 불리며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택배기사님의 경우도 택배를 전달하는 배송건료가 아니라 상하차에 오전시간을 투자하지만 그 시간에 대한 노동비는 받고 있지 못했다. 간호사와 회사원도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일을 마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 몰랐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
책을 보며 언어유희가 참으로 재미있으나, 현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웃지만은 못했다. 쌓여있는 업무서류를 보고 손을 모아 기도하며 ‘오늘도 조용히 숨만 쉬다 가게 해주세요’라고 되어 있는 그림에서 수많은 회사원들이 공감을 일으킬만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많은 것이 내재되어 있었다.
사회복지사의 직업을 설명할때도 다들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 또한 노동,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정규과정 대학을 이수했고, 국가 산하로 된 자격증을 이수하고, 그에 대한 보수교육도 받는다. 봉사에 뜻을 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업의 하나로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소방관이나 스튜어디스 분야도 그렇겠지만, 너무 사적인 분야, 사소한 것까지 다 맡기거나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안될 일이다. 사람들은 사소한 호의를 보이면 그것이 정당한 댓가인 줄 알 때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진상 케이스의 경우, 회사로 보면 블랙 컨슈머의 경우 그러한 모습을 많이 봤다.
이번 책에서 많은 직업군들이 그러하겠지만, 노동한 만큼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잔업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많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밀려서 일을 하다보면 생기기 마련인 것들이다. 비록 그 중에 시간을 허투루 보내다가 본인 업무를 미루다보니 잔업이 생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참... 구분하기 어렵지만 대개의 경우 열심히 일해도 잔업이 생긴다. 그 일들에 할애할 수 밖에 없는 시간들도 임금에 포함했으면 좋겠다. 당연한 얘긴건가.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감사하다’는 사소한 말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택배기사님은 내 마음의 천사이며, 밤하늘의 산타다. 그런 천사 같은 분이 재능기부천사도 아니고, 내 생각 외로 적은 금액의 보수를 받으시며 일하는 것에 놀랐다. 그런 분들에게 택배 메시지라는 공란에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적어 보내면 그 작은 말한마디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천사는 늘 주기만하지, 그에 대해서 나 또한 보답해드리고 싶다. 요즘 한 아파트의 1평 쉼터라는 곳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테이블 한 개와 의자 한 개가 놓여져 있고, 그 테이블 위에는 각종 음료 티백이 놓여져 있다. 택배기사님, 경비원, 청소하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라도 쉬시라는 의미에서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세상은 아름답게 일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만하다.
“이렇게나 많은 사안들에 손을 뻗치고 있음에도 우리는 정작 주변에서 사회복지사들을 만나기 어렵다. 택배 기사나 간호사, 은행원과는 달리 우리의 일상과 교점이 적은 탓이다.” 늘 마주치는 직업군이 있는가 하면 교점이 적어서 마주치지 않는 직업군도 있다. 그러나 모두들 제각각 그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될 때마다 늘 기도해요. 오늘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게 해달라고. 한 명은 내가 등에 업은 사람. 또 한 명은 나 자신.” 본인이 온전하지 못할 상황임에도 그것을 인지하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소방대원들도 얼마나 힘들까. 나 또한 공황장애로 한달에 한두번씩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내 스스로가 힘들어서 나 스스로에게 하는 욕설, 온갖 몸부림, 호흡이 잘 안 돼서 울며불며 했던 행동들. 다 받아들여주는 구급대원들에게도 얼마나 죄송한지 모른다. 비단 나 뿐만이랴. 생과 사를 오고가는 사람들에게는 더한 마찰들 속에서도 그것을 다 받아내었던 구급대원들이 어떤 마음이었으랴 생각하니 그 분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겠다고 본다.
잡(JOB)다(多)한 일들 속에서 각자가 그 직업을 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요즘은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그 안에서 수많은 어려움들이 많아서 한번 직장을 가지면 충성맹세!를 할만큼 의욕을 갖기도 한다. 직장을 가지면서 행복한 일도 반드시 있다. 그저 행복이 오래 지속되고, 동기부여가 될 만큼 직장 안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한 성장이 될 수 있도록 직장도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모두 다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