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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런 마음
김성구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저자가 월간 <샘터> 발행인인 분이다. 발행자로써 사무적이고, 딱딱하고, 문체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전혀 반대되는 이미지다. 콧수염과 중절모, 반바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저자는 턱수염을 기르고 안경 낀 이미지가 동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주변의 아저씨들로 비춰진다. 특히 이 책을 접하면 ‘김성구’라는 저자가 종이접기 아저씨로 친근한 김영만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한다.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오고, 말 한마디 건네보고 싶은 인상을 느낄 수 있다.
산문집에서 글을 푸는 모습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는 기분이였다. 동화책을 들려주는 동화구연을 하듯이 저자는 우리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한 소재가 어렵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서 쉽게 썼다. 메인 표지만 보아도 낯설지가 않다.
산문집을 볼 때면 자연을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주 오르는 산에서 산벚나무와 사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벚나무에게 온정을 주고, 그 나무에게서 인생의 나아감을 배운다. 또한 책을 보며 연륜이 묻어났다. 연륜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있었다. 저자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주변 사람들, 주어진 환경들, 거쳐온 인생 안에서 에피소드들이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죽음 안에서 살아갔고, 배신 앞에서 믿음을 더 키워왔다. 어려움 속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고, 어리석음 속에서 혜안이 묻어났다.
“엉뚱한 생각은 세상을 빨리 빨리 사는 게 좋은지, 아님 천천히 살아가는 게 좋은가 하는 것입니다. ... (빨리 빨리의 예들. 천천히의 예들 제시). 결론은 아직도 나 자신의 삶의 속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의 템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나 또한 매일 벌어지는 일상은 빨리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여행 갔을 때, 멋진 곳으로 드라이브를 갈 때,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때 등 천천히 시간이 가기를 바랄때가 있다. 빨리 빨리 보다 천천히 시간가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때는 빨리 빨 리가 옳은 것인줄 알고, 그게 아니면 남들에 비하여 뒤쳐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0대 때가 되니 인생의 속도를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빨리 빨리는 체하기 마련이고, 힘겹게 살았음을 느낀다. 이제는 여유롭고, 한가해 보일 정도로 천천히 사는 게 내 인생의 속도임을 알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 등짝 한번 밀어주라’ 였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주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결혼할 남자가 생기면 우리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달라고 말하려고 했었다. 내가 해줄 수 없는 때밀기를 하면서 서로 정도 쌓고, 딸로써 느껴보지 못한 아들로써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받아보기를 원했었다. 지금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아직도 바라고 있는 내 소망이다.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저자는 이 글에서 속 시원히 내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부록으로 이태리타올이 왔을 때 기발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둔 마음의 징표가 왔다고 느꼈다. 아버지들의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온전히 다 읽고, 내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다. 나보다 몇 배 되는 삶을 살아오시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얼마나 많은 웃음을 지으셨을까, 간접적으로 저자의 삶에서 우리 아버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통하는 어른을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중년이 되면 이렇게 청년들과 소통해야지, 그리고 더 큰 어른들과 소통해야지, 또래와 이렇게 소통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다 큰 어른이 아니라, 더 클 어른들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글 속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마디로 때를 밀러 갔다가 등을 시원~하게 밀고 와서 커피 우유 빨대에 꽂아 마시는 그런 느낌! ^^ 아, 개운~하다.
http://post.naver.com/isamtoh
<좋아요, 그런 마음> 책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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