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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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 기욤뮈소의 책들을 우리나라에 출판되기 시작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욤뮈소가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를 올려가는 만큼 나도 책에 대한 사랑을 점점 키우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기욤뮈소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교만을 떨었었다.(지금에와서야 이런 생각이 '교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 기욤 뮈소에게 제대로 뒷통수 맞았다.

이혼을 한 뒤 이란성 쌍둥이를 각각 한명씩 맡아 키우는 부부 세바스찬과 니키. 그들이 이혼한 지 7년만에 실종된 아들 제레미를 찾기 위해 다시 만난다. 이혼 후에는 물론이고 결혼전에도 사이가 좋지않았던 이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다시 끌리는 마음을 붙잡느라 애쓴다. 그리고 결국 다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미국에서 프랑스 그리고 브라질을 배경으로한 이들의 아들찾기 여행은 생각치못한 전개를 거듭하며 독자를 즐겁게 한다.

기욤 뮈소의 책들을 다 읽었다보니 어느덧 '대충 이렇게 되겠지' 혹은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못해도 8할의 승률을 자랑하던 나였다. 그럼 뒷통수 맞았다니 예상이 다 틀렸다는 얘기인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 이번에도 맞췄다. 그.런.데 그렇게 다 예측하면서 읽었음에도 책을 손에서 놓기 싫었을만큼 이 책은 재미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같다는 이런 통상적인 말들이 내 입에서 나올만큼. 이 책을 읽은지 꽤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서평을 쓰는 내가 굉장히 감정적인 것을 봐서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시 책을 읽겠다고 선언한 후 처음 읽었던 책이 바로 이 7년 후였다. 조금씩 아껴읽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주체하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반 이상을 읽었다. . 매번 있었던 걸로 기억됐는데, 이 책에는 '작가의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이 책이 바로 기욤 뮈소 그 자체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요즘 나는 다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천사의 부름' 이후로 기욤뮈소에게 약간의 익숙한 지루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인데, 다시 설레게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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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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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이 책의 제목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여러가지 짧은 픽션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제목부터 이 책속에 이야기들이 '픽션'이라고 알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제로 있었던 얘기야? 작가가 경험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사실 처음엔 이 책과 내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때문에 의무적으로 읽었던 것이 사실인데, 맞지 않는 책은 안 읽어버리는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이유는 서평을 써야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차근차근 읽다보니 나도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있기도 하였고, 때론 몸이 떨리만큼 소름 끼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런 미니픽션으로 엮어져 있는 책들은 서평을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내용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느낌만 쓰자니 왠지 서평같지가 않으니 말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꾸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이 책은 강렬한 무언가를 가졌다. 강렬한 무엇이 무엇이냐 내게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말하고 싶지만 어떠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음을 강렬하다는 표현에 담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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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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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중고서점에 가서 제목만 보고 , 첫 페이지만 보고 가져와버렸다. 근처 카페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집에 오늘 길 내내 그리고 집에 와서까지도 이 책을 들고 있었다. 사실 읽기 전에는 안그래도 먹먹한 마음 더 먹먹해지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개운해진 느낌이다.

말그대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얘기이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게 , 이루어질 수 없는 것도 전제로 하던가?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기보단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운명적이었다고 말하겠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서로가 함께했던 넉달의 시간들로 30년이라는 세월을 이겨버린, 그런 운명적인 사랑.

내게 누군가 이런 사랑하고 싶냐고 한다면, 난 1초의 망설임 없이 거절하겠다.

너무 쓸쓸하고 슬픈 그런 감정적인 것을 떠나 운명과 사랑 이 두 단어 때문에 아파할 사람과 시간이 너무 많아진다.

몇달 뒤 결혼을 해야하는 남자 유타카와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되버린 여자 토우코.

방콕이라는 배경에서 둘은 넉달간 너무나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되는데, 결국엔 유타카는 현실적으로 결혼을 한다.

하지만 유타카만 현실을 택했을뿐 토우코는 현실적이지 않은 그리움을 택했다.

유타카가 가정을 꾸리고 승승장구 할 그 삼십년이란 시간동안 토우코의 그리움의 향기는 짙어가고, 혼자서 그 향기를 감당하고자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 그래, 그러니까 감정이란건 함부로 던지는게 아니다 '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유타코가 뜨거운 마음보다 뜨거운 후회를 택했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그리워하며 살거, 맘껏 사랑하지 않은채로 그리워했다면 조금이라도 짧은 시간만큼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라고 냉정하게 뜨거운 후회를 택할 수 있었을까.하는 마음도 든다. 어떤 선택을 했던 그리움과 후회는 뜨거울 것이다. 그게 사랑이 가지고있는 함정이니까. 평생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사는 토우코의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을 뿐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죽을 때, 사랑받는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당신은 어느쪽이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그 질문에 답했다. 나도 주인공들처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고, 하지만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 기억도 같이 떠올리면 너무나 행복하겠다고, 그러면 죽는다는게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을 것 같다고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두세번 읽었었지만 그 외에 작품들은 읽어보지 않았다. 그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도 왠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연장선일 것만 같아 마음이 가질 않았고, <사랑을 주세요>도 같은 맥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왠지 나 이 작품 때문에 이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그 한가지만을 얘기하는 , 그런 소설. 난 그런 소설이 너무 좋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 책이 그랬다. 그래서 츠지 히토나리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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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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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외로운 걸까? 라는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읽기로 작정했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내가 외로운 지 아닌 지 알 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외로운게 맞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눈물이 고이더니 마지막 책을 덮을 때까지 눈물이 고였다. 지하철에서도, 내 방에서도, 사람많은 카페에서도 장소와 시간과는 상관없이 이 책을 읽을 때면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아 며칠동안 내 마음을, 내 눈을 편치 않게 했다.

작가는 자신의 삶속에 담겨진 수많은 외로움을 꺼내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 때의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가사들과 함께.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함께 외로워했다. 아는노래는 따라부르며 , 모르는 노래는 찾아들어가며 - 한 이야기, 한 이야기 고개끄덕여가며 작가의 외로웠던 시간들을 함께했다. 어쩌면 작가의 외로움의 눈물짓는 우리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진 노래를 듣고싶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더이상 외롭지 않은 건 아닐까? 그래서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으나 입은 웃고있었고, 마음 한켠은 눅눅히 젖어들어갔으나 다른 한켠은 햇빛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외롭다는 걸 인정하게 되버린 순간은 씁쓸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씁쓸한 외로움을 즐기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내가 외로운게 당연한 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 세상에 이유야 어찌됐든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많아서 외롭고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어서 외롭다. 사랑이 많은 사람은 사랑이 많아 외롭고 사랑이 없는 사람은 사랑이 없어 외롭다.

쉽게 말해 세상사람 모두가 외로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외롭다 생각이 들때면 내 감정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보다 그 감정을 토닥토닥 이해해주고, 고개 끄덕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낄때가 많다. 이 책은 내 감정을 해결해 주진 못했지만 그 감정을 이해해주었다. 물론 그랬기때문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맘껏 허덕였기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추억을 되돌아보는 일 또한 당연하게 여겼고 그렇게 추억을 거슬러 생각하다보니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걸 외면하는 것보다 인정하는 편이 훨씬 덜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너무나 흔하고도 흔한 말이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그 말이

"외로움" 이란 너무나 흔하고도 흔한 감정이지만 떨쳐내기엔 어려운 감정과 맞물릴 줄이야.

작가의 말처럼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건 바로 그. 때. 그. 외. 로. 움.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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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 개정판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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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쿠다히데오, 공중그네는 고등학교 때 도서관을 생각나게 만든다. 그리 크지 않았던 도서관이었지만 높은 곳에 있는 책은 꺼내기 애먹었기도 했는데,

공중그네 역시 조금은 높은 곳에 있었다. 까치발을 들어서 꺼내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공중그네를 접한 18살의 나는 적잖이 충격적을 받았었다. 그 당시 공중그네의 홍보문구는 대충 이런식이었다. ' 서울대 도서관 대출율 1위 ' , ' 서울대학생들이라면 꼭 읽는 책 ' 사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그 홍보문구를 보고 피식 비웃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랬으니까 -

이 책의 주인공인 이라부가 그 홍보문구를 봤으면 아마 1초의 망설임 없이 찢었으리라 .

어쨌든, 내가 공중그네를 읽고 충격을 받았던 건 이상하게도 이라부가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직업이 의사인 그는 의사답지 않았고, 미친놈같아 보였으나 고등학생인 나에게 필요한건 의사다운 의사가 아니라 돌아이 같은 이라부였나보다.

이 책의 제목은 인더풀인데 , 앞서 공중그네를 얘기를 많이했냐하면 내가 공중그네같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던 책,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무거워지면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바라보며 그 무게를 덜어내 준 공중그네를 새롭게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내게 이 책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대가 조금 컸다고 해야할까? 내가 아는 미친놈 이라부는 약간 그 기운을 덜한 듯 했다.

원래 원작보다 나은 후속작은 없다라는 말이 있기야 하지만, 나는 좀 더 돌아이 기질이 많은 이라부를 원했는데, 이 책의 이라부는 여전히 이라부였다.

그래서 살짝 실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공중그네는 깔깔거리며 읽었는데 이 책은 그저 그래 이라부라면 이래야지, 어 ? 내가 아는 이라부는 여기서 더 미쳐야하는데, 이런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시간이 흐른만큼 내 마음의 이라부는 처음의 그 강렬한 기억으로 그 기운만을 더욱 더 짙게 만들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망을 하긴 했지만 이 책은 공중그네 옆에 꽂혀졌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이 전해주는 미친 정신과의사 이라부의 기운을 잊지않고 내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어쩌면 바보같을 수도 있는, 어쩌면 너무 순진할 수도 있는 그런 이라부의 성격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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