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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중고서점에 가서 제목만 보고 , 첫 페이지만 보고 가져와버렸다. 근처 카페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집에 오늘 길 내내 그리고 집에 와서까지도 이 책을 들고 있었다. 사실 읽기 전에는 안그래도 먹먹한 마음 더 먹먹해지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개운해진 느낌이다.
말그대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얘기이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게 , 이루어질 수 없는 것도 전제로 하던가?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기보단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운명적이었다고 말하겠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서로가 함께했던 넉달의 시간들로 30년이라는 세월을 이겨버린, 그런 운명적인 사랑.
내게 누군가 이런 사랑하고 싶냐고 한다면, 난 1초의 망설임 없이 거절하겠다.
너무 쓸쓸하고 슬픈 그런 감정적인 것을 떠나 운명과 사랑 이 두 단어 때문에 아파할 사람과 시간이 너무 많아진다.
몇달 뒤 결혼을 해야하는 남자 유타카와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되버린 여자 토우코.
방콕이라는 배경에서 둘은 넉달간 너무나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되는데, 결국엔 유타카는 현실적으로 결혼을 한다.
하지만 유타카만 현실을 택했을뿐 토우코는 현실적이지 않은 그리움을 택했다.
유타카가 가정을 꾸리고 승승장구 할 그 삼십년이란 시간동안 토우코의 그리움의 향기는 짙어가고, 혼자서 그 향기를 감당하고자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 그래, 그러니까 감정이란건 함부로 던지는게 아니다 '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유타코가 뜨거운 마음보다 뜨거운 후회를 택했으면 어땠을까. 어차피 그리워하며 살거, 맘껏 사랑하지 않은채로 그리워했다면 조금이라도 짧은 시간만큼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라고 냉정하게 뜨거운 후회를 택할 수 있었을까.하는 마음도 든다. 어떤 선택을 했던 그리움과 후회는 뜨거울 것이다. 그게 사랑이 가지고있는 함정이니까. 평생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사는 토우코의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을 뿐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죽을 때, 사랑받는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당신은 어느쪽이냐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그 질문에 답했다. 나도 주인공들처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고, 하지만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 기억도 같이 떠올리면 너무나 행복하겠다고, 그러면 죽는다는게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을 것 같다고 -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두세번 읽었었지만 그 외에 작품들은 읽어보지 않았다. 그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도 왠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연장선일 것만 같아 마음이 가질 않았고, <사랑을 주세요>도 같은 맥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왠지 나 이 작품 때문에 이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그 한가지만을 얘기하는 , 그런 소설. 난 그런 소설이 너무 좋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 책이 그랬다. 그래서 츠지 히토나리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