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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 개정판 ㅣ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내게 오쿠다히데오, 공중그네는 고등학교 때 도서관을 생각나게 만든다. 그리 크지 않았던 도서관이었지만 높은 곳에 있는 책은 꺼내기 애먹었기도 했는데,
공중그네 역시 조금은 높은 곳에 있었다. 까치발을 들어서 꺼내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공중그네를 접한 18살의 나는 적잖이 충격적을 받았었다. 그 당시 공중그네의 홍보문구는 대충 이런식이었다. ' 서울대 도서관 대출율 1위 ' , ' 서울대학생들이라면 꼭 읽는 책 ' 사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그 홍보문구를 보고 피식 비웃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랬으니까 -
이 책의 주인공인 이라부가 그 홍보문구를 봤으면 아마 1초의 망설임 없이 찢었으리라 .
어쨌든, 내가 공중그네를 읽고 충격을 받았던 건 이상하게도 이라부가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직업이 의사인 그는 의사답지 않았고, 미친놈같아 보였으나 고등학생인 나에게 필요한건 의사다운 의사가 아니라 돌아이 같은 이라부였나보다.
이 책의 제목은 인더풀인데 , 앞서 공중그네를 얘기를 많이했냐하면 내가 공중그네같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던 책,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무거워지면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바라보며 그 무게를 덜어내 준 공중그네를 새롭게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내게 이 책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대가 조금 컸다고 해야할까? 내가 아는 미친놈 이라부는 약간 그 기운을 덜한 듯 했다.
원래 원작보다 나은 후속작은 없다라는 말이 있기야 하지만, 나는 좀 더 돌아이 기질이 많은 이라부를 원했는데, 이 책의 이라부는 여전히 이라부였다.
그래서 살짝 실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공중그네는 깔깔거리며 읽었는데 이 책은 그저 그래 이라부라면 이래야지, 어 ? 내가 아는 이라부는 여기서 더 미쳐야하는데, 이런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시간이 흐른만큼 내 마음의 이라부는 처음의 그 강렬한 기억으로 그 기운만을 더욱 더 짙게 만들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망을 하긴 했지만 이 책은 공중그네 옆에 꽂혀졌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이 전해주는 미친 정신과의사 이라부의 기운을 잊지않고 내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어쩌면 바보같을 수도 있는, 어쩌면 너무 순진할 수도 있는 그런 이라부의 성격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