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의학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려서 식이요법 책이나 초본서(草本書)가 무수히 쏟아져나왔이 책들은 모두 육두구나 다른 향료들이 여러 가지 그리 심가지 않은 질병을 다스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기술해 놓았L 가슴에서 울리는 듯한 기침이 나면 육두구를 넣고 따뜻하게데운 와인을 권해 주었다. 정향은 이통(耳痛) 치료에 효과적이며, 후추는 감기를 없애준다고 적혀 있다. 갑작스런 호흡곤란을일으키는 사람들에게는 소두구(열대 아시아산 생강과의 향료식물― 옮긴이), 계피, 육두구 등 열다섯 가지 향료를 넣은 포푸리(potpourri)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권해 주었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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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문학동네 시인선 127
윤제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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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불온한 생각도 아직은 더러 있는데,
꺼내놓을 용기가 없다.
대부분 옛사람 옛글이 시키는 대로
다소곳이
상부의 명령과 지시에
고분고분

고향에 보내는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ㅡp.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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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타령 
ㅡ명창 김연수*를 생각함

이빨이 다 망가진 판소리 명창이 이 좀 해넣어야겠다고 문화재관리국에 사정하니, 알았다 돈을 줄 테니 고쳐라 해서 
외상으로 이를 해 박았는데 아무도 갚아주지 못했네. 나중엔 천식으로 다 죽게 생겼는데도 고쳐주질 못했네.

천상의 악기가 길게 누워서
허기진 공명통으로 구음(口音)이나 내고 있는데
자명고처럼 우는데
문화재관리국은 멀거니 지켜보기만 했다네.

말하자면, 일국(一國)에
악기 수리비 몇 푼이 없었던 것이네.

그래서 그냥
묻어버렸다네
전라남도 고흥
땅끝에,

* 김연수 (1907~1974).

p.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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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식은 중요하다. 에덴 전과 에덴 후를 나눌 수있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선악과를 먹으면서인간은 성에 눈을 떴고, 에덴을 나온 후 인간은 성 7과 종족 번식의 과정에서 사랑을 창출해냈다. 성 -적 끌림에 근거한 감정적 소통과 소유(혹은 합일)욕망이라고, 사랑을 편하게 규정한다 해도 큰 이견은 없으리라. 여기서 성적 끌림은 유전자 전승을 위한 번식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성적 끌림에는 번식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안드로이드의 수명은 4년이다. 왜 4년으로 수명을 한정했는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다. 안드로이드는 성적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아마 사랑할 수 있겠지만 번식이 불가능할뿐더러그들의 사랑에는 수만 년 이어진 인류 번식의 흔적이 부재하다. 하루살이에게 입이 필요 없듯 그들에게 번식의 흔적은 무용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흔적을 가진 것처럼 사랑한다. 수명이 4년 이다 보니 애초에 성체로 만들어져야 했고, 당연히 인간에게 주어진 성장기가 그들에겐 없다.
ㅡ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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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판소리 적벽가 〈군사설움타령>을 듣는다.
조조의 병사들 신세한탄이다.
 제 처지가 얼마나 기막힌지 들어보라며,
좌우를 밀치고 나서는 군사 사설마다.
울음이 반이다.
제가 제일 서럽다며
천지간에 누가 저만큼 딱하고 원통하겠느냐고,
제 얘기 먼저 들어 달라고
나한테까지 하소연이다.
슬픔에 우열이 어디 있으랴.
무등(無等)이다.
줄 세우기도 난감하고,
줄 것도 없다.
시 쓰는 일 말고, 이삼 년만 익히면
보태주고 나눠줄 것이 많은 일을
배울 걸 그랬다.

2019년 가을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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