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옵스큐라
나를 모르면서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는 한 명이 아니고 그들은 집단이 아니고 나는 간혹 기억되는 듯하고 내가 안다는 걸,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걸모르는 체하곤 한다
화재 경보음을 들을 때, 교통사고 현장의 스키드마크,
영아의 손에 닿지 않도록 높이 달아둔 모빌의 무게, 그것부딪히는 소리, 자개장 경첩의 움직임, 접히고 펼쳐지는라텍스 매트리스, 엘리베이터의 정원 초과 안내 음성, 담장 너머 라일락 향기, 부드럽게 퍼져 넘치는 인조가죽 소파의 광택, 금세 연소하는
불꽃놀이의 빛.
날씨의 기록과 불쑥 자라나는 유령들
가뿐히 넘어설 때 그것 모두 이곳의 나를 뒤돌게 하는것들이었고 어디서 익숙한 이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건 내 이름이 맞지만 이제 더는 내가 아니에요. -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