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옵스큐라

나를 모르면서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는 한 명이 아니고 그들은 집단이 아니고 나는 간혹 기억되는 듯하고 내가 안다는 걸,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걸모르는 체하곤 한다

화재 경보음을 들을 때, 교통사고 현장의 스키드마크,
영아의 손에 닿지 않도록 높이 달아둔 모빌의 무게, 그것부딪히는 소리, 자개장 경첩의 움직임, 접히고 펼쳐지는라텍스 매트리스, 엘리베이터의 정원 초과 안내 음성, 담장 너머 라일락 향기, 부드럽게 퍼져 넘치는 인조가죽 소파의 광택, 금세 연소하는

불꽃놀이의 빛.

날씨의 기록과 불쑥 자라나는 유령들

가뿐히 넘어설 때 그것 모두 이곳의 나를 뒤돌게 하는것들이었고 어디서 익숙한 이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건 내 이름이 맞지만 이제 더는 내가 아니에요. - P16

사랑 없는 기쁨

우리는 개천을 따라 걸으며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새를보았다. 흰 새는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날고 있지않았다. 이 겨울에는 모르는 사람과 손잡을 수도 있었다.계절이 바뀌어도 서로의 곁에 남아 좋아하는 음식을 번갈아 먹으며 세계에 없던 새로운 언어를 개발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끝은 길이 없을 것처럼 이어져 있었고


우리는 길 위를 걷고 있었지만 그것은 물 위를 걷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나눠줄 손이 부족한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집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 - P36

알 수 없는 순간, 작은 불을 켰다 그것은 멀리까지는 밝힐 수 없는데
진실은 어쩐지 언제나 여기보다 더 먼 곳에 있어
큰 소리로 흥얼거리는 노래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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