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것 중에 뭐라도 소용이 있는 건 없어요?" 아들이 끈질기게 물었다. "있지." 대답이 무심코 튀어나왔다. "시." "어떤 시요?" 아들이 물었다. 나는 최근에 기억을 더듬어 찾아내고는 이상하게 격려를 받은 듯했던 진부한 시구 두 개를 인용했다. 스윈번‘의 <프로세르피나의 정원>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과 랜더‘의 〈그의일흔다섯 번째 생일에>에서 인용한 구절이었다.
어느 신이 됐든
우리는 조촐한 축제를 열어 감사했다
어떤 생명도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죽은자는 절대 다시 살아올 수 없다는 것을
가장 느리게 흐르는 강물도
구불구불 흘러 틀림없이 바다에 닿는다는 것을,
-스윈번, <프로세르피나의 정원>에서 - P76
그러고는 깨어나 일 년을 더 살았다.
그의 시집인 《닫힌 책>에 <사망 지침서〉라는 제목을 단 짧은 시가 있다. 당연히 그저 수사적인 제목은 아니다. 나이와 습관이 나와 같은 사람, 나는 그를 살리지 못했다. 나는 무용지물인가? 세상에 정의 같은 건 없나? 음, 아니다. 생물학의 많은 부분이 우연이고, 시공간을 초월한 어떤 무한한 힘이 작용한다고 인정하더라도그 우연을 바꾸거나 피할 수는 없다. 의학은 세상의 경로를 아주조금 변경할 뿐이다. 우리는 여러 암이나 유전병, 노화를 썩 잘 치료하지 못한다. 그리고 당연히 치료는 치유와 다르다. 최선의 치료라 해봐야 조언과 위로 정도밖에 없는 때도 가끔 있다. -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