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외양을 면밀히 살피고 표시를 남기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화가들은 드로잉이, 다급한 작업일 경우에,
양방향의 과정임을 알고 있다. 그리는 행위는 측정하고 옮기는 과정일 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라봄의 밀도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그리는 이는 자신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 대상의 외양으로부터 똑같이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자코메티는 그 점을 보여 주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 두 에너지의 마주침, 둘 사이의 대화는 질문과 대답의 형식을취하지 않는다. 그것은 맹렬하지만 소리내 말하지 않는 대화다.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하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굴을 파는 작업, 외양 아래로 굴을 파는 것과 비슷하다. 위대한 이미지는 두개의 터널이 만나서 완벽하게 맞아 들어갈 때 탄생한다. 종종 대화는아주 짧게, 거의 순식간에 일어난다. 마치 무언가를 던지고 받을 때처럼.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