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온다 리쿠'의 30주년 기념작 <스프링>을 만났다.
전작 <꿀벌과 천둥>에서 피아노 천재들이 콩쿨에 참여하는 스토리를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 문장으로 펼쳐주어 푹 빠져 읽은 뒤라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은 상태였다.
역시나! 감탄 그자체!
예술 작품을 바로 앞에서 관람하는 듯한 뛰어난 현장감과 생동감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책을 펼쳐 활자를 보고 있는데 4D 화면이 눈앞 펼쳐진 듯한 경험을 선사하고 소설의 한계를 초월한 아름다움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감동을 다가왔다.
<초콜릿 코스모스>에서는 연극 무대를, <꿀벌과 천둥>에서는 피아노 콩쿨 무대를, 이번 <스프링>에서는 발레 무대를 배경으로 천재 예술가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 '예술가 소설' 3부작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
소설은 발레에 굉장한 재능을 가진 천재 소년 요로즈 하루가 어떤 식으로 세상과 접촉하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예술늘 꽃피워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소설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발레 학교 친구이자 동료 '후카쓰 준'의 시점으로 어릴 때부터 탁월한 재능을 보인 하루의 청소년기를 보여준다.
2부는 대학교수인 '미노루' 삼촌의 시점으로 하루의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세상을 관찰하고 성찰하며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예술가의 사유 과정을 잘 그려준다.
3부는 친구이자 하루의 뮤즈 작곡가 '다키자와 나나세'의 시점으로 안무가와 작곡가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4부는 타인의 시점이 아닌 하루 본인이 화자가 되어 좀 더 내밀하고 은밀한 자신의 진짜 모습이 그려진다.
/
난 말이야, 뭔가가 납득이 되면 여기가 딸깍 하고 울리거든.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댔다. 사실 그 체조 클럽에서 공중회전을 했을 때는 딸깍 하고 울렸어. 그건 신기했지. 그때 뭔가 예감은 했던 것 같아.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엄마가 물어봤을 때, 그 장소는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느꼈어. 흐음. 그럼 그때는 아직 발레가 머릿속에 없었던 거네.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발레의 ‘ㅂ’도 없었어. 내 사전에는 아직 ‘발레’가 없었지. 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는 문득 먼 곳을 바라봤다. (p131-132)
춤은 기도를 닮았다.
<봄의 제전>을 만드는 동안 그런 생각을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하고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기도하는지는 모른다. 내가 나에게 기도하는 것인지, 내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것인지. 춤추는 행위가 기도인지, 기도하는 행위가 춤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그 부분은 혼돈에 차 있어서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
오늘 하루도 온전히 춤출 수 있기를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춤출 수 있기를. (p437)
/
온다 리쿠의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은 하루의 세계로 몰입시키며, 천재와 평범함의 경계를 성찰하게 한다.
발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온다 리쿠의 글은 발레 무대의 한가운데로 데려가고, 예술의 환희와 절망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발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경의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황홀함을,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도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그들만의 스프링보드를 찾는 데 훌륭한 영감이 될 것이다.
발레나 예술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온다 리쿠의 이전 작품인 <꿀벌과 천둥>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 그리고 한 인물의 복합적인 성장과 인간 관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