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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ㅣ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네가 되어 줄게
조남주 장편소설
요즘 문학동네 청소년 소설을 자주 접하고 있다.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된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즐비해 있어서 내가 권하든 아이가 고르든 모두 다 만족하며 흥미롭게 읽고 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으로 알린 조남주 작가의 두번째 청소년 소설이 새로 출간되어 만나보게 되었다.
앞서 출간됐던 <귤의 맛>도 사춘기나 과도기로 명명되는 시기를 쉽게 규정하지 않고, 어차피 지나갈 일, 별것 아닌 일, 누구나 겪는 과정으로 폄하하지 않고 그 자체의 무게와 의미로 바라보고 싶어 한 작가의 다정한 응시가 담겨 있어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 <네가 되어 줄게> 는 1980년생 엄마와 2010년생 딸이 서로에 대한 오해가 최절정이던 순간에, 7일간 서로의 삶이 바뀌는 체험을 하는 타임 슬립과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로 결국 서로의 진심을 공감하며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전개된다.

딸 강윤슬은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삶으로
엄마 최수일은 2023년 중학생인 딸의 삶으로
타임 슬립과 영혼 체인지
요즘 웹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인기 콘텐츠의 기본 공식처럼 여겨지는 타임 슬립과 영혼 체인지라는 제법 익숙한 설정을 활용해 두 모녀가 서로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하고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저자의 능수능란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글솜씨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또 1993년과 2023년의 학교를 배경으로 당시 청소년들과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을 살펴보는 재미와 함께, 청소년기를 지나온 어른들에겐 추억과 공감을 불러오고, 지금 청소년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에겐 자신들을 알아주는 소설이라 흥미를 더할 것이다.
책의 배경 중 하나인 90년대 중.고교 시절을 지나온 나와 현재 사춘기가 다가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내가, 책 속 인물 수일과 윤슬이 되어 읽게되니 피식 웃음이 났다가, 또르륵 마음이 시리기도 하는 공감의 포인트들이 많아 더 재미나게 읽은 것 같다.
책을 통해 최측근으로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느끼지만 막상 깊게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모르는게 더 많은 딸과 엄마 사이, 또 가족과의 관계를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고 마주하게 되는 변화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따뜻하게 보듬게 되는 계기가 되어, 현재 자녀와 나의 관계, 부모님과 나의 관계를 오롯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엄마와 딸이라도
매일 매 순간 좋을 수는 없지 않을까.
나는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믿게 됐다.
그거면 됐지.
호르몬의 변화로 극심한 감정 기복과 심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부모라면, 이 책이 서로를 공감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 한번 읽어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사춘기의 자녀를 키우는 엄마 입장이다 보니, 책 속 엄마인 수일의 대사나 감정에 특히 더 많이 공감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공유하며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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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완벽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엄마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과 시간을 최대한 윤슬이에게 맞춰온 것은 사실이다. (...) 나는 윤슬이에게 사랑을 주려 애쓰고, 동시에 엄마의 사랑을 받는 윤슬이를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내 노력을 멈추지 못했다. 사랑받는 일이 당연한 윤슬이가 부럽고 궁금했다.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 이상한 마음이 이 이상한 상황을 초래한 것 같다.
윤슬이 보고싶다. (...) 윤슬이 때문에 못 살 것 같았는데 윤슬이 없이도 못 살겠다.
p 70
나와 열 달 동안 한 몸이던, 그러고도 한참을 내 품 안에 있던 아기는 이미 우리의 세상에서 한 발을 뺐다. 윤슬이는 요즘 나에게서 부쩍부쩍 멀어지고 있다. (...) 윤슬이는 윤슬이의 시간, 윤슬이의 공간, 윤슬이의 인간관계를 만들며 자신만의 세상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는 중이다. 그걸 잘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다리고 돕는 기 내 역할이라는 갓을 안다. 하지만 떠나보내려고 시작하는 관계가 있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을 알면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관계가 또 있을까.
p 123
자식이 언제까지고 부모 손바닥 안에 있을 수는 없다. 미더워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믿어 주는 거고 다 크지는 않았지만 크고 있으니까 보내 주는 것이다.
요즘 애들 참 좋겠다고, 재밌게 산다고 너무 쉽게 말했던 것 같다. 없는 시간 쪼개고, 주말을 포기하고, 경쟁과 압박을 견디며 그 안에서 스스로 작은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건데. 부러운 마음, 안쓰러운 마음, 기특한 마음이 교차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