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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꿈을 찾고, 꿈을 좇는, 그 꿈을 닮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나의 돈키호테
MY DON QUIXOTE
김호연
150만부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K-힐링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이 이번에는 꿈을 좇아 모험을 감행하는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이야기로 돌아왔다.
<나의 돈키호테>는 스토리텔링의 장인인 김호연 작가의 휘몰아치는 필력으로, 스펙터클한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엮어 단숨에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최강의 흡입력, 몰입력으로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당신도 만나고 싶은 추억 속 사람이 있나요?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 '진솔'은 자신이 기획했던 <도시 탐험대>라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잘린 뒤 좌절한 채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엄마의 잔소리 속에 개인 유튜브 방송을 구상하던 솔은 카페로 바뀐 옛날 비디오 가게 자리에서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행방이 묘연한 돈 아저씨 찾기 작업과 동시에 그때 그 시절 아저씨의 추천으로 읽고 본 책과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시작한다.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던 돈 아저씨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온갖 영화를 섭렵하며 시나리오를 쓰던 사람이었다. 돈키호테를 닮은 아저씨는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는 꿈을 꾸며, 비디오 가게를 접은 후에도 지하에 칩거해 글을 쓰던 중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다.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은 숭고하다. 그것이 돈키호테의 존재 이유니까. 아저씨의 필사 노트로 완독한 『돈키호테』의 주제 역시 꿈을 향한 모험을 펼치라는 것이었다. 쉰 살이 넘은 시골 기사가 세상의 정의를 세우겠다고 길을 떠나는 설정 자체가 ‘꿈꾸고 있네’라는 핀잔을 들을 일이다. 하지만 꿈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지금 나 스스로가 돈벌이도 안 되는, 이제 얼굴도 희미한 아저씨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하고 있기에 느끼는 바가 크다. 내 인생 3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다고, 가슴이 뛰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게 꿈이다. 밤잠을 방해하는 꿈이 아니라 낮에 꾸는 꿈 말이다.
p134
돈 아저씨를 찾는 이 여정은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성장 서사와 닿아 있으며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모험이기도 했다. 처음 돈키호테 비디오의 간판이 놓인 이 공간과 재회한 순간 아저씨가 몹시 그리워졌고, 그를 추억하고 추적하면서 유튜브 채널도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나는 유튜브를 떡상시키고 싶어 돈 아저씨를 찾는 건 아니다. 아저씨를 만나는 일이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 이유를 스스로 알아가고 구독자들에게도 납득시키는 과정이 야말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단다. 『돈키호테』가 잉태된 이곳, 세르반테스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보낸 이곳이 내게 용기를 줄 수 있겠더라고.”
“어떤 용기요?”
“네가 말한 그 돈키호테의 열정. 어쩌면 광기. 그러니까 싸울 수 있다는 용기. 정의와 자유를 위해 거악에 맞서는 선한 힘이라는 용기.”
“돈 아저씨와 나, 그리고 라만차 클럽과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아미고스. 우린 모두 친구다. 우정이란 말은 썸과는 달라서 뭉뚱그려 표현해도 곧잘 통했다. 친구가 아니었던 사람에게도 우정이란 말을 붙이는 순간 친구가 되곤 했다. 함께 꿈을 나누고 모험을 떠난 순간에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작가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돈키호테가 되고자 했던 돈 아저씨와, 그 아저씨를 찾아 나선 솔이 15년의 세월을 오가며 벌이는 숨바꼭질과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레트로풍의 소재와 설정을 버무려 맛깔나게 펼쳐냈다.
책을 읽는내내 책 속 소재들과 나의 지난 추억을 소환하는 재미도 솔솔했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돈키호테라 부르는 독특한 주인 '돈 아저씨'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영화도 보고 토론을 하며 친구가 되고, 그곳에서 돈 아저씨의 지지와 성원 아래 가슴에 꿈을 품고 그것을 이루려고 나아가는 것의 가치를 어른이 되어도 잊지않고 지치고 힘들어도 펼쳐나가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꿈을 찾고, 꿈을 좇고, 그 꿈을 닮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며 마무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