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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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이라... 몇 년 읽었던 김정희 작가의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가 떠올랐다. 수학이라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 복잡한 공식을 대입시켜 문제를 풀어내고 더 많은 점수를 챙겨야하는 입시를 위한 교과목 중 하나이고, 그저 골머리 아픈 과목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김정희 작가는 수학은 철학과 그 뿌리를 같이하므로 다분히 철학적이며, 수학 속엔 문학과 예술, 역사와 인생이 숨어 있으며, 수학적 사고로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마침내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즐거운 것이라고 말했었다.

<다정한 수학책 > 역시 비슷한 늬앙스의 다정하고 따스하며 유쾌한 느낌이었다. 지금 배우고 있거나, 이미 배웠거나 학교에서는 절대로 배운 적이 없은 '수학 너머에 있는 수학적 생각'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천천히 읽어가며,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슬로 리딩'을 통해 수학의 깊이를 제대로 음미하며 만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와 저자가 직접 그린 엉뚱하고 유쾌한 스케치를 통해 내면의 수학적 사고를 깨우고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인 수전 다고스티노는 수학자이며, 여러 매체에 에세이를 발표한 과학 작가이기도 하다. 인류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인공지능이 미국의 대학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수학대중화에 기여한 업적으로 '오일러 북 프라이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부 '몸을 위한 수학'은 수학을 시작할 수 있는 친숙한 주제, 적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입로 역할을 해줄 주제를 다루고 있다.

2부 '마음을 의한 수학'은 1부보다는 조금 더 상세하고 어려운 내용을 다루며, 더 추상적이고 낯설고 재미있지만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3부 '영혼을 위한 수학'은 수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추상 수학을 다룸다. 집중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만큼 지적으로 큰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 종이를 접어 달에 닿기 (3장 논리적으로 추론하자)



한 고등학생이 직접 실험해 본 결과, 종이의 길이가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횟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번 접을 때마다 종이의 층은 2배가 된다.

종이의 두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 20번 접었을 때는 88m지만 50번 접으면 9437만 2930km나 된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대략 38만 3340km이니깐 종이를 접는 횟수는 40번보다는 많고 50번보다는 적어야 한다.

42번 접으면 36만 8644km, 43번 접으면 73만 7288km쯤 된다. 달까지의 거리를 훌쩍 넘는 두께가 되는 것이다.

"종이를 43번 접은 두께만큼 사랑해."

아이에게 잠들기 전 굿나잇 인사를 할때, 이런 수학 적 논리력을 활용해 이야기를 들려주면 수학과도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도 될 것 같다.



** 뫼비우스의 띠 (27장 탐험하자)



뫼비우스의 띠를 탐사하다 보면 다른 면으로 넘어갈 수 없어 애를 먹는다. 당연하다. 뫼비우스의 띠는 면이 하나인 물체이다.

직접 한 경험들이 한 사람의 세상을 형성한다. 언제나 바깥 면과 안쪽 면이 있거나 앞면과 뒷면이 있는 물체만 접했다면, 안쪽 면과 바깥쪽 면도 없고 앞면도 뒷면도 없는 물체를 봤을 때 깜짝 놀랄 것이다.

수학을 공부하고 인생을 탐구해나가는 동안 우리의 관점은 점점 더 확장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확장된다면 훨씬 편하고, 더 자주 웃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 무작위 걷기 (40장 과정을 음미하자)



대장균은 뇌, 눈, 귀, 코도 없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부지런히 편모를 돌려 먹이가 많은 곳으로 갈 확률을 높인다. 앞으로 나가고 제자리를 도는 과정을 반복하며 무작위로 움직인다.

대장균이 앞으로 나아가는 거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다양하므로 '편향된' 무작위 걷기이다.

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면 정해진 방향 없이 무작위로 걷는 느낌이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풍부한 영감이 있는 곳으로 갈수 있도록 '편향된' 걸음을 걸어보라 추천한다.

영감이 풍부하면 좀 더 깊이 읽고, 멀리 오래 달려보고, 길게 대화하고, 어려운 문제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반대로 영감이 부족하면 새로운 책을 찾아 읽고,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고, 다른 문제를 풀어보는 등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발걸을을 돌려도 좋다.

완벽하게 무작위로 걷는데 필요한 시간은 우리에게 충분하고, 진정한 탐구는 답을 찾지 못해도 명예로우니, 과정을 즐기고 음미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매듭 이론, 피보나치수열, 황금 사각형, 펜로즈 패턴, 쌍둥이 소수, 무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위상 수학 등 다양한 수학 주제를 다정하고 친절한 문체와 위트있고 포인트를 담은 스케치를 통해 보다 쉽게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관점을 바꾸고, 비교를 거부하고, 신념을 가지고, 더 자주 실패하고, 아름다움을 찾고, 상상력을 기르고, 답이 있는 문제에 고마워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만의 속도로 걷고, 성공의 의미를 정의해볼 수 있었다.

부디 수전 다고스티노의 보다 재미있고 기발한 수학 이야기가 담긴 <다정한 수학책 >을 한번 펼쳐보며, 내안에 잠자고 있던 수학자가 깨어나는 순간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수학은 지금 당장을 위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 성적을 받으려고, 학점을 따려고,

학위를 얻으려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

주변 어디에나 있는 수학에

스스로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교실 안에서건, 교실 밖에서건,

수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하고 있다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

내면의 수학자가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생을 관찰해나가자.

다정한 수학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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