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크
라문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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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그렇지.

이런 소설을 두고 페이지터너라 부르지.

거침없이 넘어가는 페이지에 순식간에 책장의 마지막을 덮는 나를 발견했다.

80년대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진보와 보수.

...

소재는 솔직히 아주 뻔하거나 아주 지겹거나 아주 어려울 수 있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소재임이 분명한데, 작가는 밀당의 고수같은 문장과 탄탄한 플롯으로 자꾸 독자로 하여금 책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신 분이라 짐작하게 만들었다.

라문찬 작가는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이며 다른 필명으로 몇 권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앞으로 추리나 미스터리를 기본으로 한 융합장르소설을 쓰고 싶다는 포부가, 이번 첫 장편소설을 읽으며 아, 이 작가의 차기작들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리고 영화로 제작되어도 현재 한창 흥행중인 '서울의 봄'처럼 흥행, 화제성에서도 빠지지 않으리라 혼자 생각해봤다.




먼저 제목으로 쓰인 드보크(Dvoke)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드보크는 공작원들이 공작금이나 권총 같은 장비를 전달할 때 쓰는 무인함으로, 주로 인적이 드문 야산의 바위나 비석 아래에 구덩이를 파서 습기가 차지 않게 플라스틱 통이나 병 등에 담아 묻어 놓는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드보크는 소설의 제목이니만큼 소설의 아주 큰 반전을 제시하는 장소로 소설의 흥미를 돋운다.



정치는 흑과 백을 따지지만

진실은 언제나 회색빛이야.

그래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결국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그래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기자의 소명이지.

한쪽 진영의 편에 서서

회색을 흑과 백으로 덧칠하는 순간

진실은 멀어지는 거야.

p31




1980년대 H대학의 학생운동으로 청춘을 불태운 두 남자가 30년 만에 세상에 다시없을 적으로 병원에서 재회한다. 학생운동가에서 어느덧 국회의원으로 변신에 성공한 경석은 옛 연인이었던 미영의 투병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성찬은 한때는 친구이자 동지였고, 이후에는 이념의 대립과 삼각관계로 적이 된 사이다. 미영의 남편인 성찬은 경석의 방문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피해준다. 하지만 경석의 방문은 옛 연인의 문병이라는 순수한 목적 때문이 아니다. 그는 찾는 것이 있었고,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칼에 끝장낼 '그것'은 미영의 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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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대학의 학생운동 양대 진영의 대립을 PD(평등파)의 성찬과 NL(자주파)의 경석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임팩트 있게 지루함 없이 잘 펼쳐주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부비트랩처럼 팡팡 터지는 반전과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이어져 끝까지 궁금증을 더하며 재미를 가져다준 소설이었다.

학생운동의 역사와 계보, 그 실체에 대해 이보다 더 뜨겁고 치밀하게 담고 있는 소설은 없으리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다 바치는 청춘들, 그들의 고민과 좌절, 사랑과 실연, 학생운동의 양대 진영인의 대립과 갈등 등을 때로는 뜨겁게, 또 때로는 서늘하도록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 채 그려낸다. 일방적인 찬양도 비판도, 흑백논리도 찾아볼 수 없다.

'양쪽 진영에서 욕을 먹더라도 회색빛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라고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독자로 하여금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전한다.

또한 학생운동의 경험이 없어 다양한 참고문헌들을 읽고 이해하며 고증하는데 들인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학생운동가들이 어떻게 현실 정치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힘을 모으고 권력을 유지하는지, 그들 조직문화와 사고를 낱낱이 파헤친 좀더 새롭고 독창적인 스릴러 소설에 목마른 독자라면 분명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게 될 소설이라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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