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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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철학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위트 넘치는 에세이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이 책의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저자의 이력이 눈에 띈다. 2016년부터 사이클 선수로 활약중이며, 중학교 때부터 철학한 심취하여 낭테르 대학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권의 책을 낸 젊은 철학자 겸 작가다.

이렇게 스포츠와 철학이라는 낯설고도 어색한 조합에 참신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자신만의 생각을 뚜렷하게 펼친 이 책은,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철학을 사이클이라는 경기에 여러 철학자들을 참여시켜 위트있게 풀어간다.

저자는 ‘사이클 선수 철학자’라는 의미로 ‘벨로조프’ 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독자가 사이클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철학적 담논들을 보다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상상의 문을 활짝 열게 해준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라는 매년 7월에 개최되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에 위대한 철학자들이 참여하여, 1. 투르를 준비하는 과정과 2. 경기를 직접 뛰는 과정 속에서 각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과 개념들을 보여준다.

저자가 선수로서 직접 경험한 현실과 유쾌한 픽션이 혼합된 이 독특한 책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스포츠 세계에 대한 모든 상투적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위트 넘치는 철학적인 판타지를 가미하여 독자에게 보다 친절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내 연구 목표는 분명했다.

스포츠를 철학의 한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스포츠를 통해 철학을 흔들고 교란하되

두 세계 사이에 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다리를 놓겠다는 것이었다.

p91

21~23일이라는 장기간 치러지는 경기니만큼, 몸의 한계까지 밀어부치는 이 힘겨움 속에서 여러 철학자가 자신의 철학 사상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신체와 인내, 희열, 다른 철학자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잘 담겨있다. 이는 가장 높은 단계의 육체적 수행이 정신적 활동의 적이 아님을 보여주고, ‘머리(철학)와 두 다리(스포츠)’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인간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앙리 베르그송

사이클 경기 용어들도 생소하고 철학에 대한 깊이가 없다보니 처음엔 머릿속이 조금 복잡하긴 했다. 하지만 저자의 유머와 활력 넘치는 이야기에 금새 매료되어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내가 알고 있던 철학자의 이미지와 다소 다른 묘사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저자가 포커싱을 둔 ‘생각하다’와 ‘행동하다’의 완벽한 합일을 이루어낸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속의 철학자들의 이 미친 서사는,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스포츠에 대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철학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는 친절하고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 같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는 철학 에세이.

철학자들과 함께 사이클 페달 한번 같이 밟아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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