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은 30년 뒤 마침내 꿀벌이 사라지고 인간이 식량 전쟁으로 절멸의 위기를 자초하는 2053년 지구를 가정한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선체험한 뒤 인류 구원 방책이 담긴 중세시대 예언서를 찾아 헤매고 인류의 멸절을 막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으러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담고 있다.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 미래는 겨울임에도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 기온은 43도가 넘고, 전 세계 인구는 150억 명에 달했다. 꿀벌까지 사라지면서 식량이 부족해 폭동이 벌어진다. 인간은 식량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동원해 제3차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쓰여 있다는 걸 알려 준다. 르네는 예언서를 찾아 전생의 자신을 찾아간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면서, 르네는 지구의 미래를 구할 힘은 꿀벌에 있고 현재의 바로 이 순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현재의 르네는 전생에게 미래의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꿀벌의 예언>을 집필하고자 한다.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성전 기사단의 탄생 과정과 책을 지키고자 하는 무리와 책을 차지하기 위한 무리로 갈라진 역사를 마주한다.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1권 p73)
내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과거 속에 있어.
내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도 과거 속에 있어.
비단 내 문제들뿐만이 아니야…….
(1권 156p)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전생을 찾아 여행하며 르네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 속에서 나온다는 것은 과거의 깊은 통찰이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소설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꽃식물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할 수 있으며, 꿀벌의 실종은 환경재난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는 추세로 농약 사용의 일반화를 꼽는 것과 더불어 중국에서 유입된 꿀벌응애의 확산과 등검은말벌의 침투로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심각한 위기임을 다시금 실감하는 책이었다.
나더러 이 예언서를 지키라고? 방금 기사단장한테 들은 얘기가 그의 가슴을 짓누른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이자 그가 포기하는 심정으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단장에게 물어본다.
'이 예언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요?'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이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네. 아주 먼 미래, 정확히는…… 2101년의 일까지 말이야.'
(2권 80p)
전체 식물종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을 할 수 있어요. 꿀벌의 실종은 우리가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환경 재난을 불러올 거예요. 꿀벌에 의한 수분을 사람이나 로봇을 이용한 인공 수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이미 중국에서 한 바 있어요. 하지만 효율이 형편없었죠. 꿀벌을 구하는 일은 여러 가지 환경 문제 중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2권 221p)
이 소설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예언이라 하고, 이미 지나간 시간을 퇴행 최면으로 되돌린다. 또한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만나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 베르베르만의 상상력이 더 극대화 되고, 주인공 르네를 따라 예언서를 추적하는 시간들이 치밀하고 격동적이어서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