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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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역시나 성실하게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해온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독보적인 상상력의 힘을 보여준 굉장한 소설이었다.

생생한 역사적 사실에 녹아낸 인물들은 살아 숨쉬는듯 선명했다. 탁월한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 또한 이 소설에서 큰 몫을 하는만큼 저자의 방대한 자료 찾기나 사전 준비 작업이 엄청 났을것을 생각하니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고, 대단한 존경심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꿀벌의 예언>은 30년 뒤 마침내 꿀벌이 사라지고 인간이 식량 전쟁으로 절멸의 위기를 자초하는 2053년 지구를 가정한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선체험한 뒤 인류 구원 방책이 담긴 중세시대 예언서를 찾아 헤매고 인류의 멸절을 막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으러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담고 있다.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 미래는 겨울임에도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 기온은 43도가 넘고, 전 세계 인구는 150억 명에 달했다. 꿀벌까지 사라지면서 식량이 부족해 폭동이 벌어진다. 인간은 식량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동원해 제3차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쓰여 있다는 걸 알려 준다. 르네는 예언서를 찾아 전생의 자신을 찾아간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면서, 르네는 지구의 미래를 구할 힘은 꿀벌에 있고 현재의 바로 이 순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현재의 르네는 전생에게 미래의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꿀벌의 예언>을 집필하고자 한다.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성전 기사단의 탄생 과정과 책을 지키고자 하는 무리와 책을 차지하기 위한 무리로 갈라진 역사를 마주한다.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1권 p73)

 

내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과거 속에 있어.

내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도 과거 속에 있어. 

비단 내 문제들뿐만이 아니야…….

(1권 156p)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전생을 찾아 여행하며 르네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 속에서 나온다는 것은  과거의 깊은 통찰이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소설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꽃식물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할 수 있으며, 꿀벌의 실종은 환경재난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는 추세로 농약 사용의 일반화를 꼽는 것과 더불어 중국에서 유입된 꿀벌응애의 확산과 등검은말벌의 침투로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심각한 위기임을 다시금 실감하는 책이었다.

 

나더러 이 예언서를 지키라고? 방금 기사단장한테 들은 얘기가 그의 가슴을 짓누른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이자 그가 포기하는 심정으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단장에게 물어본다.

'이 예언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요?'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이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다네. 아주 먼 미래, 정확히는…… 2101년의 일까지 말이야.'

(2권 80p)

 

전체 식물종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을 할 수 있어요. 꿀벌의 실종은 우리가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환경 재난을 불러올 거예요. 꿀벌에 의한 수분을 사람이나 로봇을 이용한 인공 수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이미 중국에서 한 바 있어요. 하지만 효율이 형편없었죠. 꿀벌을 구하는 일은 여러 가지 환경 문제 중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투쟁입니다.

(2권 221p)

 

이 소설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예언이라 하고, 이미 지나간 시간을 퇴행 최면으로 되돌린다. 또한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만나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 베르베르만의 상상력이 더 극대화 되고, 주인공 르네를 따라 예언서를 추적하는 시간들이 치밀하고 격동적이어서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2023년 올해는 저자의 데뷔작 <개미>가 국내에 소개된 지 30년 되는 해로, 지난 5월에는 첫 자전 에세이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도 출간되어 읽어 보았는데, 성실한 작가답게 그의 일상 자체가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느껴져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베르베르는 <꿀벌의 예언> 방한 인터뷰에서 '꿀벌들의 멸종위기를 통해 인간과 자연관계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꿀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썼다'고 한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 뿐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 지구가 처한 위기를 좀더 면밀히 마주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자연 생태계와 환경를 아끼고 보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다고 다시 한번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과학적, 역사적 지식들이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결합되는 세계, <베르베르 월드>라고 부를 만한 이 독보적인 세계를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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