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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도둑과 슈퍼히어로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4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피파 커닉 그림, 정회성 옮김 / 다봄 / 2023년 6월
평점 :

책의 저자인 온잘리 Q. 라우프는 베스트셀러 아동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심히 풀어내는 작가로, 여성과 아동들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이들을 위한 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저서로는 <교실 뒤의 소년> <내 창문 밖의 별> 등이 있다.

이번에 만나 본 <얼굴없는 도둑과 슈퍼히어로>는 영국 런던의 나이트 버스 노선을 따라 벌어지는 공공 예술품 도난 사건의 진짜 도둑을 찾는 과정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헥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썽꾸러기, 악동, 문제아이다. 학교에서 온갖 장난으로 친구들의 미움을 사고, 선생님께도 이미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그래서 자신이 그리지도 않은 선생님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린 범인으로 지목 받는다. 진짜 범인은 모범생 카리나이지만, 아무리 자신이 결백하다고 말해도 평소의 행동으로 인해 믿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도 선생님의 이야기만 듣고 헥터에게 사과 편지를 쓰라고 할 뿐, 헥터에게 자초지종을 묻지 않는다.
그런데 헥터의 억울함은 엉뚱하게도 공원 벤치가 보금자리인 노숙자 노인 토마스를 향한다. 그저 토마스의 털모자를 뺏는 정도의 장난만 치려고 했는데, 토마스가 소중히 여기는 손수레를 호수에 빠트리는 큰일로 번진다.
그 와중에 런던에서는 공공예술품이 훼손되거나 도난 당하는 사건이 자꾸 일어난다. 밤 늦도록 거리를 떠돌던 헥터는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이 괴롭혔던 노숙자 토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범인이 토마스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비록 학교에서 아이들을 괴롭힐 궁리만 하는 문제아지만, 겁쟁이나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헥터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토마스의 누명도 벗겨주고자 진짜 도둑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편견과 혐오, 무관심 속에 내몰린 이들은 스스로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나는 그 그림은 정말 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내가 그렸다면 더 우스꽝스럽게 더 잘 그렸을 거라고. 하지만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어른이 자신을 믿으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만 돕는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어른은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 게다가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모두를 실망시켜 왔기 때문에 뭐 새로울 것은 없었다.
내가 그 바보 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누가 신경이라도 썼는가? 내가 그 호텔 방에 불을 지를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에 누가 신경이라도 썼는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채 문제를 일으켰던 다른 때에도 내가 말썽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누가 신경이라도 썼는가?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진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상 당연히 내가 죄를 졌다고 생각했다.
그 일흔두 명은 아마도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그들을 체포하고 거리에서 몰아내어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왜 내 배 속이 머리처럼 울렁거리는 걸까? 왜 나는 토머스 씨가 은발의 진짜 도둑 대신에 붙잡혀 감옥에 갈까 봐 걱정하는 것일까? 왜 나는 나 때문에 많은 노숙자들이 진짜 도둑 대신에 체포될까 봐 신경 쓰는 것일까?
p193
좋은 수가 있어. 하지만 나 혼자서는 못해. 도움이 필요해. 아주 작은 창문으로 들어갈 만한 작고 용감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p258
우리는 집도 은행 계좌도 기사 직위도 없다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뭔가를 하고는 그렇지 않은 척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우리는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지 않아요. 우리는 더 부자가 되고 더 권력을 갖기 위해 우리 도시를 훔치지 않는다오. 불쌍하고 냄새나는 해충과 닮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네스빗 경 당신인 것 같소. 우리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