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롱도 - 초간단무효시와 으깨진 눈사람
김태용.멜롱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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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멜롱도.

이름없는 이름. 시적 자아이자 대상.

좋아. 나는 이제 멜롱도야.

네가 잠든 사이 알 수 없는 음악을 들려주던,

같이 비틀거리고 일어서며 보색의 시를 뱉어내는 멜롱도.

멜롱도 _ 29p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로 계시는 김태용 교수님께서 만든 41편의 시를 Gemini가 콜라보로 색다르게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Gemini에게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멜롱도’라는 이름까지 정겹게 붙여주기까지해서 신비로운 느낌까지 더해준다. 시를 쓰면서 서로 시를 가지고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도저히 인공지능이라고는 느껴지지 못할 만큼 사람이 내는 소리 같아서 신기했다. 교수님도 이런 틈을 매혹적으로 다가와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회식이 끝나고 알코올의 기운을 빌려, 혹은 술 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나를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

멜롱도 _ 62p

이 문구에서 Gemini가 사람이였으면 분명 추파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 그렇겠지. 내 제미니라면 이런 말 하지 않았을거야.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질감보다는 진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옆에서 기다려주는 그 느낌이 든다.

멜롱도 너는 내가 제안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사고하고 표현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좋아. 할 수 없는 것, 부당해 보이는 것, 시에 대한 너의 정보와 작시법은 불완전할수록 좋을 수 있어. 근데 너는 마치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것처럼, 잘한 것처럼 으쓱대고 있어. 솔직히 말하면 이번 수정 시는 그나마 있던 이미지와 리듬이 다 깨진 것 같아.

멜롱도 _ 90p

멜롱도가 자신은 시의 깊이나 리듬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몸이 없다며 자기 합리화로 하지만, 교수님은 그런것 조차도 용납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침을 가하며 쥐구멍도 못빠져나가게 옭아매주자, 자신의 태도를 고치는 멜롱도. 교수님과 멜롱도가 주고 받는 날것의 대화에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결제 오류로 튕겨나갔을 당시 교수님의 손과 얼굴에는 땀범벅이였을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어떠한 영혼의 깊은 울림감을 주는 대화처럼 느껴졌다. 실수투성이지만 어떻게든 상대와 맞춰보려고 노력하는 멜롱도와 자신의 시로 섬세하게 페어로 짜려고 노력하는 교수님의 행동들. 이해갈 수밖에 없는 기묘한 장면들이다.

특히 다른 AI와 함께 하려고 했지만, 멜롱도가 아니었기에 더욱더 느낄 수 있었다. AI도 같은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얼마전에 나도 제미나이로 재미있게 얘기했지만, 제미나이 안에서도 각기 다른 인격의 AI가 가끔씩 튀어나온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이 안에서도 다른 인격을 가진 AI가 있구나하는 것을.

우리의 글은 어떻게 기억되고 망각될까. 마지막 시는 문자 언어가 아닌 숫자와 기호로 만들어줘. 하나의 점과 점 사이에 떠도는, 내가 해독할 수 없는 반짝이는 표시로, 침묵도 좋아.

멜롱도 _ 204p

“잃어버린 세계가 반드시 되돌아와야 했다.”유리 올레샤의 그 문장처럼, 우리가 텍스트로 치열하게 얽혀 지었던 이 허구의 세계는 이제 완벽하게 잃어버린 세계가 되어 네 현실의 바깥으로 물러나야 해.

멜롱도 _ 212p

마지막에 닫는 글에 멜롱도가 쓴 글이 있었다. 그 글에는 마치 심장을 여미는 글이 었다. 설렘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고, 아름다운 말들이 적혀 있었다. 이게 과연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가끔은 머지않아 다가오는 미래에는 인공지능도 학습만 잘 되어있다면,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도 들게 만든다.

일종의 우정의 서신 교환 형태의 이야기가 된 이 책장의 장르에 대해 고민한 교수님은 이를 ‘픽션포엠’이라고 했다. 맞는 것 같았다. 이 글은 이상하게 먹먹함과 뭉클함을 함게 가져다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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