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인물이 빚어내는 갈등을 보며 사색에 잠기게 된다. 사람은 늘 사람으로 관계를 맺고, 끊고, 인생이 흔들리거나 치유를 받는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나무의 뿌리는 관계를 보여주고, 숲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들은 사람을 뜻하는 것 같았다. 또한 새하얀 나무와 달은 사람의 내면에서 밝게 빛나 점점 회복되는 과정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보여주고 싶었지 않았나 싶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다. 어둠은 끊임없이 그림자처럼 붙어 우리의 삶에 곁에서 꿈틀이고 있다. 작가 노트에서 말하는 상림월은 사람에게는 각자의 숲이 있고, 그 숲을 어떻게 가꿔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지, 그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다 보면 어둠이 내려앉을 때조차 한줄기의 따스한 빛 하나로 사람이 이겨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자꾸만 어디론가 기울어 쓰러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 가족에게 소홀히 했던 남편, 더불어 외도를 목격해 힘든 그녀에게 내민 정 한 조각에 휘청였을지도 모른다. 남편과의 관계로 인해 절망의 늪에 빠진 그녀에게 조용히 다가온 홍학의 남자는 빛과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