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에 대하여 - 삶은 비운 후 비로소 시작된다
토마스 무어 지음, 박미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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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마음이 텅 빈 공허함이 찾아왔다. 정확히는 아버지가 돌아가고 나서일까. 마음도 감정도 몸도 지쳐 평소에 해왔던 것들을 부정하는 느낌에 서서히 무기력함이 들고,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기억이 뭉텅이로 사라지고, 감정이 불안해지는 듯 그렇게 번아웃을 마친 후에는 공허함 가슴 한 곳에 자리를 잡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도 않는 느낌, 공허만이 느껴지는 기분, 수면장애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 책으로 보아하니, 찾아온 공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해인 수녀님, 나태주 시인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공허에 대하여’를 알게 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공허를 없애고 싶어서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진정한 공허는 무엇인가

우리는 존재보다 부재를, 말보다 침묵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무기’가 전혀 없을지라도 그 공허한 상태에서 엄청난 힘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알려질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을 특별히 압박하지도 않고 이끌 수도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도울 수 있으며, 돈벌이를 주된 목표로 삼지 않고도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비우고 덜어낼수록 삶은 더 충만해집니다.

공허에 대하여 32p

어떤 부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침묵이야말로 삶의 가장 근본적인 본질을 끌어내고, 만족을 얻어 낼 수 있다고. 때론 백 마디 말보단 침묵이 더 낫다고 한다. 괜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속담이 있겠는가. 편협한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고,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하는 사람에게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방법을 알게 되고, 침묵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지기도 혹은 침묵 하나로 대답이 되기도 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세속사제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가 침묵의 기술이란 책을 내었는데, ‘말 없는 상태’를 일컫지만, 침묵이라고 해서 다 같은 침묵이 아니다. 조롱형, 동조, 아둔, 감각적, 무시, 정치적, 신경질적, 교활한, 신중한, 아부형 침묵이 있다고. 공허한 상태에서는 무거운 침묵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온갖 형태의 결핍, 특히 인격과 도덕성의 결핍만 나타날 뿐입니다. 진정한 공허가 발견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나는 ‘결핍’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도덕성도, 인격도 정직함도 없는 상태인 결핍은 어쩌면 깊이 자리 잡은 진정한 공허, 즉 교활함도 거짓 위선도 없는 상태가 왜곡되어 나타낸 모습입니다. 진정한 공허는 숨겨진 의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 공허에서는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속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허에 대하여 74p

진짜 공허와 가짜 공허, 의도를 가지고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짜 공허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것, 결핍, 욕구, 욕망, 감정에 충실하는 것처럼 공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짜 공허가 자리 잡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

예수는 순수함에 대한 우려를 포도주의 취함, 기쁨, 축하로 바꿔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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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는 ‘포도주가 다 떨어진’ 상태는 아닐까요? 다들 일하고 돈 버느라 너무 바빠서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능력을 잃어버리진 않았나요?

공허에 대하여 94p

그리스인들은 포도주를 디오니소스 신과 연결 지었는데, 디오니소스는 부활의 신들 중 한 명이자 삶과 죽음의 신이며, 단순히 술과 축제의 상징을 넘어 생명력과 죽음의 순환을 아우르는 존재로 이해되었습니다.

공허에 대하여 95p

성경 책에 비유하거나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에 비유하는 말들이 많다. 내가 앞서 말했듯, 공허는 비워진 후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에고, 즉, 내면 안의 나를 보고 자아 성찰을 하며 더 나은 삶으로 가는 단계의 방향이라고.

창조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한발 물러나, 선조들이 이루고자 했던 오랜 과업을 우리를 통해 완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국 이 섬세한 삶을 어느 정도 미완성인 채로 마무리하며, 평생 고군분투해온 소중한 일들을 다음 세대에 넘깁니다.

공허에 대하여 107p

단지 돈을 벌려고 직업을 구하거나 경력을 선택할 뿐,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의 진정한 소명을 외면한다면 잠들어 있는 상태에 불과합니다. 삶이 다할 때까지 변화와 예상치 못한 전환에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공허에 대하여 119~120p

공허를 마친 우리의 과업은 후세에도 남겨진다고, 그것이 진정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공허가 찾아왔다고 해서 제자리걸음 하면 안 되며, 퇴보하며 안주하는 삶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기회로 삶아야 그걸 발판 삼아, 앞으로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간혹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그 목표가 장기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쉽게 간과합니다. 큰 그림을 못 보고 작은 목표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원하는 바를 이루면 다른 가능성이 가로막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공허에 대하여 141p

공허가 아무리 신비롭고 초월적이라 해도, 그 공허를 견디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충만함과 완성과 성공을 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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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과 도전을 견딜 줄 알아야 합니다.

공허에 대하여 146p

우리는 꿈과 현실 사이,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공허’의 경험이 우리를 경이로운 곳으로 이끌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삶이 또 다른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꼭 현실일 필요는 없습니다.

공허에 대하여 288p

눈앞에 있는 욕구를 채우려고 큰 그림을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단순한, 잠깐이었다가 사라질 찰나의 이익을 얻으려고, 욕망에 사로잡혀 눈먼 사람이 되곤 한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그 너머에 있는 큰 그림을 보라고 하는 말과도 같지 않을까. 우리는 공허가 찾아오면, 마음을 비우고 나 자신을 바라보며 자아 성찰에서 그치지 말고 더욱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3년이 지난 지금, 내게 공허란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고, 나를 성찰하게 해주었으며, 더 나아가 전진을 할 수 있고 삶을 새로이 변화하게 되는 계기이자 기회의 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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