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말 - 법정에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송영훈.박희원 지음 / 북플랫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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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피고인의 어떠한 행동, 변호인의 어떠한 한마디에 굉장히 크게 반응을 보이십니다. 엄벌 탄원서를 읽어보면 제가 신경 쓰지 못한, 재판부가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시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다만, 법정에서는 그걸 억누르셔야 합니다. 피고인의 죄상을 밝히는 것이 이 법정의 의무이듯이 피고인의 변명을 듣는 것도 법정의 의무입니다.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감정적 동요에 자신이 먹혀 들어가는 것을 멀리해주시길 바랍니다.

죄와 말 27p

저 말은 실제로 법정에서, 피고인의 변명을 듣는 것 또한 법정의 의무라고 밝힌 재판부의 말이다. 법정 내에서는 얼마나 억울한 피해자가 있으며, 살인이나 폭행, 폭언, 등의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도 멀쩡히 웃고 있는 가해자가 있다. 오늘의 도서는 실제 법정에서 그러한 사건들을 대상으로 쓴 내용이 담긴 〈죄와 말〉, 과연 어떤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을까?

목차로는 살인의 말, 단죄의 말, 법정의 말 세 가지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소단원 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제일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뽀로로든 77세의 법의학자는 단호했다이고, 내 눈시울을 붉게 들었던 제목은 청년 검사의 죽음, 7년 만에 나온 가해자의 사과는 분노를 일케만드는 내용이 되기도 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을 어기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죄와 말〉을 쓴 저자 송영훈 박희원은 CBC 기자이다. 송영훈은 기록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으며, 누군가 기록한 글들을 보며 그날의 시간 여행을 즐긴다고 하였다. 그리고 박희원은 법정 B 컷을 연재하며 마감에 쫓기면서 피고인과 판사, 검사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죄와 말을 쓰게 되었다면서 언젠가 가슴이 절절한 각본을 쓰고 싶다고 하였다.

법정에서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스토킹 범죄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지속적인 괴롭힘과 범행입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범행을 지속하는 것이죠. 또 대부분 지인들로부터 범행을 당하는 것이어서 보복에 대한 공포로 신고를 망설이게 되며, 신고를 결심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스토킹 범죄자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원합니다.

죄와 말 76~77p

최근에 ‘용감한 형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봐왔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내가 지금 타자를 하나씩 치고 있는 사이에도 스토킹 범죄가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토킹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알 수 없지만,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보복으로 인한 공포로 신고를 망설인다면, 범죄는 하나에서 일단락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이며, 더 교활하게 변하게 될 테니까.

저 위에 있는 스토킹 범죄자는 자신이 어머니를 죽인 건 보복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뜨려놓으며 방청석을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이에 재판부는 ‘목적’과 ‘행태’를 세분해서 마치 연관성 없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냐고 이석준 측의 황당한 주장을 하는 변호인에게 호통을 쳤다. 그야말로 이석준의 변호인의 황당한 말에 어처구니없어서 낄낄거릴 수밖에 없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며 ‘악의 평범성’을 말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고 했죠.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때론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죄와 말 128~129p

전세 사기 주목!

‘빌라왕’재판 악은 그렇게 되었다.

죄와 말 113p

김 씨 _ 잘 안됐을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그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당연히 보증보험 청구가 되면 안 되겠죠. 세입자 교체가 되면 문제가 없는데…….

재판부 _ 이것 보세요. 증인이 책임질 생각이 없다는 거잖아요. 최종적으로 증인 아니면 신씨의 책임인데, 그것을 보증보험에 넘기는 게 맞습니까?

(중략)

재판부 _ 그건 채무 돌리 기잖아요. 증인, 사기 피해자가 보증보험에서 받을 거니깐 사기를 쳐도 된다고 하는 겁니까? 그걸 변명이라고 합니까?

죄와 말 137p

혹시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 있나요? 불법적인 갭투자로 이용해놓고 만기가 되니까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보증보험에 받아 가거나 세입자가 있어야 돌려준다는 집주인들의 황당무계한 말이 있네요. 역시 사기를 치려고 했던 목적이 분명하다는 거를 재판부에서 입증했다. 이걸 보면서 요즘 전세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며 이와 같은 형태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돌아다니는 전세사 기자들이 많다.

나 역시도 나로 하여금 전세금 안 돌려주려고 뻔한 수작을 부리다가 결국에는 돌려준 집주인이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느냐면,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고, 임차권등기 설정 및 지급명령 신청을 하면 돼. 네가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으면 집주인에게 손해 배상 청구를 하면 된다. 집주인들은 허그라는 보증보험에서 대신 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멍청한 생각이다. 값을 능력이 안되면 세입자를 구하지도 말아야 하는데, 정말 전세문제는 조속히 해결되는 바이다.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고 처벌 필요 성은 있지만, 처발할 수 없다.’는 이 말은 몇 번을 곱씹어도 참으로 낯섭니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해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간 자녀들이 주검으로 돌아올 때, 그 부모들에게 ‘법이 이러하니 이해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법은 없듯이, 법전이 현실을 오롯이 담아내지도 못합니다. 우리 사회가 법을 계속 개정해나가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죄와 말 184~185p

게다가 법정에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죄를 반성하는 듯한 뉘앙스 등의 감형 바이블을 하는 피고인들의 행동은 정말 날이 갈수록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걱정되는 면이 있다. 범죄는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지능적으로 단계가 올라간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범죄자들이 어느 순간에 지능이 올라 자기 주도 학습을 여러 번 반복하여, 모방 범죄를 해가면서 완전 범죄를 꿈꾸는 날까지, 자기변호할 때 변론할 주장에 대한 대책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내놓지 않을까. 언젠가는 지능 추리로 바뀔 것 같고, 그들을 악착같이 쫓아,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형사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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