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오기를, 둘이 오기를 참 잘했다 - 여자를 잃고 다시 여자로 태어난 치유기
최효점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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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바다에 오기를, 둘이 오기를 참 잘했다》를 보며 한 사람의 인생을 쭈욱 보는 느낌이었다. 스물다섯에 여섯 살 차이 나는 남편과 결혼한 저자는 세 가지 꿈이 있었다. 은행원, 결혼, 젊고 이쁜 엄마라는 세 가지 소원. 그 꿈을 이루었다. 

 

남들 대학교 갈 때, 은행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은행고시를 합격하고 자기의 은행에 담담자로서 온 남편과 결혼도 하고, 그리고 좋은 시댁도 만나기도 하고 애기 엄마가 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성격과 배경인데도 불구하고 시댁에 1년만 들어가 사는 그녀의 용기에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그 와중에 남편과 싸우셨는데 

 

「그 순간 나는 그만 멈춰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일과 그때의 감정을 다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눈물과 함께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본인은 돈 벌어다 주고 뭐든지 잘 사다 주면 잘하는 남편인 줄 았다고 했다. 그 말에 부끄러워졌다. 나도 남편에게 잘해주는 아내인 줄 알았다. 밥 잘해주고, 빨래 잘해주고, 매일 청소해주는 아내가 최고인 줄 알았다. 남편의 눈물과 사과로 처음 알았다. 남자도 여자의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내의 따듯한 말 한마디에 남편의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것을.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다. 진심 가득 담긴 말 한마디가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43P

 

이 문구가 참 마음에 든다. 사람은 멈춰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는 거다. 그런데 이 저자는 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잘 안다. 그걸 잘 못하고 자존심만 강하게 내세우는 내가 참 부끄러울 정도로…. 더군다나 부러웠었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샤워해야 하는데 어머님이 며느리를 닦아주시고, 정성스레 딸같이 돌봐주는 시어머니의 행동. 시댁 어머니의 행동 하나하나가 며느리를 위해서 이것저것 해주는 걸 볼 때면 너무 부러웠다. 

 

아이의 옹알이를 들려주려고 새벽에 친정엄마에게 전화했지만, 잠긴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청청 벼락같은 소리. 그걸 읽는 내내 내 심장도 쿵 내려앉았다. 너무 공감이 되어서. 나도 내가 아기 낳고 얼마 안 돼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연달아 돌아가셨다. 아이가 안 좋은 공기에 노출이 되어 감염될까 봐 나에게 쉬쉬했던 엄마를 기억나게 한다.

 

장례식장에서 웃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 내가 첫 손녀라고 엄청 잘해주시고 챙겨주신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물이 났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공감되어 눈물이 난 건 오랜만이다. 

 

「내가 바라보는 하늘과 아들이 바라보는 하늘이 다르다는 걸 알려준 아이들, 어른이 아이보다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아이들이 고맙다. 부족한 엄마를 늘 최고라고,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오늘 또 한 번 힘을 내본다.」 67P

 

진짜 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건 누구나 똑같은 것 같다. 나는 저번에 아이에게 정리를 안 해서 혼을 낸 적이 있는데 그날 저녁잠이 들기 전에 5살짜리 입에서 도저히 나오지 않을 말을 들었다. “엄마, 고마워. 나를 태어나게 해 줘서. 내가 엄마 화나게 해서 미안해”라고 그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혼내고 짜증 냈던 일이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졌다. 그런데 그다음 날 이 되면 그 말을 언제 했냐는 듯이 또다시 일을 벌여 주시는 아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냥 소소하게 지나간 일상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만든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이야기, 씁쓸하면서도 속상하면서도 행복하고, 눈물 나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있는 이야기 그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와 비슷해서 공감되기도 했었고,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쏟아지기는 오랜만인듯하다.

 

예전에 인터넷 소설을 한참 볼 때 《저자 키위 젤리의 키싱구라미》를 읽을 때도 너무 공감해서 울고 웃고 그랬는데 지금은 에세이인 이 소설 정말 소장하고 싶을 정도이다. 



출처: https://sakura9016.tistory.com/315 [월하의꽃_月下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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