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 한 번 참 잘 지었다. 「남은 생의 첫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책의 세 여 주인공들은 모두 삶의 전환점에 서 있다. 새로운 의지와 용기를 다지기 위해 그녀들은 '홀로 되기 위한 여행'의 컨셉을 가진 세계 일주 크루즈에 승선하고 그 여행은 약 100일간 지속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아름다운 나라 프랑스에도 세계 각지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는 욕망은 존재하는 것인가보다. 40대 여성 마리는 남편과의 인생을 버리고 이제 자립하기 위한 시작점으로서 여행길에 올랐다. 아름다운 젊은 여주인공 카밀은 호감이 있는 직장 동료와의 사랑을 결실을 맺기에 앞서 사람과 인생경험을 넓히고 싶어 배에 올랐는데, 여행길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 속에서 그녀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60대 여성 안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떠난 슬픔을 이기기 위해 크루즈에 탄다.


이 책은 여성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주인생 셋을 대표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그야말로 이 시대 여성의 마음을 솔직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따. 그녀들의 섬세한 영혼이 여행길 위에서 때로는 괴로워 하기도 하고, 또 더없이 즐거워하기도 하며,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에 낯설어하기도 하는 것이 생생히 드러나는 것을 보면, 독자는 실제로 자신의 여행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짧은 분량 안에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는 와중에도 그녀들의 우정이 탄탄히 다져지고 있으며, 그녀들의 가슴이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차오르기 시작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 책만큼 다양한 곳의 매력을 선보이는 책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데, 유명한 관광명지는 몇몇 밖에 언급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말 전 세계를 넘나드는 기분을 선사한다. 주인공들은 여행지에서의 바람, 냄새, 살에 닿는 바닷물의 감촉 등을 인상깊게 이야기 한다. 장소에 대한 묘사보다는 경험에 대한 묘사가 많은 것이 오히려 이 여행이 정말 즐거운 것이구나 생각하게 한다. 잠수함, 스노쿨링, 돌고래와의 수영, 섬나라 해변 등 어린시절의 꿈을 그대로 간직한 지상낙원에서의 경험들이 그녀들을 생기있게 하는 기운을 불어준다.


한편 이렇게 긍정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책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마리에게 있어 이번 여행은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여행길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이따금 그녀는 앞으로의 막연한 인생에 대해 고민했다. 직장을 찾아야하고, 혼자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마치 정말 기적이 일어난 듯이 여행길, 크루즈 위에서 해결이 된다. 인생이 모두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자리에 앉아서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은 나가봐야 될지도 모르겠다." 라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안느는 그 심약한 성격으로 인해 여행 내내 괴로운 일을 많이 겪기도 하지만 마리와 카밀의 위로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 더불어 가장 극적이고 로맨틱한 순간을 맞이하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해답은 '여행'이었다. 그것이 반드시 우리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지만, 그것이 결코 나쁘지가 않을 것 같다.


여행과 관련된 테마의 책 몇권 중에서도 이 책은 인상이 깊다. 노부부의 여행 에세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의 주인공들은 큰 절망을 겪은 상태에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었기에 희망과 설레임에 가득차 있었다. 반면 이 책에서는 인생의 매듭이 풀려가는 희열감이 느껴진다.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사랑에 상처 입은 남자가 여행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주제가 사랑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다른 즐거움은 강조되지 않았었다. 반면 「남은 생의 첫날」은 여행지에서의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과, 감정의 소용돌이 등이 모두 한꺼번에 그려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읽는 동안 불안한 것이 있었다. 세 여주인공의 유쾌하고 놀라운 여행이 그 순간의 환상 같은 것으로 끝이 나버리지 않을까,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그들은 색도 향기도 없는 건조한 일상에 가라앉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이런 생각을 종식한 것은 의외로 역자의 후기이다.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만이 지친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잠깐 잊더라도 언제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일상에 돌아간다는 건 어쩌면, 가라앉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에 있든 일상에 있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라는 말의 의미는 짧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본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구절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게 해주는 마지막 '주문'과 같다.


여행에는 사람, 경험과 내가 있다. 그리고 돌아와서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인연과 추억이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은 여행인 게 틀림 없을 것 같다. 왠지 책 한권 읽은 것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지나간 여행들을 생각하니, 아쉬운 더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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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탐정소설 일본 미스터리 총서 1
이토 히데오 지음, 유재진 외 옮김 / 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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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소설이 걸어온 횡보를 일본 내외부 상황과 대중의 수요, 문학 장르 사이에서의 갈등 등 사회적 흐름과 더불어 함께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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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탐정소설 일본 미스터리 총서 1
이토 히데오 지음, 유재진 외 옮김 / 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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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애정을 갖는다는 것은 곧 '의문을 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마음이 반드시 '말로써' 설명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것을 '연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나는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하나의 논문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그것에 파고들어 '의미'는 찾아내어야 그 실용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에반게리온이니 건담 등에서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찾아내고 논문으로 완성해내는 사람들이 '훌륭한 오타쿠'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 <일본의 탐정소설>의 역자는 머리글에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국내에 번역되어 활발히 소비되고 있으나 탐정소설 장르가 일본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 그 저변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일본의 근대초기 시절에 일본추리소설의 작품전개양상을 파악할 수 있어 일본추리소설 애호가들의 지적 열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전한다. 그 저변과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역자가 '지적 열망'이라고 표현한 그것이 나는 깊은 애정의 연장선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토 히데오는 메이지 시대(1868-1912), 다이쇼 시대(1912-1926), 쇼와 시대​(1926-1945)의 탐정소설의 번영 배경과 당대 주요 문인들의 약력 등을 간단히 소개한다. 책의 절반 이상은 소개하고 있는 문인들의 주요작품들 중 일부의 줄거리를 요약 부분이 차지한다. 일본 출판계에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작품들의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 것인데, 마침 이것들이 각 작가들의 초기 데뷔작인 경우가 많다.

메이지 시대는 막부 체제가 천황 통치 체제로 변화하고, 제국주의를 내세워 외세에 항쟁하는 등 어지러운 시대였는데, 이러한 시대상이 탐정 소설 문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탐정소설은 번안 소설에서 시작한다. 곧, 서양문물이 개방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외국 탐정소설들을 일본의 실정에 맞게 재간하여 발행하였단 이야기다. 메이지 초기에는 에드가 앨런 포, 에밀 가보리오 등의 서양 탐정 소설이 일본에 소개되었다. 탐정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정통문학파는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기를 쓴다. 이후엔 청일 전쟁 등의 영향으로 탐정 소설에도 모험과 무협이라는 요소가 가미되어, 모험소설 시대가 도래하기도 한다. 쇼와 시대로 넘어와서는 전쟁, 도쿄대지진 등으로 인한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대량 출판업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에 도입되는데, 자동차, 라디오, 카페 등 신문화가 사회에 퍼짐과 동시에 대중의 수요도 다양해져 탐정소설도 질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다.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을 아래에 보다 자세히 정리하였다.

탐정소설의 시초를 연 인물은 에도 말기와 메이지 초기의 라쿠고가 산유테이 엔초(三遊亭円朝, 1839-1900)이다. 그가 에드가 앨런 포 등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한 것이 시초인데, 이것이 이후 일본의 번안 탐정소설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구로이와 루이코(黒岩涙香, 1862-1920)에게 영향을 큰 영향을 준다.​ 구로이와 루이코는 대중을 대상으로 다양한 작품을 신문에 실어 흥행시대를 열었다. 이 뒤를 이은 문인에 마루테이 소진(丸亭素人, 1864-1913), 기쿠테이 쇼요(菊亭笑庸), 난요 가이시(南陽外史) 등이 있다. 쓰보우치 쇼요(坪内逍遥) 등도 있었으나,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평한다.

미야코 신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데, 전직 형사의 실제 형사수첩 기록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신문에 실은 것이다. 이것이 탐정실화소설의 기원이 되어 큰 인기를 얻고, 강단, 연극 상연 등으로 이어져 문화적 발전에 기여했다.

한편 루이코 등의 탐정소설은 정통문학파가 보기엔 저속한 것으로 여겨졌나 보다. 겐로쿠 시대(1688-1704)의 이하라 사이카쿠 풍을 따르던 문학파 겐유샤 파가 루이코 파와 대립구도를 이룬다. 루이코 파 등은 당시에 신문을 통한 발표 활동이 많았는데, 이 때 슌요도(출판사)의 주인이 탐정소설을 책으로 내어 싼 값에 많이 팔아 그 격을 떨어뜨리고자 하여 문인들을 모은다. 그 필두가 오자키 고요(尾崎紅葉)이고, 이시바시 시안(石橋思案, 1867-1927), 나카무라 가소(中村花痩), 에미 스이인(江見水蔭, 1869-1934), 이즈미 교카(泉鏡花, 1873-1839), 가와카미 비잔(川上眉山, 1869-1908) 등이 여기에 참가한다. 그렇게 슌요도는는 【탐정총서】 총 26집을 출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탐정소설의 융흥을 돕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구로이와 루이코의 번안소설이 식상해질 즈음, 작가들은 모험소설 번역으로 전향한다. 기쿠테이 쇼요가 「해적선」, 오시카와 슌로(押川春浪, 1876-1914)가 「해도모험기담 해저군함」을 출판한다. 특히 오시카와 슌로의 「해도모험기담 해저군함」은 아동문학의 창시자 이와야 사자나미(巌谷小波, 1870-1933)가 훑어보고 추천한 작품이라 한다. 슌로는 탐정소설에 모험, 무협 소설 형식을 가미하여 자신만의 문체를 확립했다. 당시 청소년이던 에도가와 란포도 오시카와 슌요의 작품을 애독했다고 전하고 있다.

 

메이지 말기와 다이쇼 초기에는 러일전쟁의 영향으로 자연주의 소설이 대두됐기에 탐정 소설의 인기가 시들해진다. 탐정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지마고」 등이 인기를 얻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탐정소설계는 침체기였다. 다이쇼 중반으로 가면서 관동대지진 이후 도쿄 경제 부흥화 물결을 타고 근대문물들이 들어오면서 탐정소설 외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대중의 수요도 증가하였기 때문에 문학계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서양 탐정소설과 자연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이 때의 활약가가 천재 문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 다니자키 쥰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 등이다. 당시의 주요 발표 매체는 【신청년】이라고 하는 잡지였다. 이 시기에 탐정소설은 기존의 신문 발표 기반 단편소설의 형식을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 때도 루이코의 영향력은 미치고 있었기에, 그의 소설을 개간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 루이코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대중문학 개척시대를 연 작가가 마에다 쇼잔(前田曙山, 1872-1941)으로, 1891년 겐유샤에서 데뷔했다. 주요작에는 루이코의 작품을 번안한 「뒤쫓는 그림자」, 「복수」 등이 있다.

 

쇼와시대(1926-1945)년은 전쟁으로 인해 침체된 시기로, 출판 기업은 대량 출판을 통해 경제불황을 타계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효과를 거두었다. 대량출판 시대의 시작으로, 매스 미디어가 발전하고 문인들의 활동 무대도 넓어졌다. 시라이 교지(白井喬二, 1889-1980)가 창설한 '21회'라는 문인단체에 에도가와 란포 등이 소속되었다. 탐정소설의 발표 무대가 【신청년】 뿐만 아니라 잡지, 신문 등으로 폭이 넓어졌고, 전쟁의 영향이 생기기 전 1938년까지 활발하게 대중문학이 보급되었다. 이 때의 문호에는 「에도 삼국지」, 「미야모토 무사시」로 유명한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1892-1962)가 있는데, 저자는 주요작품은 소개하나 그의 활약이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은 자세히 소개되지 않는다. 단 그는 독자에게 친근한 창작 태도를 지닌 작가였다고 전한다. 또한 신문 등에 인기작을 발표한 작가에는 와타나베 모쿠젠(渡辺黙禅, 1870-1945), 오시타 우다루(大下宇陀児, 1896-1966) 등이 있다. 오시타는 화학과 출신이나 친우의 영향으로 1925년에 소설가로 데뷔하는데,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의 등단이 당시에도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시타의 작품 「금색조」에서는 의학자나 미스테리한 단체가 등장하는 등, 마치 서양 고전 「프랑켄슈타인」 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참고로 오시타 우다루는 에도가와 란포, 고가 사부로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계의 3대 거성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제 대개의 일본 탐정소설 팬들이 잘 알고 있을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1894-1965)가 등장한다. 1894년 출생의 에도가와는 청소년 시절 구로이와 루이코, 오시카와 슌로를 탐독하였다고 전한다. 1923년에 데뷔한 그는 장편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1937년이 되면 그는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다. 번안활동도 했으나 본인 스타일을 확립하면서 창작활동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탐정소설>은 이 에도가와 란포의 등장을 마지막으로 하여 일본 탐정소설의 역사에 관한 서술을 마무리 짓는다.

여기까지가 책의 내용인데,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다. 구로이와 루이코를 필두로 한 탐정소설 장르와 정통 문학파를 계승하는 겐유샤 파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탐정소설이 더욱 융흥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탐정소설가라고는 할 수 없을 이즈미 교카 등이 잠시 탐정소설을 쓴 약력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청일 전쟁 이후 무협 모험소설이 흥행할 때 이즈미 교카는 관념소설, 심각소설 쪽으로 전향한다). 또한 겐유샤의 대표 오자키 고요는 속으로는 구로이와 루이코의 탐정소설을 좋아했으나, 표면적으로는 루이코 파와 대항하는 무리의 필두가 되었던 것도 생각해보면 웃지 못할 일이다. 또한 탐정소설이 무협 및 모험소설 성격과 서로 융합된 것에 따라, 이 책 안에서도 이와야 사자나미, 오시카와 슌로 등의 소년소설 문인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 또한 재미있는 점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의 천재 문인의 작품활동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으나, 아쿠타가와 등의 문파가 탐정소설의 흥행과 자연주의 문학에 반대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점 등을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이 폭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의 탐정소설>은 이렇듯 탐정소설이 걸어온 횡보를 일본 내외부 상황과 대중의 수요, 문학 장르 사이에서의 갈등 등 사회적 흐름과 더불어 함께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 스스로가 후기에서 "최근에는 논리일변도의 작품보다는 아직 별로 복잡하지 않은 전전의 작품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나 혼자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어, 탐정소설에 대한 저자의 애정 도한 엿보이기 까지 한다. 하지만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작품들의 줄거리 요약 부분이 너무 조악하고 앞뒤 맥락이 어지럽게 서술되어 있어 흡입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겠다. 만약 우리가 어떤 탐정소설을 읽었다. 어떤 줄거리였는지, 결정적으로 어떤 트릭이 있었고, 누가 범인이었는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만다. 그럴 때 읽어 보고 중요사실을 기억해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요약본을 적어놓았다고 해보자. 이 요약본은 어차피 읽을 사람이 '본인' 이기 때문에 어떤 격식도 갖출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다수의 사람에게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본의 탐정소설>에 실린 '줄거리 요약본'이 마치 그러한 느낌을 준다. 편집 과정을 면밀하게 거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많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각 작가의 문체나, 참신한 트릭 차용, 플롯의 구성 등에 대해선 자세히 서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줄거리 요약 각 끝 부분에서 작품의 특성에 대해 일부 평가하고 있긴 하나, 그것도 책 후반부로 가면서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어디까지나 줄거리 요악에 큰 의미가 있을 뿐으로, 탐정소설을 쓰고자 하여 과거 작품들을 공부하고자 한 사람들에겐 이 점이 가장 아쉬울 수 있겠다.

한편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일본 탐정소설계도 전쟁이라고 하는 당시 사회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모험소설 등에서도 그러한 색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제국주의, 한반도 점령을 둘러싼 청 및 러시아와의 대립 등이 있던 시기였다. 요시카와 슌로의 작품에서는 러시아군을 비하하고 일본군의 용기를 미화시키는 등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토 히데오는 이런 부분까지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역사의식은 배제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점에 대해선 깊은 사색이 필요할 듯 싶다. 당시 일본 탐정소설이나 모험소설 등이 전쟁시대에 미친 영향 등을 연구하는 작업도 문학계의 과제로 남아, 많은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본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책의 부록처럼 실려있는 「​연보」를 주의깊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본문에서의 역사적 흐름과 당대 문인들의 행적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특히 1892-1897년까지의 창간물들을 보면 구로이와 루이코, 기쿠테이 쇼요, 마루테이 소진 등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루이코는 그 발표 빈도가 거의 1-2월에 한번꼴을 이룰 정도이다. 1988-1989년 쯤이 되면 난요 가이시, 시마다 쇼요 등의 작품활동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요시카와 슌요가 모험소설을 통해 큰 인기를 얻는데, 그의 창작활동이 1915 년까지 이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917년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이 등단하는데, 이때까지 구로이와 루이코는 번안 활동을 틈틈히 하기는 하지만 그의 전성기 1890년대에 비하면 번안소설의 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923년이 되면 드디어 그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한다. 이 시기 이후의 연보에는 에도가와, 요시카와 에이지 등의 이름이 주를 차지하고, 간혹 유메노 큐사쿠 등의 작품도 눈에 보인다. 1930년이 되면 요코미조 세이시, 오시다 우다루가 연보에 등장한다. 그리고 1941년 마에다 쇼잔 타계, 1945년 와타나베 모쿠젠, 이즈미 교카 사망을 마지막으로 연보도 끝이 난다. 개인적 편력에 따라 중요한 사실만 엮은 연보를 아래에 첨하며 마무리 한다. 연보에 각 작가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부분을 발췌하려 했다.

<일본 탐정소설 연보 (일부)>

1989년 1월: 구로이와 루이코 최초 번안 소설 「법정의 미인」 ​발표

1989년 10월: 마루테이 소진, 구로이와 루이코 공저 「미인의 감옥」​발표

​1890년 1월: 오자키 고요 「염화미소」발표

1891년 1월: 난요 가이시 「대탐정」 역

1892년 3월 1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출생

1893년 1월: 슌요도의 주인 와다 도쿠타로가 오자키 고요와 함께 【탐정총서】 발행 시작(총 26집, 이즈미 교카, 가와카미 비잔 등 참여)

1893년 3월 3일: 『미야코 신문​』에서 탐정실화를 바탕으로 【탐정총화】 연재 시작

1893년 5월: 이즈미 교카 「활인형」 발표 『순요도​』

​1893년 5월: 기쿠테이 쇼요 「파란가면 아가씨」 역

1893년 6월: 슌요도의 경쟁사인 오사카의 신신도에서 【탐정소설​】 총 49집 간행 시작(시마다 쇼요 참여)

​1894년 2/22: 오자키 고요, 오구리 후요 공저 「쪽보조개」

1894년 10/21: 에도가와 란포 출생

1900년 7월: 이와야 사자나미 「꿈의 사부로」(Otto 작품 번역)

1900년 11월: 오시카와 슌요 「해저군함」 발표

1917년 4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도둑」 발표

1917년 11월: 다니자키 쥰이치로 「핫산, 칸의 요술」 발표​

1922년 1월: 마에다 쇼잔 「뒤쫓는 그림자」 발표

1923년 4월: 에도가와 란포 데뷔작 「2전동화」 발표 【신청년】

1927년 7/2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자살

1927년 11/2: 요시카와 에이지 「에도 삼국지」 발표

1929년 1월: 유메노 큐사쿠 「오시에의 기적」 발표

​1929년 8월: 오시다 욷루 「하루가와 박사」 발표

1930년 2월: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 합작 「여자요괴」 발표

1931년 2월: 오시다 우다루 「공포의 잇자국」발표

1941년: 마에다쇼잔 타계

1939년: 이즈미 교카 타계

1945년: 와타나베 모쿠젠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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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생각 - 사장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신현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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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1:
내 상사는 회사일도 안 하고 노닥거리다가, 내 기획서를 보고는 그냥 내팽겨쳐버린다. 그러면 자기가 하든가.

케이스 2:
내 상사는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안되는 거, 무리한 걸 요구한다. 이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안된다는 것 쯤은 알텐데 왜 자꾸 우격다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진짜 싫다..

케이스 3:
상사가 횡령하는 걸 발견했다. 가만 있어도 나보다 연봉도 어마하게 많은데 횡령까지. 더러워서 더는 못 해먹겠다.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는 없었다. 더러운 이 놈의 사회.


기업의 실무 직원이 느낄 수 있는 부당한 케이스를 적어봤다.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꽉 막힌 상사네." 아니면 "네가 상사 돼 봐."

기업이 존속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일단 바로 서야 한다. 사장이 일을 잘 하냐 못 하냐에 따라서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하는데, 과연 사장의 일이란 게 뭘까.

이 책의 저자는 경험 충만한 경영 컨설턴트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장이 할 일이란 "사람 관리"이다. 성공한 기업의 사장들은 대부분의 노력을 인재 관리 쪽에 들였다고 한다. 팀 구성, 인재 발탁, 인력 배치 등 CEO의 인력 관리 능력이 기업이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성공의 핵심은 적재적소의 인재들이 내는 성과에 달려있다.

 

 

 

이 책은 책 전체에 걸쳐  CEO가 '사람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탐구하고 있다.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선 채용부터 해고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아마 사장이 아닌 일반 직원들은 사장이 그런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과정을 눈치껏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장이 할일과 실무진이 할 일이 다르다보니 소통도 쉽지 않다. 그래서 흔히들 말한다.
"사장은 필연적으로 고독하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CEO와 직원 양쪽 모두를 위한 책이다. 사장에게는 "사장으로서의 본분"과 "기업 성공 비결"에 대해 알려주고, 직원에게는 "사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위의 세 가지 케이스가 모두 직원의 '오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장, 또는 상사를 이해하는 건 직장 생활의 고통을 이겨내는 데 에너지를 준다고 분명히 생각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돼 있지만, 파트 구분 없이 인상깊게 읽은 부분들을 밑줄 쳐봤다. 솔직히 밑줄은 엄청 많이 치고 싶을 정도로 참고할 문장들이 많았지만, 자제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

사장은 고민한다. 저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인재를 뽑고 싶다고. 근데 가만히 있는다고 인재들이 회사 문을 두드릴까. 일단은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어놔야 인재들이 앞다퉈 올 것이다.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사장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비전"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비전이 있는 회사엔 당연히 사람들이 몰려든다.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장이 비전도 없이 물탱이 같으면 아무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비전을 당차게 이야기 하는 카리스마성. 그것이 사장에게 요구된다는 말씀.  
 

사장은 인재를 찾고 그들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인턴제도 등을 실시한다. 또는 경력 사원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이 모였다. 그럼 사장은 그 중 어떤 직원을 뽑아야 할까. 당연히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남과 다른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거다. 막연하게 들리긴 하지만, 이 부분, 중요합니다. 취준생여러분, 이 부분, 중요합니다.

 

 

 

 

 

(아마 사장은 고분고분 착하기만 한 직원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다음 단계. 그럼 이제 채용한 직원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까. 사람들은 적성에 대해 오해하는데, 적성은 '좋아하는 일'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 적성의 진짜 의미는 어떤 일에 대한 적응 능력, 소질 등을 의미한다. 리더는 이 사람이 어떤 일에 적성이 맞을지 파악하고 직무를 맡길 수 있도록 직원을 잘 관찰해야 한다. 직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 기능을 익히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면, 리더는 사람 관찰력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이렇듯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업 내부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에는 직원들의 이직, 퇴사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건 '임직원 검토'이다. 많은 직원들이 부서장급 임직원들과의 불화로 인해 떠나는 현실이다. 기껏 뽑아놓은 유능한 인재가 "상사가 싫어서 떠납니다." 하면 CEO 입장에선 엄청난 손실이다.

 

 

사람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책 곳곳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 느끼게 해준다. 미꾸라지가 물 흐리듯, 어느 직원의 잘못된 행동은 기업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결국 다른 직원의 사기마저 꺾으니까.

 

 

 

 

 

"유능한 직원을 많이 조직에 담고 싶다면 먼저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부서장부터 발굴해야 합니다."

위가 썩으면 아래도 썩어간다. 그런데 대부분은 썩은 물이 고인다는 걸 간과하기 쉽다. 비전이나 실행력이 없는, '놀고 먹는 거 같은' 상사 아래에선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보통 부서장급 임직원들은 CEO와 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데, 오히려 이런 부서장급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심지어는 업무 외의 경로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을 지연으로 중간간부에 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익히 보게 된다.

 

 

 

 

 

 

 

 

 

 

 

케이스 1, 2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사가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것 같다. 혹은 시키는 게 없어서 성과를 쌓을 기회를 안 주고 있다. 아니면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뭘 해오라고 닥달해서 직원이 뭘 해야 하는지 몰라 곤경에 빠진다. 이런 경우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그래서 CEO는 중간보스가 실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실무자들이 기획을 주도하고 기획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십시오."
그들이 아무 것도 모르도록 하지 말자. 이건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지금 열심히 실무를 익히고 나서, 나중에 간부급이 돼서도 실무 과정을 잊어선 안된다. 알아야 아랫사람도 부릴 줄 알게 되는 거라고 체감하게 한 문장이었다.
 
 
이런 경우도 있다. 상사가 회사의 성장에는 기여하지 않고 딴 데 생각이 가 있는 경우. 호시탐탐 더 좋은 기업에 갈 생각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 개인의 이익에만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CEO는 잘 관찰해야 한다. 이런 딴 맘 먹은 상사가 있는 팀이 잘 돌아갈리 만무하단 건 설명하지 않아도 뻔한 사실. 어떻게 관찰하냐고요? 직원들과 소통하세요, 돌아가는 상황을 판단하세요.

 

 

 

 

 

 

그런데다가 유능하지 않은 중간 간부가 연봉을 더 많이 받다보니 직원들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다. 사장은 중간 간부는 물론 직원들의 임금을 줄 때도 그게 정말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도 한다.
 
저자는 상사와 부하는 연인 사이 처럼 신뢰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사와 부하를 연인 사이에 비유하다니. 오금이 저리긴 하지만 납득은 된다. 신뢰 없는 팀이 어떻게 지속되겠나. 요컨대 직원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는 '신뢰'에서 발생한다고 하겠다.

 

 

 

 

 

 

 

보스는 이렇게 바로 아래에 있는 보다 가까운 중간 보스들을 잘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 중간관리들이 그 바로 아래 부하 직원들과 신뢰를 쌓고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보스인지 평가하고 장려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엔 그들을 잘라낼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은 이별이 아쉬울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생각하면 개선책을 찾아야겠지요.... )
정리하면 이렇다. 인재가 오고 싶어하고,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사장이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직원의 성과에 걸맞는 연봉, 회사의 뚜렷한 비전, 적성에 맞춘 인력 배치, 그리고 이런 모든 요소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유능한 중간 보스!

조직이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의욕이 상실돼 있다면 임원직, 중간보스 급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자. 리더에게 필요한 건 뛰어난 관찰력, 자기 신뢰성과 강한 자아, 판단력과 결정력, 그리고 책임감이다. 믿을 수 있는 보스 아래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직원들도, 자기 사장이 이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 같지 않다면 이제는 더 나은 곳을 찾아가기로 결단해야 할지도.

 

 

 

 

 

책을 다 읽고서 책 뒷표지의 10가지 질문을 읽어보았다.

 

1. 직원을 뽑을 때 반드시 고려할 한 가지는 무엇?
2. 하고 싶은 일을 맡기면 정말 성과를 낼까.
3. 왜 나쁜 보스가 착한 보스를 이길까.
4. 대기업 출신 vs 실무 경력
5. 연봉상승의 적정성
6.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는 어떻게 할까
7. 임원을 제대로 검증할 방법은?
8. 문제직원을 내보내면 문제가 사라질까?
9. 실적 vs 리더십. 승진에 고려되는 것은?
10. 시스템이 먼저? 사람이 먼저?

 

 

 

책 안에서 이 10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충분히 담고 있었다. 많은 사례와 진솔한 이야기로 설득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에서 말한 것 처럼 직원들은 점점 승진함에 따라 업무 내용이 달라지게 된다. 점점 더 사람 관리 능력이 중요해지게 되는데, 지금껏 해오던 일과 다른 일이기 때문에 이런 10가지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

 

 

 

 

적당히 비판적인 태도로 가감하며 읽어야 할 부분도 있었겠지만, 많은 부분이 다 주목할 만한 문장들이었기 때문에 밑줄도 많이 치고, 필기도 많이 했다.

아마 경영 관련 책 중에서 이렇게 직접 적어가며 책을 탐구한 건 「카네기 인간관계론」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제일 어려운 게 사람이고 인간관계라고.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많은 세계를 경험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비전 있는 직장을 잘 찾는다고 능사는 아니겠고 또 나 하나 잘한다고 만능인 것도 아니고.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위아래 모두에 도움되는 책인 거 같아 책장에 잘 꽂아두고 되새김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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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 문제해결의 사고력편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시리즈 2
도쿄대학 EMP.요코야마 요시노리 엮음, 정문주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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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선 도쿄대 리더 양성 교육 과정인 EMP 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역자 후기에서 써있는 것 처럼 지은이가 교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연결점과 복합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학제적인 학문 융합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느낌이 오지 않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교수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값진 경험이 된다.


책에서 인상깊게 읽은 부분들을 적어본다. 주로 문제 해결력 자체와 관련된 내용을 꺼내려고 노력했다. 


"다양성 속에서 보편성을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


"기법과 목적은 다르다. "

과학기술을 수단으로만 여기는 일본과, 과학기술을 목적 그 자체로 바라보는 서양 사회의 차이를 말한다. 이 차이로 인해 일본 과학기술 발전에 정체가 걸렸다고 말한다.


"사상과 이론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세세한 수준에서가 아니라 큰 틀에서 결정짓는다."

이슬람 문화가 정치적으로 표출화 될 수 있다는 것이 911 사태 이후 명확해졌는데, 그 이후 최근들어 불거지고 있는 이슬람 사태를 바라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슬람의 이념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진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것이 확산되지 않는 국제사회의 제도와 법률이 현실에 존재 한다는 사실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지요."

"이슬람은 인류 전체에 진리가 파급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초강대국과 대항관계는 이루지요."

지금껏 일본 사회는 이슬람과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이슬람 사람들도 '유일신'을 믿지 않는 일본인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고, 일본인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그들의 일상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것을 과학으로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충돌이 발생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축적해도 실패하기도 하고,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아도 성공적인 결말이 되는 케이스가 있다. 이런 이론에 어긋나는 현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한다."

"사전에 목적을 명확히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최고라고 여겨지는 가치관이 정말 옳은 것인지 증명할 수 없다고 해도 계속 질문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이다. "

흔히들 실패에서 배운다고 말한다. 진정으로 실패에서 배운다는 건 무엇일까. 여러 사례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보편적인 원리를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특히 요구되는 부분이 바로 실패에서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연구자에게 설명능력, 언어능력은 중요하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복수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처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특히 연구자들이 정부로부터 연구 기금을 따내려고 할 때, 일반인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등 언제나 고민되는 부분이다. 어려운 말로 치장하더라도 공무원들이 원하는 결론은 심플한 것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인'에게 고도의 학문적 지식을 쉽게 전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명문대 학생이 문제는 잘 풀어도 과외 학생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욕 먹는 케이스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현대의 사태는 분야, 지역에서의 장벽이 무의미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식과 분석이 요구된다. 대개의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또한 각 분야별로 문제 해결 방식에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학제적이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복합적인 분야의 원론부터 시작하여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읽는 새로운 형식의 교양 수업을 수강하면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에너지를 학생 스스로가 발견하도록 한 것이 도쿄대 EMP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EMP 에서 강의를 맡은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각 분야에서 지식이 발전돼 온 역사는 물론 교수가 지향하는 점을 간략히 소개하고 EMP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맛보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문제 해결의 사고력 편" 인 거에 비해 실제로 문제 해결력 향상과 관련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아쉽다. 문제 해결력의 향상은 EMP에 참여하는 그 과정 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책을 읽고 알게 됐다. 이 책은 현재 여러 학문 분야를 이끌어가는 대가들의 인생을 엮은 전기 같으면서도, 대담론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다. 문제 해결력편이라는 거창한 제목에 반해 읽었다가는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다양한 학문의 어려운 텍스트를 모두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에 부딪쳐보는 과정을 스스로 겪는 것이 문제 해결력 향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것을 기억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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