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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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누구든지 연습을 통해 책에 친숙해지고 독서를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깊이 공감하고 책을 읽을 계기와 독서의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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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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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는 말을 보면 사람은 책을 읽고 수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그런데 책 읽는 것 자체가 이젠 대단한 일인 것 처럼 인식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혹은 습관이 되지 않아서 책을 읽기 어렵다고 말한다그런데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5년 독서실태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을 읽는다고 하는 통계가 발표됐는데 대체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 해 평균 독서량은 9권이라 한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저자도 이 책에서 우리나라 국민 독서량 수준은 평균값이 아니라 중앙값으로 산출해야 보다 의미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어떤 사람은 일 년에 한 권 읽기도 힘드니평균을 내면 당연히 많이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이 평균값에 반영된다적게 읽는 것도 문제이지만 읽어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읽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신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저자는 서두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누구든지 연습을 통해 책에 친숙해지고 독서를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독서법에 관련한 많은 책들이 있다<책은 도끼다>,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 <독서력>, <생산적 책 읽기 50> 등의 책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책마다 저자의 스타일논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심리학뇌과학을 기반으로 하여 물리과학적으로 독서법에 접근하고 있어 기존의 책들과 차별점을 보여준다

뇌과학에 기초한 저자의 기본 주장은 사람의 지능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련할수록 뇌 활동이 발전해 간다는 것이다책을 많이 읽는 사람의 두뇌활동은 책에 단련된다빠른 시간 안에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하고필요한 정보를 탐색할 수 있게 된다나아가서는 얻은 정보를 응용하거나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얻은 정보를 토대로 자기만의 생각과 주장을 확고히 할 수도 있게 된다

이 책은 목차에서 10개의 독서방법 나열하고 본문에서 각각의 방법을 소개한다단순히 독서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방법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의 두뇌활동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또 그 결과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소개한다. 책에 소개된 독서법과 효과를 나름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다독: 많이 읽기. 스스로 책과 친숙해질 수 있음을 믿고 꾸준히 읽어 나간다. 책이 익숙하지 않으면 스스로 책을 읽어야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일명 가두리 기법~)


남독: 다양하게 읽기. 어떤 책도 정답이 되지 않는다. 책 마다 의견과 논조가 다르다. 또 근거가 희박하기도 하여 반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양한 책을 접하다보면 책과 책이 연결되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만독: 느리게 읽기. 책 한권을 읽는 데 들이는 시간이 길수록 당연히 이해와 사색의 정도가 깊어진다. 유명한 저자들도 하나의 책에 깊게 파고들어 연구하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만독은 단지 책을 훑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의 글을 쓸 수 있는 기반이 굳혀준다.


관독: 특정한 관점을 갖고 읽기. 사람은 자기 환경이나 성향에 따라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 저자 역시 같은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갖는다. 같은 책도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재독: 다시 읽기. 책을 읽는 능력이 향상하게 되면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사람이 변화하는 것 처럼 책에 대한 인상도 변화한다. 다시 읽는 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준다.


필독: 필기하며 읽기. 책에서 느낀 것, 의문스러운 것 등을 메모해둔다. 나중에 그 책을 다시 볼 때 반드시 참조가 된다. 적는 과정 또한 사고과정이라 책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읽기 능력이 글쓰기 능력으로 확장된다.


낭독: 소리 내어 읽는다. 소리 내어 읽으수록 다양한 감각이 자극되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난독: 어렵게 읽기. 현대인은 마셜 맥루한이 예견했던 분산된 시각적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다. 진득하게 책 한 권에 집중하는 건 보다 힘겨운 두뇌활동을 요구하지만, 연습을 통해 단련할 수 있다.


엄독: 책을 덮으며 읽기.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휴식을 갖고 나만의 사색을 한다. 책의 내용에 자신의 경험을 비추며 추억해보기도 하고, 책에 대한 감상 등을 머릿 속에서 정리해본다. 책을 보다 깊기 음미 하는 과정이다.


책을 후반부까지 읽다보니 신기한 감각이 느껴졌다. ‘관독’, 즉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독서를 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었다본문을 읽으며 같은 소재를 갖고서도 사람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와 주장을 하기 때문에 같은 주제의 여러 책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 또한 심리학이라는 특정한 관점을 갖고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그러니까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책 자체가 책 본문 속의 문장들이 현실세계에 튀어나와 구체화되고 내 손에 들려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책이 바깥 세계에 구현된다고 하는 묘한 감각은 보통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 많이 발생하는데이런 논리위주로 적힌 책에서 느끼게 되니 꽤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 독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고저자가 어떤 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소통할 기회도 얻었다.


독서량이 많아지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는다책 안의 내용을 토대로 바깥의 내용이 머리에 그려진다.자기만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이 책 역시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어 써져 있다책에서 독서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사고가 이리저리 통통 튀며 이야기가 연결되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사고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지식이 창발적으로 연결된다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보다보니 책 <숫자감각>에서 뇌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서로 다른 지식들이 연결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그림이 연상되었다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스토리텔랑 자체가 방대하고 열정적인 독서의 산물이라는 걸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깊이 공감하고 책을 읽을 계기와 독서의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나 또한 한국의 일상생활에서 책 읽는 사람이 많은 광경을 자주 볼 수 있길 바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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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 - 변화의 시작, 변화와 혁신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끌리는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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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삶에서 가장 파괴적인 단어는 나중이고 가장 생산적인 단어는 지금이다(p.132). 지금 당장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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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정면돌파 - 평생 소득, 평생 살 집,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준비
오종윤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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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저성장, 저소득, 저출산 등의 문제로 현재 몸살이 중이고, 향후 더 큰 풍파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 중 가계 경제가 갖고 있는 아주 큰 문제 중 하나가 주택으로 인한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패러다임, 즉 '부동산 투자'가 저출산, 저성장 시대에 있어서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수요공급 기전, 정부 정책의 의도 등을 통해 소개한다. 그리고 국제 동향을 나타내는 수치를 근거로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처가 어디인지를 밝히고자 하고 있다.



먼저 주의할 점은 이 책의 큰 부분이 특히 40-50대 중장년층과 60세 이상 노년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이 책에서 제안하는 투자법이나 인생 설계 전략 등은 중장년이 처한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소재인 부동산을 가장 활발히 사고 팔 수 있어야 할 연령대가 중장년층이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과거 새마을 운동 등을 통해 한국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투자가 큰 이득을 남겨줬다는 사실 때문에 여전히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저출산, 저성장과 관련된 수치를 주목하라고 한다. 저출산 현상은 앞으로 주택을 구입할 고객이 줄어들어 주택 수요가 줄고,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향후에 가격이 떨어질 물품에 지금 빚을 내가면서까지 투자를 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주택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높이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저자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주택을 새로 짓고, 개인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주택 수요를 늘리고 집값을 상승시키려 하는 전략이 아니겠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 전반을 보면 "모든 것을 의심하라!" 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책에선 가계 자산 중에서 주택(특히 대출 빚 까지 갖고 있는)이 차지하는 비율이 클 수록 위험성이 크다고 말한다. 집값은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휘청거린다.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은 부동산이 아니라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자산이고, 가계 자산에서 현금의 비중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과적인 자산 키우기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해외투자이다. 저자는 지금의 인도, 라오스, 베트남 등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이 1960-1970년대의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여 경제가 성장할 전망이 있으므로, 이런 해외 국가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할 것을 제시한다.



현금자산 비율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전체적으로 삶의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택의 크기, 가전, 차 등을 지금보다 작은 것들로 교체하여 부채율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자녀 양육 비용과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데 도움일 될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이 부분이야 말로 중장년 층을 타겟으로 할 수 있는 말일 거라 생각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내수시장 축소가 우려되고 있는데, 젊은층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지면 여러가지 이견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경제 역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을 전마이다. 미국은 2015년 말에 금리인상을 발표했고, 이는 곧 시장에 풀어놓은 돈을 회수하겠다는 정책인데, 이렇게 되면 환율은 올라간다. 저자는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로 나타낼 자금들이 이득을 볼 수 있으니, 달러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단, 달러 투자는 1-3년 안에 이루어져야 할 한시적인 솔루션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지금껏 알던 경제 상식과 다르다."라는 말이 많다. 지금의 경제 트렌드를 읽다기 보다는 부모님 세대가 말하는 경제상식을 그대로 전수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존의 관념을 깨고,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혹은 재앙)에 견뎌낼 수 있는 생애 계획을 짜기 위해 분석할 것을 제안했다. 고정관념이 있거나 경제 상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해 쉽게 쓰여진 일종의 '이론서'라는 느낌이다. 어느 사건이든 단 하나의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런 영향과 저런 영향이 동시에 일어나고, 또 대립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서로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니 다른 문헌들을  「현금으로 정면돌파」와 엮어 보며 현재의 문제를 해석하는 다양한 시선을 아울러 보는 것도 좋겠다. 궁금하다면 단기 솔루션이 아니라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보다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이 책은 출판사의 도서 증정을 받은 후, 작성자에 의해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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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기담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임명수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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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려서 초등학교 중저학년일 무렵에 서점에 가면 꼭 페이지를 펴보게 되는 마성의 책이 있었다. 요지경 박물관 시리즈 "아니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있었다고 하는 기이한 일들을 실물 사진을 일일히 곁들여 소개 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6개인 남자,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UFO와 외계인 사체, 사람의 발 같이 생긴 걸 달고 있는 대왕 조개, 다양한 괴 생명체, 매연 연기가 악마의 얼굴을 정확히 묘사한 일, 자기 장례식 장에 참석한 유령의 사진 등등. 일부 사진은 꽤 그로테스크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당시 어린이였던 나는 겁이 나지만 너무 궁금해서 책 페이지를 살금 살금 들춰봐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 하지 않은 허무맹랑한 글들도 과장되어서 쓰여져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문학사에서 「동서기담」이란 책이 나왔단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두근거림은 말로 표현하지를 못하겠다. "기담" 이란 글자는 기담과 괴담에 대한 기호가 어릴 적 부터 형성된 거라고 스스로에게 특수한 성질을 부여하게 만든다. 그런 해석은 자꾸 나를 기담에 이끌리게 만든다. 

그러나 출간된 책 표지를 인터넷에서 본 순간 솔직히 실망했다는 게 사실이다.

 

 

 

도안, 그리고 특히 동서기담이란 글씨체 모든 게 너무 옛스러웠다. 왜인지 「동서기담」도 항간에 떠도는 뜬소문들만 잔뜩 늘어놓는 게 아닐까 하고 먼저 우려하게 됐다. 그럴리가.... 어문학사가 그럴리가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게다가 이어서 어문학사 블로그에 올라오는 「동서기담」의 맛보기 글, 즉 본문 발췌글들은 내 우려에 쐐기를 박는 듯 했다. 그냥 재미로 읽는 기담이 짤막하니 실려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다 도서관에 「동서기담」이 신간 입고된 걸 우연히 발견했다. 그리고 실물을 읽어보니, 내 이전 생각은 완전히 나의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되어 한편으론 안심이다. 어문학사는 이 책을 펴내면서 "본 서에 실린 동서고금의 기담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의 문인의 작품에도 차용되어...." 라고 하고 있었는데, 나는 처음엔 이게 단지 책 홍보를 위해 덧붙인 말일 거라 생각했건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 책은 수많은 고문서나 고전 문학 작품들에 모티프를 준 기담을 찾아내고, 기이한 현상이 전 세계 곳곳에서 다수 목격된 사례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나 개인의 평소 취향에 따르면, 역시 본문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즈미 교카, 야나기타 구니오, 고다 로한의 작품 속에서 괴담을 찾아내고, 그것이 어떻게 작품 창작에 영감을 줬는지 기록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을 읽다보면 고이즈미 야쿠모의 「괴담」에 나오는 '무지나'가 떠오른다."
(두 번의 쇼크. 페이지 142.
「호러국가 일본」이란 평서에서도 고이즈미 야쿠모, 즉 라프카디오 헌의 작품 「괴담」에 같은 일로 인한 쇼크가 두 번 반복되는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해설이 있다.)

 

 

 

"이즈미 교카의 「초미궁」에 나오는 아키야 아쿠자에몬이라는 마술사는 스스로 '인간이 눈 깜짝할 사이를 세계로 만든다.' 고 공약한다."
(덴구에게 잡혀간 소년, 페이지 173)

 

 
"자살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이 현상에 적지 않은 흥미와 관심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믿고 있었다." 
(자기상 환시, 페이지 51)

 

 

"요시무라 히로토라는 의사가 쓴 「이즈미교카, 예술과 병리」라는 책은 이러한 현상을 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내용 또한 흥미롭다." 
(자기상 환시, 페이지 53)

 

 

인상깊었던 다른 부분은 신화에 대한 기록에서도 SF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허무맹랑 뜬소문 기담 모음집일 거라 예측만 했던 책 속에 기담을 과학적 시선으로 해석하려 한 시도가 담겨 있었던 거다. 


이렇게 「동서기담」의 본문을 실제 읽고나니, 역사 후기에 실린 다음의 문장이 이 책에 대한 평가를 가감없이 적절히 표현한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본 역서가 문학, 박물학, 민속학, 심리학, 역사학 등의 연구에 있어 보조적 자료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자 후기)


 

이런 민속학적 가치가 충분한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민속학에 대한 관심은 단연 일본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 대학 동아리 학생들도 민속 동아리를 만들어 풍물을 연구하기도 한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책이 나온다면 보다 한국 문학 작품 속에 담인 기이한 이야기들에 매료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저자 시부사와 다쓰히코는 본문에서 주로 18-19세기 고문서를 출처로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며 펼친다. 이건 시부사와가 이미 1987에 사망한 작가이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담긴 기담들에 대한 그의 논조는 비논리적이거나 미신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옛날 사람치곤 시대를 앞서서 과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저자의 모습에 「교고쿠도 시리즈」의 고서점 주인의 모습을 겹쳐 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내 특성이었다. 교고쿠도처럼 이 책에 담긴 많은 기담을 모두 기억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보는 세계는 어떤 느낌인 걸까 하고 궁금해졌다. 

 

(책에 실린 피투성이 산모의 유령인 우부메의 삽화. 페이지 99. 
만일 시부사와가 교고쿠 나쓰히코 작품 「우부메의 여름」이 출간된 1994 년 이후까지 살아 이 책을 집필했다면, 우부메 이야기를 하면서 교고쿠를 언급했을지도 모르겠다. 「동서기담」에선   「곤자쿠모노가타리」라는 옛 문헌에 실린 우부메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기담이 없는 일상은 너무 평범하고 단조롭다. 기담이나 괴담을 논리적으로 해석해내고 말겠다는 과학적 사고가 자극 되는 한편, 정말 제대로 된 기담은 그 자체로 흥미로워 내 일상을 재미있게 해준다. 전혀 얼토당토하지 않은 기담. 해설이 실린 기담. 「동서기담」은 오노 후유미 「잔예」 에 이어서, 인상 깊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몰라봐서 내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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