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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이 책은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에 쓴 여행기 형식의 풍자소설이다. 16여년간 4차례의 여행에서 만나는 릴리펏(소인국),브롭딩낵(거인국), 라퓨타외, 후이늠국(말의나라)등을 통해 유럽,영국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을 하고 있다. 300년전 씌여진 책이라는 것을 믿을수 없을만큼 다양한 분야에 박식하며 이야기는 늘 상상이상의 그것이다.
소인국에서의 릴리펏인들은 도덕성이 결여된 자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더라도 진리,정의,절제 등의 미덕을 지킬 능력이 없다면 따라서 그런 위험한 자에게 공직을 맡겨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덕적 성품을 가진 사람이 무지에 의해 저지른 오류는 공공 이익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도덕하고 부패한 경향이 있는 데다 그 자신의 부패한 심성을 숨기고, 돋보이게 하고, 옹호하는 능력을 가진 자의 고의적인 술수는 공공 이익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한구절 구절 옳은 말뿐이다.
거인국에서의 묘사들은 기상천외하다. 유모의 가슴둘레가 5미터에 앞으로는 2미터정도 튀어나왔다거나 공격해 오는 쥐를 물리친 뒤 죽은 쥐의 꼬리가 약2미터였다는 것이나 말의 달리는 보폭이 12미터였다는 둥...읽다가 보면 실실 웃음이 나온다.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상상이 안될때도 있고 그저 웃음이 나온다
거인국 왕의 걸리버에 많은 질문을 하는데 귀족이 탐욕이나 당파성 혹은 지식의 결핍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워서 뇌물이나 어떤 괴이한 편견이 그들의 판단에 전혀 자리 잡지 못하는가 라고..이것은 결국 조너선 스위프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리라 본다.
유럽의 1800배나 컸던 브롭딕냉 거인국의 우박을 잠시 맞고 온 몸에 타박상으로 열흘간이나 외출을 할수없었다는것이나 왕의 600마리나 되는 말의 키가 16미터에서 18미터였다는 것,그리고 말에 올라탄 기병의 높이는 대략 27미터, 여인의 쟁반만한 검은 반점이나 그 반점에서 노끈보다 더 굵은 털이 튀어나와 있다는등..작가는 모든 상상력으로 거인국을 묘사하고 있다.매 순간 웃음이 터질 정도다. 이러한 소인국.거인국의 묘사는 정화 동화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흥미롭지만 그 안의 인간 관계와 제도, 조직등 조금 더 들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의견들을 풍자를 통해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그것은 300년이나 지난 지금도 너무도 정확하고 분명한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걸리버가 2년여 시간동안 있었던 거인국을 벗어나 기적처럼 바다에서 선원들에 구조된뒤 귀가 했다가 다시 선의로 출항하고서는 만나게되는 라퓨타라는 천공의 도시. 마치 이도시는 그들의 생각과 정신이 수학과 음악에만 갇혀 있었다는 점에서 기하학과 음악을 즐겨 회화에 대입시켰던 파울클레. 혹은 페르낭 레제를 연상시키는 묘사들이 많았다. 또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는것은 다양한 코스 음식의 묘사가 세련된 지금의 식당들 코스를 묘사하고 있다 해도 크게 다를거 같지 않다는 거다. 읽을수록 놀라게된다.
또한 걸리버가 수도 라가도의 대학술원 견학을 하는 장면은 마침 코스닥 2위이던 신라젠이 얼마나 엄청난 사람들에게 피같은 손실을 입힌 사기와도 같은 일을 저지른것을 목격한 뒤라 이 학술원의 사변적인 지식에 몰두하는 계획자들의 행태를 보는것이 실감이 나는 부분이였다.
말도 안되는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한다든지 거미줄로 실크를 만든다든지..500개가 넘는 계획자들의 연구실이 묘사되는 부분은 지금도 역시 크게 다르지않고 그 연구에서 진위를 가려내는 것이야 말로 아주 중요하지않을까..또 생각하게된다
걸리버의 입을 통해 현대사의 역겨움을 말하며 세상이 돈에 영혼을 판 저술가들에 의해 엄청나게 날조되고 있고, 전쟁에서 이룬 업적이 겁쟁이에게 돌아가고, 가장 현명한 조언이 멍청이가 한것이되고, 아첨꾼이 정직함의 표상이되고 세상에.,울고 싶을정도로 지금과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무고하고 훌륭한 사람이 재판관의 타락과, 악의에 넘치는 당파에 소속된 대신들의 책략으로 목숨을 빼앗기거나 추방당했는가.
얼마나 많은 악당이 신임, 권력,위엄, 이익을 누리는 고위직에 올랐는가...이건 300년 전에 씌여진 글이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 책을 덮는순간 나 마저도 후이늠국의 정중하고 친절하고 고귀한 성질에 동화된 듯 인간 야후의 세상은 지금 까지 깨닫지 못했으나 지옥과 같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유토피아를 늘 추구하지만 모든 시스템의 뒷쪽에 그 많은 권모술수 속에 용케도 오늘 자유로운 호흡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정도로 걸리버 여행기속에 푸욱 빠져있었다.이것보다 멋지고 제대로된 풍자소설을 본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