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집가의 철학 -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8월
평점 :
이 책의 맨 처음 지은이의 말 시작하는 첫 다섯줄이 400페이지를 넘는 이 책의 정체성을 다 표현하고 있다.
어떤 물건이 이 다음에 문화유산이 될지 당대에는 모르며 세월이 흐른 뒤 그 물건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수집가의 몫이다. 수집가가 수집하지 않은 물건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건처럼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다. 수집가의 안목이 역사가 된다-이것이 작가의 신념이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인 폰 박물관에 대해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수집으로 저자가 세운 세계최초이자 유일한 휴대전화 전문 박물관인 여주시립폰박물관에 관한 과정 기록도 남기고자 하는것이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흔하디 흔한 휴대폰 박물관이 정말 필요했을까 였는데 1969년 나온 다이얼식 빨간 공중전화.그 후로 늘 보아왔던 그러한 공중전화조차도 이제는 전국에 몇대 밖에 없고 고철로 사라졌다는 글에 충격을 받았다. 정말 그의 신념이 휴대폰 왕국의 한국 국민들에게 큰 자산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10,20년 만 지나가도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워질테니 말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디지털이 아닌 그의 아날로그적 향수, 전화와 관련된 여러 추억들이 절로 웃게 만들었다. 집전화에 대한 모두가 갖고 있을법한 기억들이다. 틀린번호로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기억들. 칼도끼 툭에선 혼자 마구 소리내어 웃었다. 오이씨 수박씨에선 완전히 미친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저자는 몹시 재밌고 박식한 사람이다.
오드리헵번이 나왔던 사브리나 설명뒤에 1950년대의 카폰을 구했다는 부분에서 내입이 절로 벌어졌다. 프랑스의 유선전화기 마더인로에 대한 작가의 해설이 맞다는것도 재미나다. 무술도장을 차리면 고수들이 도전하러 찾아오듯이(ㅋㅋㅋㅋ꼭맞는 표현이다)박물관을 여니 수집가.귀한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들이 가지 가지 목적을 품고 찾아와서 컬렉션의 다채롭게 이룰수있었다는부분도..아.그렇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휴대폰 강국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커지면서 저자의 이 폰박물관이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2008년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한국에 휴대 전화박물관이 처음 생긴것에 대한 인터뷰와 기사를 낸것중 "세계가 한국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인정하고 있다.휴대전화는 한국의 긍지이다.후세에 전할 사명이 있다"..
라는 그의 인터뷰 기사가 광복절에 일본 신문에 실렸다는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작은 거인이자 진정한 애국자이다.
후반부에 가면 전시장을 구성하는 핸폰의 사정과 관련 에피소드.핸폰의 발전사를 영화나 해당 전화기와 얽힌 사연들과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저자는 거의 영화 평론가이기도 하고 과학기술자 이기도 하고 여러 국가의 문화 평론가이기도 하다.
10년전 나온 미개봉 아이폰2G가 이베이서 2500백만원..하는 시대에 수집가의 철학이 없었다면 핸드폰 최강국인 우리 후대는 그 진품을 보지도 못하고 상상만 했을것이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느낌과 폰 박물관의 가치와 수집가의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되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