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에서 온 아이 큰 스푼
이규희 지음, 백대승 그림 / 스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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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노원에 생활사박물관이 개관했단 소식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가서 체험관람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추천의 말을 듣고 방문했는데요. 6.25 이후의 서울의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니 어른이지만 당시를 겪어보지 못한 저도 신기하고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쟁 직후의 폐허와 재건하는 모습들이 찍힌 사진들을 보면서 현재 도시 모습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곳에 찍혀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나 우유배급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이 아프면서도 순진한 아이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보이는 듯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어느 나라, 시대든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이죠... 최전선에서 싸우는 남성들,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도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아직 세상에 대해 알기도 전에 전쟁을 겪어야만 하는 죄없는 아이들이 평생 안고가야할 고통스런 기억들을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 뿐입니다.. 물론 6.25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지났으므로 전쟁당시 아이였던 분들은 지금 저보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되어 살아오시면서 수 많은 기억들로 전쟁당시의 기억들을 묻으셨을거라 생각하지만 6.25 전쟁기념 다큐멘터리등을 통해 인터뷰를 들어보면 지금도 생생하게 그 고통스런 상황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이렇듯 전쟁에서 겪은 고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생을 따라다니는 듯 합니다..


[장진호에서 온 아이]는 올해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출간된 기념 역사 동화로 함경남도에 위치한 장진호에서 살던 강우가 6.25 전쟁으로 인해 거제도까지 피난을 가는 이야기입니다. 계절을 즐기면서 장진호에서 수영하고 들과 산을 뛰어다니던 아이가 고향도 가족도 다 잃어버리고 생면부지인 거제도까지 떠밀려오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가족을 잃고 전쟁이라는 고통 속에서도 사람에게 위로받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우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6.25 전쟁이 더 잔혹하고 비참한 전쟁인 것은 아마 같은 민족끼리 누군가의 이기적인 이념때문에 발발한 전쟁이어서 인 것 같습니다. 소수의 이념들과 이기적인 욕심때문에 가족이 해체되고 같은 동네에 살던 사람들끼리 의심하고 박해하고 죽이게 되는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버렸습니다. 조용히 잘 살아가던 강우 가족은 인민군에게 형을 빼앗기고 미군과 중공군의 개입으로 아버지도 몸을 피하면서 가족이 점점 해체되기 시작합니다. 피난을 떠나면서 고향에 남기로 한 할머니를 두고 엄마와 동생 강희와 떠나지만 수 많은 인파와 다리가 폭파되면서 모든 가족들을 잃고 맙니다.

다행히 길수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구사일생으로 부산항을 거쳐 거제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적으로 강수가 탄 배는 무사히 부산항에 도착하지만 이후에는 부두가 불타버려 이제 배가 뜨지 못한단 소리에 강우는 절망하지만 작가님은 강우와 피난민들의 절망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 안에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피난을 가는 배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지만 서로 보듬어주는 모습과 거제도에서 북에서 온 피난민들을 도와주는 남한사람들, 서로를 의지하는 길수와 강우, 두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하고 생활력있는 모습을 보이는 길수엄마의 모습은 어떻게 남한. 대한민국이 전쟁 이후에 절망 속에 빠져있지 않고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를보여주는 듯 합니다. 책을 덮으면서 인민군에게 끌려가 북한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형과 철장사이로 만날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강우의 모든 가족들이 한곳에 모여 따뜻한 밥을 먹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강우를 응원하게 되네요..

저도 아이도 전쟁을 알지 못하는 세대인데다가 전쟁이라고 하면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이거나 뉴스를 통해 보는 외국의 이야기들일뿐인데 [장진호에서 온 아이]를 읽으면서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방영한 사랑의 불시착이란 드라마를 보면서사랑하는 사람인데 이루어지기 힘든 주인공의 상황에 안타까워했었는데요. 그들보다 더 이전에 70여년간을 생사확인도 못한채 만나지도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제 연세가 많아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전쟁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세대가 많아 앞으로 분단된 우리 나라가 과거 전쟁의 아픔을 딛고 어떤 식으로 통일을 해야 할지 더 많이 고민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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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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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부터 버킷리스트에 20~30위 어딘가쯤에 항상 존재했던 국토종주.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때 항상 5위권 위로 치솟았던 국토종주가, 30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점점 잊혀질까.. 했지만 어느새 다시 스믈스믈 순위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10대때는 몰라서 20대 초반에는 관심이 없어서 20대 중반에는 관심이 있지만 자신이 없어서 못했던 국토종주였는데 30대후반에 와서야 이제 망설이면 안되겠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왜 갑자기 나이들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서 고생을 하냐고..말하며 뭐때문이냐고 하시는데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유가 없기에 그냥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고 그게 자꾸 반복되다보니 가야겠다란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자전거를 타면서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아마 언젠가 훌쩍하고 떠나게 된다면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도 아무 생각없이 페달을 밟습니다]의 주인공 또한 58일동안 무작정 달렸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2736Km를 달리고 달려서 물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릎통증을 얻었지요.. 중간에 무릎통증때문에 침술치료도 받고 아파서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무릎통증으로 인해 쉬면서 그림을 더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쉬고 달리고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책을 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건 주인공의 감정변화입니다. 험난한 길에도 지나가는 길에서 만난 개들도, 하늘에 날아가는 국경 헬기들, 물살들, 미지의 길들을 겪으면서 화도 내고 자학도 하고 기뻐도 하는 그 모습이 꼭 저의 모습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요즘 장거리를 달려보려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중인데 주인공에게 비교할 수는 없는 거리인 30km정도를 가면서도 그 희노애락이 다 오더라구요. 그래서 왠지모를 공감도 되고 만약 국토종주를 하게 되면 나도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제일 공감되는 부분은 부모님과 세번째 이별을 하는 부분이었어요. 어디에 있든 달려오는 부모님과 그녀를 지지해주는 모습에 부러움과 부모로서 자녀를 믿는 그 모습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든든한 부모님과 뒤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남편덕분에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요~?!
제목이나 소개만 보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책으로만 느낄 수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쓰려고 중간중간 책을 되집어 보니 매일 매일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도 읽혀졌습니다. 힘들면 쉬고 아프면 도움받고 괴로우면 위로받고 부당하면 화내고 행복한건 누군가와 나누는 일상들, 너무 평범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그런 행복들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혀졌습니다. 실패를 예상하고 했던 자전거 미국 횡단기는 결국 완주하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탓하거나 그럴줄 알았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없이 달렸고 그녀 스스로가 자신에게 실패하는 걸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포기를 허락하는 일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회사에서나 가정에서 완벽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저 자신에게 큰 울림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손글씨가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는데 뒤로 갈 수록 그림이랑 찰떡처럼 어울려서 오히려 주석으로 달린 글자체가 거슬릴 정도였습니다. 종주준비를 위해 예전에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종주를 이제는 언제라도 해야겠단 마음을 먹은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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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박설영 옮김 / B612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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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19세기 영국이란 배경인 소설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정확히 생각이 잘 안나지만.. 그나마 기억에 남는 최근의 소설은 세라 워터스 작가의 핑거스미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 영화의 원작으로 더 유명한 소설이지만 제가 읽을 당시에는 아직 영화가 개봉전이어서 원작의 매력을 비교없이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후로 여서작가, 19세가 영국, 계급과 지위.. 영국의 어둠과 빛 등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소설은 일단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인형공장] 또한 19세기의 영국의 어두운 부분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그 안에서 억압받았지만 불타올랐던 주인공의 사랑과 꿈에 대한 열망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리스에게 공감하며 루이와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주인공인 사일러스에게도 동정심이 가기도 햇습니다. 사일러스는 악인으로 나오지만 그 또한 영국사회의 모순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인 수집과 기괴함 속으로 도망가버린 불행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인형공장] 속의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에 사로잡히고 억압되어 있습니다. 언니인 로즈는 아름다웠던 과거에 로이는 신분과 결혼제도에 사일러스는 과거와 자신의 욕망에 그리고 아이리스는 여성으로서 품지말아야할 사랑과 꿈을 가졌기에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거부당하고 괴로워 합니다. 아이리스와 로이가 잠시나마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희망을 갖지만 결국은 로이 또한 19세기 영국의 평범한 남자였을 뿐... 아이리스를 구원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리스는 여성인권이 바닥이었던 당시 모델로 활동하면서 부모에게 의절당하고 매춘부취급까지 받아가면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지만 로이는 연인으로서 그림 스승으로서의 모습만 보여줄뿐 아이리스 삶의 구원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자유는 스스로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고 자유를 위한 투쟁이야 말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란걸 아이리스는 사일러스와의 갈등을 통해 알아버렸을 것입니다. 사일러스의 손아귀에서 탈출의 순간 루이를 떠올렸지만 그 순간의 광장의 모습들과 냄새들 그리고 프레임과 색들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란 걸 깨달았을 거라고 혼자 추측해봅니다. 

엘리자베스 맥닐작가가 영감을 받았다고 한 실존인물인 엘리자베스 시달의 인생을 보면 아이리스의 삶이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19세기의 꿈이 있는 여성들이 받았던 대우와 비극을 똘똘 뭉쳐놓은 것 같은 엘리자베스 시달의 그림 속 모습에 아름다움보다는 허망함과 슬픔이 더 느껴졌습니다. 향수의 그로테스함과 독특한 퇴폐적인 분위기와 미니어처리스트에서 보여준 관습에 억매여 살던 여성이 자유를 위해 강인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19세기 영국의 모습을 정밀한 고증을 통해 사실감있게 풀어내고 잇습니다. 읽고 난 후에는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인형공장]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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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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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피터 스완스의 신작!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언제나 조금은 동정이 가는 살인자를 배출하는 피터 스완스 인데요.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초반부터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피터 스완스의 신작!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언제나 조금은 동정이 가는 살인자를 배출하는 피터 스완스 인데요.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초반부터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자를 괴롭히는 자들, 즉 죽어 마땅한 자들을 죽이는 살인자인 매슈와 그가 살인자라는 걸 눈치채버린 헨.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긴장감을 돋아주는데요. 특히나 헨이 조울증과 집착증으로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주변 상황으로 인해 조금씩 고립되어 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안타깝기만 한데요.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게 되고 평안할 줄 알았던 헨의 가정이 흔들리면서 헨과 매슈의 관계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스스로 괴물이 된 리처드.. 매슈의 동생인 그의 존재는 매슈의 살인철학을 흔들어놓았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가냘픈 어머니 사이에서 트라우마로 인해 정립된 불안정한 매슈의 내면은 무너지기 일보직전까지 갑니다. 그리고 헨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매슈와 이상하게 매슈의 희생자인 더스티에게 집착하는 헨은 단순한 범죄자와 그 범죄를 밝히려고 하는 신고자의 사이라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복잡한 사이입니다. 중간까지는 둘의 심리전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아슬아슬하게 폭탄돌리기 하듯이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펑! 하고 폭탄을 터트려버립니다. 결국 모든 주인공들이 비밀을 갖고 있었고 (헨의 남편도 헨에게 숨긴 것이 있었지요~) 그들은 그 비밀을 숨기기 위해 혹은 밝히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고 맙니다..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처럼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한 죽여 마땅한 사람을 죽이는 매슈의 존재때문인지 소재가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피터스완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많은 소소한 우연과 억지성이 있지만 이점이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거슬리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너무 쫄깃쫄깃 하게 해놔서 일가요?? ㅎㅎ 

이건 여담이지만..... 왜 전 지금까지 피터 스완스가 여성작가인줄 착각했을까요????????????????????????? 전작을 본것도 좀 오래되긴 했지만...........이번에 책 받고 읽으면서 까암~놀 했습니다 ㅎㅎㅎㅎ 이번 작품도 굉장히 몰입하면서 읽었는데 앞으로 왕성한 집필활동을 할 피터 스완스의 작품들이 국내에 많이 바로바로?! 소개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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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오정희 지음, 조원희 그림, 강유정 해설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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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처음 아파트에 입성했었던 그 순간이 기억납니다. 짜장면 세그릇을 신문지 위에 펼쳐놓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부모님이 흘리던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찍어대며 옆집에는 누가 있을까??? 무서운 사람이면 어쩌지? 내 친구는 어디서 찾지??란 생각을 하염없이 했던 그 날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헌데... 처음 이사간 집은 14층이었는데 한..3년 정도 살다가 같은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갔었는데요. 분명 처음 이사간 집도 전세가 아닌 자가였는데 굳이 왜? 이사비용을 들여 굳이 같은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했을까???하는 의문을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고 나서야 들고..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층간소음이 크게 사회적 문제화되진 않았을때이긴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거에요.. 나중에 넌지시 부모님께서는 1층으로 이사간 이유를 물으니 자녀들이 외출(운동)을 많이 하게 하려고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현재 제 추측으로는 아마 층간소음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아이 2명이 내는 소음은 솔직히 상상이상으로 시끄럽거든요... 저희 집은 아이 한명인데도 엄청 조심하고 살고 있습니다만...노후된 아파트에서는 조심을 해도 의도하지 않은 소음이 많이 발생하게 되거든요... ㅜ 공동주택에 살게되면 누구든 층간소음에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일 수 밖에 없는데요. 새볔마다 들려오는 망치소리와 고성에 몇달간을 많은 주민들이 시달리면서 대자보까지 붙었지만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누구인지 찾을 수는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져 범인찾기는 유야무야되었지만 주민간의 의심과 불화는 조용히 밑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린 일이 있엇습니다. 이렇듯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나눌 수가 없고 각각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기때문에 누군가를 탓하기만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국 이 시대의 공동주택 거주자라면 누구나 감내해야할 고통이면서도 지켜야할 예절이 층간소음인데요. 이 소음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작가님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우리와 닮은 주인공 이란 말이 층간소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 저로서는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저또한 둥글둥글하게 참아보려 하다가도 욱하곤 하는데...(다행히도 저희 집 인터폰은 망가져서..인터폰으로 참견을 할 수가 없네요 ^^;;) 심지어는 저희 아이도 어느집인지 모를 소음에 욱하곤 합니다. 저희 집의 경우에는 늦어도 8시 후에는 뛰지 않기, 고성방가 금지, 티비소리 줄이기, 세탁기나 건조기 금지 등등 규칙을 세워놓고 생활중입니다. 헌데 맘카페에 가서 층간소음에 대한 글을 보면 사람들의 생활스타일이 다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기준이 집마다 다 다르더라구요. 늦은 밤이나 새볔에 출퇴근을 하는 집도 있고 남들보다 좀더 청력이 발달한 사람도 있고 [소음공해]책에 나온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소음이 유발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왠만한 소음은 최대한 흘려들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만약 주인공이 이웃 주민들에게 참견이 아닌 소통을 했다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비아저씨에게 인터폰을 하며 이야기할게 아니라 서로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아랫집 아내에게 첨언을 할게 아니라 다정한 인사부터 시작해서 소통을 했다면? 조금은 다른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얼마전 같은 층의 3집이 이사를 하고 나서 인테리어를 며칠 사이로 줄줄이 한 일이 있었는데요. 종종 풍기는 시멘트 냄새도 현관문을 닫으면 나지 않으니까 큰 신경을 안썼는데 저희 집이랑 가장 멀리 있는 호수의 집에서 문에 쓰레기봉투를 두고 가셨더라구요..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 아파트 경비실에 인테리어 안내문과 협조문이 붙긴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도리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은 거리가 꽤 있어서 소리도 잘 안들리는데 배려해줘서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만약 쓰레기봉투가 없고 메모만 붙여져 있다해도 똑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


오정희작가님의 단편을 해석과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이신 조원희작가님의 그림으로 재탄생시켰는데요. 원작을 읽고 싶어 찾아보니 중고생 교과서 단펀선에 실려있네요 ^^ 절판된지 알았는데 찾아서 행복합니다 ㅎㅎ 이 단편외에도 오정희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꼭 보고싶단 생각이 드네요~ 47년생으로 많은 작품을 쓰신 대작가님이신데 책 목록을 보니 제가 다 안본 책..ㅜ 반성하며 작가님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보다 먼저 제가 책을 읽었는데요.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리뷰를 쓰면서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좀 정리 된 것 같으니 내일은 함께 [소음공해]를 읽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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