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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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부터 버킷리스트에 20~30위 어딘가쯤에 항상 존재했던 국토종주.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때 항상 5위권 위로 치솟았던 국토종주가, 30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점점 잊혀질까.. 했지만 어느새 다시 스믈스믈 순위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10대때는 몰라서 20대 초반에는 관심이 없어서 20대 중반에는 관심이 있지만 자신이 없어서 못했던 국토종주였는데 30대후반에 와서야 이제 망설이면 안되겠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왜 갑자기 나이들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서 고생을 하냐고..말하며 뭐때문이냐고 하시는데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유가 없기에 그냥 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고 그게 자꾸 반복되다보니 가야겠다란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자전거를 타면서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아마 언젠가 훌쩍하고 떠나게 된다면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도 아무 생각없이 페달을 밟습니다]의 주인공 또한 58일동안 무작정 달렸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2736Km를 달리고 달려서 물질적인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릎통증을 얻었지요.. 중간에 무릎통증때문에 침술치료도 받고 아파서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무릎통증으로 인해 쉬면서 그림을 더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쉬고 달리고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책을 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건 주인공의 감정변화입니다. 험난한 길에도 지나가는 길에서 만난 개들도, 하늘에 날아가는 국경 헬기들, 물살들, 미지의 길들을 겪으면서 화도 내고 자학도 하고 기뻐도 하는 그 모습이 꼭 저의 모습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요즘 장거리를 달려보려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중인데 주인공에게 비교할 수는 없는 거리인 30km정도를 가면서도 그 희노애락이 다 오더라구요. 그래서 왠지모를 공감도 되고 만약 국토종주를 하게 되면 나도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제일 공감되는 부분은 부모님과 세번째 이별을 하는 부분이었어요. 어디에 있든 달려오는 부모님과 그녀를 지지해주는 모습에 부러움과 부모로서 자녀를 믿는 그 모습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든든한 부모님과 뒤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남편덕분에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요~?!
제목이나 소개만 보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책으로만 느낄 수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쓰려고 중간중간 책을 되집어 보니 매일 매일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도 읽혀졌습니다. 힘들면 쉬고 아프면 도움받고 괴로우면 위로받고 부당하면 화내고 행복한건 누군가와 나누는 일상들, 너무 평범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그런 행복들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혀졌습니다. 실패를 예상하고 했던 자전거 미국 횡단기는 결국 완주하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탓하거나 그럴줄 알았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없이 달렸고 그녀 스스로가 자신에게 실패하는 걸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포기를 허락하는 일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회사에서나 가정에서 완벽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저 자신에게 큰 울림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손글씨가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는데 뒤로 갈 수록 그림이랑 찰떡처럼 어울려서 오히려 주석으로 달린 글자체가 거슬릴 정도였습니다. 종주준비를 위해 예전에 다양한 책들을 읽었는데 종주를 이제는 언제라도 해야겠단 마음을 먹은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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