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박설영 옮김 / B612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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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19세기 영국이란 배경인 소설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정확히 생각이 잘 안나지만.. 그나마 기억에 남는 최근의 소설은 세라 워터스 작가의 핑거스미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 영화의 원작으로 더 유명한 소설이지만 제가 읽을 당시에는 아직 영화가 개봉전이어서 원작의 매력을 비교없이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후로 여서작가, 19세가 영국, 계급과 지위.. 영국의 어둠과 빛 등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소설은 일단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인형공장] 또한 19세기의 영국의 어두운 부분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그 안에서 억압받았지만 불타올랐던 주인공의 사랑과 꿈에 대한 열망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리스에게 공감하며 루이와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주인공인 사일러스에게도 동정심이 가기도 햇습니다. 사일러스는 악인으로 나오지만 그 또한 영국사회의 모순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인 수집과 기괴함 속으로 도망가버린 불행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인형공장] 속의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에 사로잡히고 억압되어 있습니다. 언니인 로즈는 아름다웠던 과거에 로이는 신분과 결혼제도에 사일러스는 과거와 자신의 욕망에 그리고 아이리스는 여성으로서 품지말아야할 사랑과 꿈을 가졌기에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거부당하고 괴로워 합니다. 아이리스와 로이가 잠시나마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희망을 갖지만 결국은 로이 또한 19세기 영국의 평범한 남자였을 뿐... 아이리스를 구원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리스는 여성인권이 바닥이었던 당시 모델로 활동하면서 부모에게 의절당하고 매춘부취급까지 받아가면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지만 로이는 연인으로서 그림 스승으로서의 모습만 보여줄뿐 아이리스 삶의 구원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자유는 스스로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고 자유를 위한 투쟁이야 말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란걸 아이리스는 사일러스와의 갈등을 통해 알아버렸을 것입니다. 사일러스의 손아귀에서 탈출의 순간 루이를 떠올렸지만 그 순간의 광장의 모습들과 냄새들 그리고 프레임과 색들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란 걸 깨달았을 거라고 혼자 추측해봅니다. 

엘리자베스 맥닐작가가 영감을 받았다고 한 실존인물인 엘리자베스 시달의 인생을 보면 아이리스의 삶이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19세기의 꿈이 있는 여성들이 받았던 대우와 비극을 똘똘 뭉쳐놓은 것 같은 엘리자베스 시달의 그림 속 모습에 아름다움보다는 허망함과 슬픔이 더 느껴졌습니다. 향수의 그로테스함과 독특한 퇴폐적인 분위기와 미니어처리스트에서 보여준 관습에 억매여 살던 여성이 자유를 위해 강인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19세기 영국의 모습을 정밀한 고증을 통해 사실감있게 풀어내고 잇습니다. 읽고 난 후에는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인형공장]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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