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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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동차 좌석이나 조수석에는 언제나 전국을 누비는 지도책이 있었다. 길을 나서기 전 그 책을 통해 갈 길을 돌아보고,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기 전까지 이정표를 놓치려 애쓰지 않으며 다시 출발 전에 책을 들여다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그 책들은 박물관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제 길은 찾는 것이 아니라 안내되어 지는 것. 길을 잃을 일은 없지만 정신을 잃을 일은 더 늘어나거나 빨라질 수 있음을, 그것이 다름 아닌 우리의 뇌가 어느 날부터 기억, 집중력, 공간지각력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면서 발달해온 순간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발생한 일들에 대하여 인류학, 의학, 심리학의 개념을 도입하여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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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를 보면 항로와 육로을 탐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나침반과 조종대가 보인다. 지도와 나침판, 망원경, 표지판, 그리고 산봉우리를 포함한 여러 랜드마크가 보이지만 GPS를 장착한 네비게이션이나 휴대폰 등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여러분은 어디에 가장 먼저 눈이 갔는가? 나의 경우 ‘길 잃은’이란 두 단어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아마도 ‘길’이라는 것 자체가 본연의 의미와 여러 가지 알레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 우연히 길 잃은 아이를 길에서 만난 후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고, 의외로 길을 잃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 몇 분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가지 못했거나 정확한 노선을 모를 때 A에서 B로 가기 위하여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카카오맵을 열어 길찾기를 누르는 일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경로’를 탐색하기 위한 1차적 목적도 있으나, 더불어 ‘시간’이라는 것이 우리에겐 더 없이 중요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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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본드가 쓴 이 책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정주를 해온 네안데르탈인과는 달리 아프라카를 나와 남미까지.. 그리고 지금은 달나라까지 다녀온 현생 인류이다. 이들에게 과거 시간이란 오늘날과 달랐기에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단 두 어 시간 만나기 위해 꼬박 며칠을 길을 나섰다는 문장들이 보인다. 이정표도 없고 지도도 없으며 GPS도 없는 그 세상에 그들이 길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의지할 것이라곤 길 위의 풍경을 머릿속에 담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왔다가 처음부터 다시 걷기를 시작하고 이 방향 저 방향 다 가본 뒤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길을 떠났다는 말이 있다. 또한 오래전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에서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긴 이름에 놀랐듯이, 그들이 사는 곳의 지형과 풍경과 분위기까지 포함하여 지명을 정한 것을 통해 과거 인류가 걸어간 길에 대한 포문으로 책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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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길찾기라는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사회적인 활동이 적었던 여성들의 경우 길찾기가 생물학적인 성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그런 사회문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남성들보다 길찾기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점을 이야기한다. 이는 과거 어린아이들이 동네에서 숨바꼭질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지에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오늘 날 아이들의 생활반경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길찾기 능력이 떨어진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과 마찬가지이다. 첫 해외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흘렀고 돌이켜보면 2010년 이전까지는 구글맵을 사용하지 않고 다녔고, 길을 잃은 적이 잘 없고 길눈이 좋은 편이거니 했지만 한번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선 호텔을 찾지 못해 두 시간을 밖에서 해맨 적이 있었다. 그러니 길잃기란 길눈이 아무리 좋은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랜드마크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숲과 같은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을 비롯해서 아주 순간적으로 위치 파악을 잘못할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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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목적지 없는 산책, 길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고, 때로는 길을 잃도록 버려두는 것만으로도 다시 길을 찾는 능력을 찾게 되는 역설적인 여러 가지 사실들과 관련된 철학적 성찰을 ‘뇌과학’을 통해 설명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3장 부분은 그간 뇌과학책을 어느 정도는 읽었다 생각했지만 내게는 조금 어렵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이 책의 랜드마크와 같은 주요핵심을 놓치지 않고 읽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인류는 제트택시나 순간이동과 같은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미지의 세상은 탐험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떠올릴 수 없는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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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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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1. 17:03
많이 웃었다. 뭔가 경비원의 일상이 찌질하지만(우리 모두의 모습 같아서) 너무 리얼해서 많이 웃었고, 기한기씨랑 높임말로 주고받는 선문답 같은 대화도 웃겼다. 그리고 에이치를 바라보는 경비원의 솔직한 심정도, 에이치가 그런 경비원과 주고받는 대화도 마치 홍상수의 영화처럼 혹은 하정우가 감독으로 데뷔한 ‘롤러코스트’ 영화 같은 흥미로움이 낮밤이 전혀 다른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다음 워크룸에서 ‘입장들’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책을 훑어보았다. 음..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사진 등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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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1. 13:00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니까 애정을 갖고 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그것을 바라보기로 작정한 마음가짐, 태도에서 시작된다. 내가 취한 입장이 그것이었으므로 나는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음하하하. 대신 그에 걸맞게 그의 소설 형식을 차용한 패러디로 리뷰를 한번 솔직하게 아주 솔직하게 써보기로 했다. 그것이 아니면 이 책에 대해 내가 읽고 난 후 적을 수 있는 말은 편애로 인한 것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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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1. 12:00
한 참 읽다가 에꼴 42를 검색해봤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존재하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이 블로그 내용보다 훨씬 잘 이해가 되었다. 읽으면서 나는 역시 ‘한자 세대’임을 다시 느끼며 어릴 때 한문 선생님 얼굴을 떠올렸다. 동글동글 단발에 뽀글이 파마를 한 한문 선생님. 지금 생각하면 갓 졸업하고 오셨을 이십대의 애기 선생님인데 우리에게 얼마나 언니처럼 다정히 해주었던가. 나는 한문을 사랑했다. 한문쓰기도 사랑했다. 저는 왜 여기도 한문을 썼을까 이유가 있을텐데... 그 이유의 보물찾기는 우선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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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0. 01:00
기한오의 등장에서부터 빵터졌다. 두 번째 이성복의 등장에서도. 작가가 영화저자가 의도한 바였는지는 모르지만 기한오님은 그렇게 박솔뫼 작가의 후기에서 등장한 모습처럼 이제 언제어디서는 그런 모습으로 뿅! 하고 나타날 것 같다. 나는 거꾸로 읽으면 오한기로 읽히는 이 작가님의 ‘바케트 소년병’을 무척 사랑했기에 이 소설에서 등장한 그 제목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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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1. 17:21
오한기 작가님과 박솔뫼 작가님은 남매같이 서로 닮았다. 한때 박솔뫼 작가님의 ‘도시의 시간’을 읽다가 난생처음 책을 정도 침대위에서 던졌다. 그러다 다시 보기 시작하다 뒤에 해설집을 펼쳤는데 해설을 한 사람이 더 기분을 상하게 해석해서 결국 중도에 포기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읽고 싶은 민음의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 책은 ‘박솔뫼’와 ‘김솔’의 책이여서 민음사 오프라인 패밀리데이 때 다시 갖고 왔다. 작가님 이번엔 제가 읽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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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보니 무릇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 것이 실은 읽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그냥 나의 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난 것이고 그래서 그 틀을 벗어나 어디 즈음에 포함될지는 모르겠으나-그래서 소설에서 에이치가 말하것처럼 이론이란 몰라도 상관없지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는- 적어도 읽는 동안 재미가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많이 웃었다. 특히 최근에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나온 작품들 일부를 읽으면서 난해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으나, 친밀함은 더해져서 정지돈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목소리와 웃는 모습이 떠올라서-변태 아님- 무척 좋다. 소설이 좋은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은 저자가 시작부터 알린 것처럼 밤의 그림자의 모습들 또한 좋았다. 내가 가진 틀의 범위를 넘어선 것은 맞다. 일하다 말고 리뷰를 작성해 보았다. 그렇다고 적은 것 처럼 아주 형식 파괴적인 것 만은 아니다. 잘 읽다보면 삼면체의 기하학적 소설처럼 경비원의 직장, 일상, 그리고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또 하나의 소설이 존재하는 그런 소설로 재밌게 읽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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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야간경비원의일기#현대문학#현대문학핀시리즈#현대문학핀시리즈서포터즈#핀시리즈#핀서포터즈#도서제공#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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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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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스토리 자체는 흥미를 끌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아마 작가님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금기’라고 하기엔 너무 극단적이지만 뭔가 얇디 얇은 피부아래 거대한 인간의 생명을 움직이는 조직(系)이 있는 것처럼, 죄의 결과로 드러난 ‘살인’이라는 구체적 행위 ‘악’ 혹은 ‘죄’를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다. 피부 아래를 보려는 자 교도관 ‘윤’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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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신자가 처음 설교를 들으면서 살인,절도, 음주운전 등의 일종의 ‘범죄’에 대한 해석을 넘어선 부분이 있었다. 모든 것에서 자기자신이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죄’라는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얼핏 들어보면 이거 그냥 욕심, 탐욕에 대한 거 아냐? 하고 무슨 궤변인가 싶긴 하지만 아마도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단순히 문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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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기억, 부모로부터의 학대(성적학대를 포함한) 등 여러 가지 환경, 특히 어린 시절의 성장배경이 개인 삶의 뿌리가 되어 그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아동기의 성장은 무엇보다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함을 자명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죄의 결과로 나타난 일에 대해 참작의 여지는 될 수 있으나 면죄부가 되기는 어렵다. 같은 환경이라도 얼마든지 다르게 자라기도 한다는 그것 또한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하지만 여전히 다르게 자라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니 나는 이것을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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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그렇다면 왜 여기서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고, 교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그간의 여러 죄악에도 불구, 모든 혐의를 인정한 ‘474호’를 묻지마 살인마인 것으로 끝내지 않고 더 긴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소설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474’호의 가족이 나타나고 그 가족의 이야기도 함께 드러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다시금 쓸쓸하게 맞이하는 수형자 ‘474호’의 불행했던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소설이 너무 진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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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읽고 난 후 하루이틀 틈틈이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은 저주와도 같은 능력(?)을 대를 이어 흘러내려온 한 가지, 내가 과연 그 능력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괴로움을 갖고 살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다시 그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말할 수 없는 절망감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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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소설의 스토리 보다는 장면장면 인상적인 부분들이 무척 많았다. 잘은 모르지만 [474호]라는 단편을 경장편으로 다시 쓰면서 그러한 부분에 조금 더 공을 들였는지, 아님 이정도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원작 단편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도 같은데, 단 하나의 장면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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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작가님의 그간의 작품보다는 다소 평이하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부분부분 묘사의 장면들과 문장들, 주의해야 할 내 몸과 마음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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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서포터즈 #정용준 #유령 #핀시리즈 #도서제공 #도서지원 #핀서포터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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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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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지 벌써 2년 6개월정도가 지났다. 나왔을 당시 바로 읽었다. 도서관에서 먼저 책을 발견하고 읽고 난 후 구매를 하고 갖고 있다가 수정님께 드렸는데 핀 서포터즈를 하면서 다시 갖고 싶은 책을 말하라고 하여 그 사이 많은 책이 나왔지만 다시금 이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도 한 달음에 읽었는데 어제도 새벽 1시에 시작해서 3시 조금 너머까지 한달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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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전에 읽었고 당시 리뷰를 남기지 않아 어렴풋했는데 역시 두번째 읽어서일까. 그 때는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대목들이 다시 읽으니 여러 부분에서 보였다. 그 당시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체납한 환자를 무심하게 병실에서 복도로 쫓아내는 장면이었는데 다시보니 시작부터 이석을 고발하기로 한 무주의 결심부분이 상당히 의외로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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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무주가 조선산업으로 한 때 절정을 누리던 지방의 소도시였으나 지금은 사양의 길로, 쇠퇴의 길로 들어선 ‘이인시’의, 이제 막종합병원으로 승격한 병원으로 오게된 데에는 이전에 있던 직장에서 과장과 함께 ‘관행’처럼 여겨지던 부적절한 일들이 발각되어 스스로 꼬리가 되어 잘려졌기 때문이다. 그의 상사가 언젠가는 다시 불러주리라는 희망으로 이곳으로 내려왔지만 이곳에서 자신을 따듯이 맞이해준 ‘이석’을 만난다. 서울의 큰 병원에 입원한 이석의 아들 ‘율’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벌이, 아내의 고시원 비용 등 이석의 삶에 드는 온갖 비용이 턱없이 많음을 알았지만, 첫장에서 그럼에도 무주는 이석의 비리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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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다시 보니 보이는 것은 누구보다 이석의 비리를 가장 먼저 감지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주’역시 과거 그와 유사한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비리를 발견한 순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일정부분 ‘공명심’에 의한 방법이었고, 그 후 이석은 병원에서 잘리게 된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 과정을 보면 이일로 인해 직선적으로 이석이 나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님께서 그 부분은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속에서 무주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여러가지 일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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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무주는 자신이 직장을 그만둔 것만으로 자신의 잘못한 댓가의 잘못을 받았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과장이 자신을 예전처럼 챙겨줄 것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의 인생이 어긋난 것은 어쩌면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 이번에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두번을 읽어도 여전히 이 책의 제목인 ‘죽은자로 하여금 죽은자를 장사케 하라’는 그 메시지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마태복음 8장을 통째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는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로 하여금 너는 나를 따르라는 것인데, 이 소설에서 그의미는 무엇인지 사실은 이번에도 이석이 해석하는 그말 이상을 넘지는 못했다. 왠지 이 소설에서는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말그대로 이석이나 무주의 삶이 각자의 아이를 다른 방식으로 잃은 이들의 삶이 ‘죽은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핵심은 무주가 새로 간 병원에서 첫 상사였던 ‘송’이 마지막에 던졌던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시키는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부당하면 자리를 걸고라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것이 무주가 걸어온 삶과는 다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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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밌다. 핀 시리즈 중 단 한권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난 여전히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이석과 무주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도시의 몰락이 그 도시의 사람들의 삶터에 미친 여러 이야기, 그리고 병원경영 전반에 흐르는 비리와 묵시적 분위기, 사람들의 수근거림,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소설 전반에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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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로하여금#편혜영#현대문학#핀시리즈#핀서포터즈#현대문학핀시리즈#제공도서#도서지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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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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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 작가님은 그의 소설보다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편을 통해 먼저 만났다. 그의 소설로는 이번에 처음 만난게 된 것이다.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보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형도 아닌 구지 생각을 했을 땐 마네킹이라고 해야할까.. 그런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작가님은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책을 집은 독자라면 한번 즘 궁금해 할 그 플라스틱맨에 대한 설명을 하고 본격적으로 소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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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어원은 ‘플라스티코스plastikos, 틀에 넣어 만들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기선 ‘틀’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질료가 달라도 같은 형상으로 보이는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질료가 다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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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16년 말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했던 대통령 탄핵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벌써 횟수로는 5년이 넘게 지났고,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지만 이 때만큼 삶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일에 모두가 나선일은 드문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의 시작이 이러하였기에 절반 정도 넘어가기까지 과연 우리가 아는 이 사건을 소설에 끌어드린 이유는 무엇인가 하고 생각할 즈음 반전이 나온다(스포일러가 될수 있으므로..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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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다루어지는 자살, 살인, 사고, 테러 등은 내가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개인에게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뉴스기사로 전락한 ‘사고’로 만나게 되는 일이 흔하다. 그것은 결과론적으로 보자만 분류화되고 통계수치가 되어 하나의 현상, 하나의 데이터가 될 뿐이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도 협박범이 예고한 사건이 예고 후 일어난 사건과 구분하여 찾아내기가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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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면에서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가 있기는 하나 모든 것이 모호하다. 일어난 사건도 모호하고, 선과 악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다. 소설에서는 한 사람이 신부님을 찾아가 ‘악이 그토록 선과 구분이 선명하게 가능했다면 사람들은 악을 덜 저지르지 않았을까요’하고 반문하는 부분이 있다. 악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과 선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 사람들은 어떤 부분을 더 깊이 생각할때 악을 멀리하고 선을 가까이 하게 될까. 악을 깊이 생각함으로서 악에서 멀어지는 것인지. 선을 깊이 생각함으로서악에서 멀어지는 것인지, 둘다 맞는 말이겠지만 선과 악의 기준이 적용이 개개인의 삶의 배경과 연관되어 억울함, 원통함, 감사함, 분함, 나만 왜 라는 여러 상황 때문에 그렇게 모호해 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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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큰 일을 겪고 나면 사람들은 변한다고 한다. 삶이 소중한걸 알게 되고, 투표참여와 같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를 하기도하고 좀더 민주적으로, 좀더 행복한 방향으로 삶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혁명을 이루고도 삶이 얼마든지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플라스틱맨에 대한 사람들이 고발이 그러하다. 익명의 댓글이 그러하다. 사람들은 누군가 잘못하면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댓글을 익명이란 이름으로 단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 두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러하다면 우리의 삶의 기쁨과 애환을 이루고 있는 그 근본적인 틀이 인간모두에게 공통적인 모습이라 그런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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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기대치를 낯춤으로서 행복에 이를 수있다는 이 역설적인 진리만큼 지금까지 살면서 와닿은 적은 없다. 나에 대한 존재를 크게 하기 보다 낮추는 것이 오히려 더 상처를 덜 받는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삶에서 상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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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요 화자의 직업은 경찰이다. 같은 시민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자 때로는 시민의 집회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민간인이 아닌 경찰(?)의 신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나중에 경찰을 그만두어도 일상엔 큰변화가 없다. 혁명을 이루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큰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모두가 분노하고 화를 안고 산다. 그것은 지속되는 화가 아니라 금방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 삶이 행복할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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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물론 ‘행복’에 관한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맨과 더불어 플라스틱 세상,인생을 드러한 현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마네킹 처럼 감정이 없어 보이는 것, 그것은 마네킹을 향해 우리가 아무리 소리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어떤 사람, 어떤 세계와 같은 것이다. 소통이 불가능 할 것 같은. 그러다가 스스로 제갈길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시민사회의 일체감은 겪고도 우리는 여전히 당혹감, 불안감, 일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달리할 수 있는 변곡점, 그 아슬아슬한 꼭대기를 지나고 나서 완전히 달라질수 없는 일은 계속된다. 결국 우리의 삶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면 삶에 대한 긴장감을 피할 수는 없고 다만 우리는 내공을 쌓아가며 견디고 살아갈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일주일 내내 그런 내 삶을 돌아보게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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