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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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스토리 자체는 흥미를 끌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아마 작가님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금기’라고 하기엔 너무 극단적이지만 뭔가 얇디 얇은 피부아래 거대한 인간의 생명을 움직이는 조직(系)이 있는 것처럼, 죄의 결과로 드러난 ‘살인’이라는 구체적 행위 ‘악’ 혹은 ‘죄’를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다. 피부 아래를 보려는 자 교도관 ‘윤’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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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신자가 처음 설교를 들으면서 살인,절도, 음주운전 등의 일종의 ‘범죄’에 대한 해석을 넘어선 부분이 있었다. 모든 것에서 자기자신이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죄’라는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얼핏 들어보면 이거 그냥 욕심, 탐욕에 대한 거 아냐? 하고 무슨 궤변인가 싶긴 하지만 아마도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단순히 문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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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기억, 부모로부터의 학대(성적학대를 포함한) 등 여러 가지 환경, 특히 어린 시절의 성장배경이 개인 삶의 뿌리가 되어 그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아동기의 성장은 무엇보다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함을 자명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죄의 결과로 나타난 일에 대해 참작의 여지는 될 수 있으나 면죄부가 되기는 어렵다. 같은 환경이라도 얼마든지 다르게 자라기도 한다는 그것 또한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하지만 여전히 다르게 자라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니 나는 이것을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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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그렇다면 왜 여기서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고, 교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그간의 여러 죄악에도 불구, 모든 혐의를 인정한 ‘474호’를 묻지마 살인마인 것으로 끝내지 않고 더 긴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소설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474’호의 가족이 나타나고 그 가족의 이야기도 함께 드러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다시금 쓸쓸하게 맞이하는 수형자 ‘474호’의 불행했던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소설이 너무 진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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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읽고 난 후 하루이틀 틈틈이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은 저주와도 같은 능력(?)을 대를 이어 흘러내려온 한 가지, 내가 과연 그 능력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괴로움을 갖고 살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다시 그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말할 수 없는 절망감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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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소설의 스토리 보다는 장면장면 인상적인 부분들이 무척 많았다. 잘은 모르지만 [474호]라는 단편을 경장편으로 다시 쓰면서 그러한 부분에 조금 더 공을 들였는지, 아님 이정도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원작 단편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도 같은데, 단 하나의 장면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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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작가님의 그간의 작품보다는 다소 평이하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부분부분 묘사의 장면들과 문장들, 주의해야 할 내 몸과 마음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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