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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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하듯이 글을 일필휘지로 적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글은 편안하다. 하지만 너무 편안해서 일상의 언어가 그러하듯 휘발성이 빠르다. 해마다 등단하는 작가들의 신작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나오다 보니 양적 기세에 눌려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을 선택하는 일도 드물 즈음 창비에서 보내준 신간 도서 중 한 권이었던 성해나의 ‘두고 온 여름’을 읽게 되었다. 첨 들어본 작가의 이름이었으나 책이 그리 두껍지 않다는 이유로 펼쳐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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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늘 그렇듯 ‘두고 온’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회한의 의미를 저버릴 수 없어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정말 소설의 세계는 해마다 사철나무의 초록 잎 속에서 애기 연두 잎이 어느 날 보면 쏙 나타나 있듯, 그런 세계이지 싶다. 신예 작가에 대한 적응의 실패 속에서 다시, 그녀의 책을 통해 여러 작가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단 한 편의 단편소설만으로 다음을 접고 펼치고 했던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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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의 시작은 대략 시간상으로는 2005년 전후로 시작한다. 그 시절은 내게도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해이어서인지 고스란히 그날들의 풍경이 떠올랐다. 가지고 있던 필름카메라에서 DSLR 카메라로 기기를 변경했던 시절의 풍경이 작가의 손끝에서 나온 글로 인해 그 시절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기하’와 기하의 아버지, 그리고 이후 새엄마와 새엄마가 데리고 온 8살 차이 나는 동생 ‘재하’의 시점을 오가며 네 사람의 함께한 4년의 이야기가 전반부, 그리고, 이후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기하와 재하가 서로가 함께 한 시간, 그리고 헤어진 이후 다시 재회하면서 서로의 삶이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는 글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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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아주 길지 않은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데 신예 작가 그 시절 감성을 어떡해 이리 잘 표현했지….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이야기의 서사가 복잡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단막극으로 제작되어도 좋을 만큼 책을 읽는 동안 모든 문장이 드라마 장면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아주 편안한 문장임에도 내 속에서 뻔함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본심’에서도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중요한 사건으로 인해서이긴 했으나 뒤돌아보는 자가 결국 알게 된 마음은 앨리슨 벡델이 말했 듯이 결핍과 간극과 공백을 채워 결국은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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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으로 실려있는 대담의 내용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3년 전에 쓴 글을 다시 보고 고쳐서 낸 첫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의 뼈대를 구성하고 사전에 다 구상하고 쓴 작품은 독자에게는 결국 이물감 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무명 시절 발표한 작품을 유명(?)해진 뒤 다시 발간하는 작가들보다 나은 태도라 생각한다. 일부 창작론에서 이야기하듯 작가가 쓰는 동안 캐릭터가 살아 움직여서 제 길을 가고 어쩌고저쩌고하는 것보다, 결국 작가가 캐릭터의 삶 자체를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하여 탄생시키는 과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소설 속 이 사람들이 마치 현실에 있는 사람 마냥 마음이 가는데, 아마도 윤성희 작가님이 언급한 대로 성해나 작가가 제대로 뒤돌아보는 자의 태도, 뒤돌아보는 자의 윤리에 대해 잘 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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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작가의 단편집을 주문했다. 작가님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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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두고온여름#창비#창비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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