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테리 이글턴 지음, 정영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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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큰 불행은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드문 비극 철학자로 꼽힌다. 이런 불행은, 그는 말한다, 반드시 드문 환경이나 가공할 인물이 원인이 될 필요는 없고, 일상적인 인간 행동에서도 쉽게,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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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관점에서 실생활의 참사는 날것 그대로의 고난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극적이지 않다. 그런 고난이 예술에 의해 형태가 잡히고 거리가 두어져 어떤 더 깊은 의미가 풀려나올 때야 비로소 우리는 본격적으로 비극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비극적 예술은 견딜 수 없는 것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그것은 동시에 견딜 수 없는 것에 관해 사유하고, 그것을 기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애도하고 그 경험을 일상생활로 흡수하고, 그 공포에 의지하여 우리 자신의 약점이나 필멸성과 마주하고 또 가능하다면 그 핵심에서 어떤 잠정적인 긍정의 순간을 발견하도록 권유한다. p.2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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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 삶이라 해도 소모를, 친밀함이 풍부한 삶이라 해도 고립을 깊이 느낄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비극의 중심 감정이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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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도의 결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은밀하게 협동한 결과인지 아는 것이 늘 쉽지는 않다. 아마도 사람은 사건의 입안자인 동시에 피해자일 것이다. 당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인가 과거인가, 또 운명으로부터 달아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그 운명을 향해 돌진하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가……. (중략)…. 상호 피해의 가능성은 인간의 상호의존성에 내재 되어 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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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내려갔지만 내 지식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책이라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좀 더 이해를 하기 위해 책에서 언급한 책들과 비극론에 관한 책을 보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일상생활과 예술, 문학 이론에서 더 나아가 문화와 정치영역, 이데올로기 그리고 기독교 교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해당 영역의 철학자와 작가들의 말을 언급해가면서 ‘비극은 죽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이 비극론이 결코 쉽게 다가올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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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은 저자는 조지 스타이너라는 선배 문학평론가의 저서 <비극의 죽음>에서 ‘진정으로 비극적인 정신은 근대적인 것의 탄생과 더불어 소멸한다’라는 것에 대한 것이며, 저자는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방위적으로 스타이너가 언급한 비극의 죽음에 대해 반격을 한다. 반격의 과정은 많은 문학작품, 철학가들의 사상, 그리고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예술에서 비극을 찾기보다 스타이너가 말한 근대가 시작된 이래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던 보통사람이야말로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옮긴 이의 말이 가장 먼저 나와 있는 것은 읽기 전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자의 말대로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숙고해 온 비극의 틀에 기대어 자신이 살고 경험한 이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당하고 견디는 방식을 이야기하고는 있으나(p.6) 그 방식이 워낙 추상적이고 문장은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서 압축된 그 서술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서 밀러, 토머스 하디, 뷔히너 등 언급된 책들은 다 읽고 싶은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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