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옛날엔 반항을 주제로 했었는데, 이제는 적잖이 죽음이라는 관념에 붙들려 있는 것 같이 보여요. 그건 왜죠?" 그녀는 몹시 씁쓸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하루하루 늙어가기 때문인가 봐요!"…...
오펜하이머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술회했다. "무언가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달려들어 일을 벌인다. 그러고는 그 기술이 성공한 뒤에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따져본다. 원자폭탄은 이런식으로 만들어졌다.밤은책이다. 이동진 위즈덤하우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그가 잔인함을 잔인함이라고 말하고, 저항을 저항이라고 소리 내어 말할 때 내 마음도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날것 그대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덜 외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그럴 수 없었던, 그러지 않았던내 비겁함을 동시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31
기억이 나를 타인처럼, 관객처럼 만든 게 아니라 비로소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는 걸 아니까.-기억의 왈츠 중에서
그 어떤시간보다 소미는 거기서 실개천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그시간이 좋았다. 그때 우리는 젊었으며……두렵고 또 두려웠지. 현수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가끔 그 말이 필쳐지지 않는 주문처럼 소미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때 우리는 젊었으며……현수가 말한 그때는 그때가 아니었지만, 자신들이 다시만났던 그때가 그래도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젊었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이제 소미는 안다. -무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