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만약 집주인이 세를 놓은 적 없다고 오리발 내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확실한 절망보다는 불확실한 희망이 낫지 않나. 그리하여 은협이 내게 다시 한번 임시은협이 되어주기를 요청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집주인한테 전화는 했나요?"은협이 내 시선이 닿은 곳을 따라가더니 겁먹은 듯 물었다.했길 바라는지 하지 않았길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했겠죠?""했어요." 내가 미래를 과거로 만들었다.
만약 그 탑을 시나르의 평원에 눕히고 한쪽 끄트머리에서 다른 끄트머리까지 걸어간다면 족히 이틀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버지나 어머니랑 같이 사는 것 말고 다른 무슨 방법이 있어?" 알리나가 물었다."다른 많은 방법이 있지. 만일 너랑 나랑, 아우렐리오랑, 우리 딸들이랑 친구들 두어 명까지 같이 같은 집에서 살면서 일상을...
"하지만, 살면요?" 최후의 희망을, 기적의 가능성을 놓치 않으려는 듯, 어쩌면 그 기적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알리나는 고집했다. "감정도 지성도 없는 덩어리가 된단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