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취한 김에 섣불리 가짜 어둠이니 진짜빛이니 투덜댈 것 없다.그 아이가 행복하게세상에 존재한다면,비로소 세상은 아름답다.달리아는 그다지 섬세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겹겹이 두툼한 꽃잎은 개수를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붉은색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으로 여럿이 어울려 피어 환히 주위를 밝힌다. 그러나 퇴락한 거리 한 귀퉁이에 홀로 솟아오른 달리아는먼지를 뒤집어 쓴 채 무연히 시들어갈 뿐이다. 어디에든 가 닿으리라고, 다알리아, 다알리아, 지나가는 사람들 무릎 높이로 흔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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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 이야기를 너에게 할게. 그러니까 네가 태어났을 때 내가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는 이야기. 조심하라고, 네가 나를 필요하다 느끼는 마지막날까지 나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내가 필요하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에 대한 네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불리건 그게 내가 너에게느끼는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자식으로 45년을 살았고 누군가의 아버지로 아홉 달을 살았을 뿐이지만, 그 아홉 달 만에 둘의 차이를 깨달았다. 너로 인해 그것을알게 됐으니, 그것으로 네가 나를 위해 할 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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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
지나갈 인연을 붙잡아 악연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그만두면 끝일 회사 상사에게어쩌다 마주치는 애정 없는 친척에게웃으면서 열받게 하는 빙그레 쌍년에게아닌 척 머리 굴리는 동기에게인생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더는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마음졸여도, 끙끙거려도, 미워해도그들은 어차피 인생에서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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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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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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