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불행의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다. 인간은 자신의불행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견디느니 차라리 어떻게든의미를 찾으려 헤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내 아이가 어처구니없는 확률(우연)의 결과로 죽었다는 사실이 초래하는 숨막히는 허무를 감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모든 일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섭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 살아 있는 자를 겨우 숨쉬게 할 수 있다면?
신은 그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신이 발명되고야마는 역설,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인간이 오히려 신 앞에 무릎을 꿇기를 선택하는 아이러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아이를 잃은 부모가 갑자기독실한 신앙인이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둘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신을 발명하기 전에먼저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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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건 인생이기도 하니까.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연으로 이루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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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대한 각서
이성복

사람 한평생에 칠십 종이 넘는 벌레와 열마리 이상의 거미를 삼킨다 한다 나도 떨고 있는 별 하나를 뱃속에 삼켰다 남들이 보면 부리긴 새가 겁에 질린 무당벌레를 삼켰다 하리라 목 없는 무당개구리를초록 물이 삼켰다 하리라 하지만 나는 생쥐같이 노란 어떤 것이 숙변의 뱃속에서 배를 잃게 한다 하리라 여러 날 굵은 생쥐가 미끄러운짬밥통 속에서 엉덩방아 찧다가 끝내 날개를 얻었다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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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어떤 시와 만난다.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문장이 있는데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어떤 문장을 읽고내가 기다려온 문장이 바로 이것임을 깨닫는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그랬던 시들중 일부를 여기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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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희망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믿음이 있어요."
매드는 사서함 주소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웨이클리는 놀라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음, 너한테서 그런 단어를 듣다니 재미있구나." "왜요?"
"왜냐면 말이지, 알잖니, 종교는 믿음을 필요로 하거든."
아이는 웨이클리를 더는 민망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믿음에는 종교가 필요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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