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얼마나 머물든 주변을 잘 정돈하는 건 내 오랜 습관이자 자부였다. 어릴 땐 안 그랬는데 독립 후 자취하며 생긴 버릇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 나는 좀더 잘 살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아직 무언가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단 실감이었다.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아직 무언가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단 실감,좀더 잘 살고 있단 느낌,우리가 끝끝내 붙들고 싶은 건 그것이었다.
소파가 움직였어. 서현은 생각했다. 그뿐이었고, 그럼에도 조금 놀랐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눈발 속에서 길을 잃은발자국이 된 기분이야.""그 말을 들으니 나는 영원히 멈춰버린분수대가 된 기분이야."강보라, [바우어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