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들고 책 앞에 서곤 했다. 삶도,
세계도, 타인도, 나 자신조차도 책에 포개어 읽었다. 책은 내가 들고 온 슬픔이 쉴 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주었다. 슬픔의얼굴은 구체적이었다. 나는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있는 세계를 원했다. 고통으로 부서진 자리마다 열리는 가능성을 책 속에서 찾았다. 죽고, 아프고, 다치고, 미친 사람들이 즐비한 책 사이를 헤매며 내 삶의 마디들을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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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은 사라지는 일이지만 나는내 젊음을 부러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않는다. 과거의 나는 여기도 두고, 여전히 ‘처음‘인 많은 것들에 매번 새롭게 놀라면서 다음으로 가고 싶다. 행간을 서성이며 배운 것들 덕분에 반드시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앞으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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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기어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곧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겠는 일이 많아지는 게 좋았다. 경합하는 진실을 따라나는 기꺼이 변하고, 물들고, 이동하고,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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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굉장한 재능 중 하나다.
꼭 그만큼 삶이넓고 깊어진다.
싫어하는 것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것들의목록을 늘려 가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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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떤 문제를 그처럼 오랫동안 숨기고 살 수 있다는게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내가 지키려 했던 비밀은 모두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기만 했다. 하지만 엄마는 비밀을 지키는 데 희한한 재주가 있었다. 심지어 나한테까지도 엄마는아무도 필요치 않았다. 엄마는 자신에게 내가 얼마나 필요치않은지를 보여주어 나를 충격에 빠뜨릴 수 있었다. 자기가 그러듯 항상 나만의 10퍼센트를 따로 남겨두라고 평생을 내게가르쳐온 엄마지만 그게 나한테까지 따로 남겨둔 부분이 있다는 뜻이었으리라고는 그때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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