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실제로 보니 입체감이 넘쳐서
살아 있는 인간 같았다. 너 진짜 살아
있는 인간이네. 인간이었네. 나 진짜 너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네가 인간이었다니.
이희주, 「최애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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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마귀할멈이라고.언니는 계모라고.언니는돼지 새끼라고. 여섯 살에 배운 극악무도한 말들을 전부 언니에게 쏟아부었다. 그때 아빠가 속삭였다. 언니는 손님이라고. 손님이니까 공주인 내가 참아주어야 한다고. 겨우 여섯살이었지만 그동안 삐죽이 고개를 쳐들었던 크고 작은 의문들이 일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미묘하게 짝이 맞지 않았던 조각들이 순식간에 정렬하며 꼴을 이루었다. 언니는 손님이었다!
ㅡ이주혜, [여름 손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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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거친 표면이 귓바퀴에 닿을정도로 귀를 가까이 대자 아주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휘이익, 하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장작이 타는 소리 같기도 했다. 백주가 설경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설경은 손을 입에 가져다대며 조금 더 들어보라고손짓했다. 백주는 다시 귀를 댔다. 불분명하게 맴돌던 소리들이 조금씩 서로 뭉쳐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순간 백주는 숨 쉬는 것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분명히 들었다.꺼내줘.
ㅡ성혜령, 「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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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갑자기 그쳤다. 마치 변덕스러운 신이 구름 속으로 손을 뻗어 스위치를 딸깍 내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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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아래 춤추는 눈송이들. 창문을 장식한 색색의 전구들. 구세군의 맑은 종소리. 노점에서 풍기는 어묵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눈 내리는 연말의 밤거리를 통과하면서은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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