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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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불꽃)
꼭 한번, 집에서 그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제우가 돌을 넘겨 발을 떼어놓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캠코더를 꺼내든 그는 햇빛이 드는 거실 가운데를 위태위태하게 걸는 지우를 찍었다. 지우가 그녀에게 와락 안기는 장면, 그녀가지우의 정수리에 입맞추는 장면도 찍었다. 알 수 없는 생명의빛이 번쩍이는 눈으로 그는 말했다.
지우가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미야자끼 하야오의 영화체럼 발자국에서 꽃이 피어나도록 애니메이션을 넣을까? 아니,나비떼가 날아오르는 게 낫겠어. 아, 그러려면 풀밭에서 다시 찍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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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코 브라헤 <산성에 관하여> 1573

석양 무렵서 낚시를 하던 중, 튀코는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 하나를 보게 되었다. 곧 사분의, 육분의 등 천체 관측 기구들로 그 별을 관측한 뒤로는그것이 별이 아니라 혜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튀코는 1572년 초신성의 발견에 이어 중요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 혜성이 수년 전 초신성과 마찬가지로 달 위의 세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혜성의 궤도는 친구를 몇 개쯤 관통했으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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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채식주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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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

기후 위기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와닿지 않고 겉돌던 문제를
빙하의 붕괴, 이상 고온, 해수 산성화, 배출가스 증가 등의 문제를 ˝시간과 물˝이라는 주제로 차분히 풀어나가면서 실생활과 가까운 문제로 느끼게 하고
일상 속에서 조금씩 실천해 서서히 변화시킬 의욕을 갖게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고 미래에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지구를 계속 아끼고 사랑하는 노력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살아야지 다짐해본다.

이 책은 시간과 물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것이다. 빙하가 녹아 사라질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높아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날 것이다. 해수가 5000 만년을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산성화될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이, 오늘태어난 아이가 우리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
이 변화들은 우리의 모든 과거 경험을 뛰어넘고 우리가 현실의 나침반으로 삼는 대부분의 언어와 은유를 초과한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라는 단어는 백색잡음으로 흩어져버린다. 기후변화에 대해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은 이 주제 너머로, 옆으로, 아래로, 과거와 미래로가는 것, 개인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태도로 신화적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 쓰지 않음‘으로써 써야 한다. 뒤로 돌아감으로써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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