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저녁, 별이 뜨는 언덕길을 같이 지친 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게 내 인생에서아마 가장 행복한 순간일 거라고, 둘이 같이 진이 빠지도록최선을 다해 멍청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 우스운 한여름을같이 보내고, 문득 시원해진 밤바람에 그녀와 함께 피곤한 한숨을 쉬는 것.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내가 대학 때 그렇게 멍청해 보였던 것은 너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너를 보고 있으면, 네 생각을 하면, 그때부터는 아무리 해도 다른 생각을할 수 없었다고. 꿈을 꿀 때도, 다시 새 꿈을 찾아야 할 때도,나는 온통 너를 생각하기만 했다고. 그녀는 나를 쳐다보았고,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이번에도 웃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