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지만 가끔 되풀이하고 싶은 모든 소란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37세의 삶에 신파를 그리워하다니 이것은 미성숙일까. 어쩌면 사랑은 새들보다 가깝고 빵보다 단단하며 조카보다 듬직한 무엇일지도. 퇴근하고 나니 비워져 있는 휴지통, 소화제를 먹을 때옆에서 따라주는 더운물 한 컵. 늙은 부모의 터무니없는 세계관을 함께 끄덕이며 흘려듣다가 주차장에 내려와 시동을 걸기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뱉는 안도의 한숨. 물티슈와 수세미,파스와 보행기. 암 보험과 노령연금과 장례 토털 케어 서비스카탈로그를 함께 뒤적거리기.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둘다일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아무튼 고무줄은 팽팽히 당겨졌고 새총을 떠나면 콩알도 총알이 되는 법. 나 조맹...... 아니 완두. 마음가는 대로 날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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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에게도 홍미로운 구석이 숨어 있고 그걸 밝혀내기 위해 내가 노력해야할까. 그가 최근 방문한 골프장의 경치에 대해 떠드는 사이 그녀는 남자의 갈라진 입술을 봤고 엊그제 로드숍에서 구입한사천오백원짜리 립밤을 떠올렸다. 하지만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을 세상에 얼마나 더 줘야 할까. 이것은 투자와 수익의 문제일까. 창가 테이블의 저 두 사람도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하며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 활동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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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펼치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는 그 세계지도에서, 세상의 모든 바다는 분명 이어져 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이 다소 무섭다. 바다를 등지고 아무리 멀리 가도, 반드시 세상 어떤 바다와 다시 마주치게 될 테니까. 그 불편한 예감에 시달릴때마다 이상하게도 오래전 지하 소극장에서 본 오타쿠들이 떠오른다. 그 기모이한 오타쿠들의 열렬한 구호, 가치코이코죠.
진짜 사랑 고백.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좋아...... 그것도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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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꽃,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 되는 꿈.
강,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루시드 폴 《물이 되는 꿈》 가사 중

물은 어디로든 흐르고 이어지며,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한 바퀴돌아 제자리로 온다. 물은 순환된다. 이 노랫말도 그렇다. 책의형식은 금방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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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이응은 도시 곳곳에 있는 공중화장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화장실처럼 단순하고확실한 쓸모로 만들어졌으며 사용 나이가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기에 들어가 이응이 제공하는 감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새 버전의 캡슐이 나올 때마다 이응의 현자들이 언론에 나와이응은 신의 축복이자 인지과학의 발달이 선사하는 혜택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돈으로 사람의육체를 사고파는 매춘이나 원치 않는 임신, 온갖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 청결하고 합법적인공간에서 건강하게 욕구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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