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한 번씩 언급되기는 하지만 시종일관 ‘나‘로 지칭되는 이 화자들은 대체로 대학가나 예술계에서 생계를 꾸리는 중년의 남자들이다. 이들은 예술가이거나 그 계통에서 일하는 연인 혹은 배우자와 함께하며 그들의 고뇌와 번민을 세심하고 때로는 무기력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넝쿨 식물「첼로」 「히메나」) 막중한 책임이 주는 중압감에 짓눌려 공황에 빠지거나(숨을 쉬어」 「벌」) 현재의 삶을 불현듯 낯설게느끼며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문하거나(「라인벡) 이루지 못한 꿈과 불안한 삶의 원인을 찾아 번민한다(「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