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렌즈 속클로즈업된 주름들에서엄마의 생애 전체를들여다본 것 같기도 했다."ㅡ한설희

사진의 제의적 가치가 남아 있던 마지막 보루가 바로 인간의 얼굴이라는 것. 기술복제시대에 사진의 아우라가 사라진 것은 사람의 모습이 뒤로 물러나고 전시적 가치가강해지면서부터라는 것. 벤야민의 이 예리한 통찰이 새삼 놀랍다. 우리는 과연 그 잃어버린 인간의 얼굴을 되찾을 수있을까. 롤랑 바르트가 엄마의 빛바랜 사진을 보며 애도에 몰입했던 것도, 한설희 작가가 엄마의 말년 모습을 찍으며 이별 연습을 했던 것도 그 사라짐에 대한 저항이자 인간의 아우라를 잡으려는 안간힘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아주 드물게, 누군가는 어디선가 셔터를 누르고 있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 "멜랑콜리하고 그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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